소프라노 오희진 이다미, 안정된 음색으로 왕비의 면모를 보여주며 '뜨거운 커튼콜 기립박수 받아'

라벨라오페라단의 '안나 볼레나' 공연 모습(사진제공_라벨라오페라단)

[시사매거진] 마지막 아리아를 열창한 여주인공의 머리 위로, 자신의 죽음 뒤 새로운 삶을 상징하듯 나비들의 날갯짓이 수려하게 나타나자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탄성을 올렸다. 

라벨라오페라단(단장 이강호)의 그랜드 오페라 '안나 볼레나(Anna Bolena)' 공연이 열린 지난 29-30일, 코로나 19의 팬더믹 속에서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성대한 막을 내렸다. 

'안나 볼레나'는 2015년 라벨라오페라단에서 국내 초연한 작품으로 6년만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무대와 출중한 노래 실력을 가진 출연진들로 한 층 더 업그레이드 되어 돌아왔다. 

안나 볼레나는 1000일간 왕비의 자리에 앉아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비운의 왕비' 앤 불린(안나 볼레나)의 이야기이다.

그녀가 바라던 아들을 낳지는 못했지만 외동딸을 낳았고, 그 외동딸이 바로 위대한 여왕으로 칭송받는 ′엘리자베스1세′이다.

영국의 국교까지 바꾸게 하며 왕 헨리 8세를 이혼시켜 당당히 왕비의 자리에 오른 후 천일 만에 참수형을 맞은 앤 볼린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는 1969년 ‘천일의 앤’ 그리고 2008년 ‘천일의 스캔들’이란 이름의 영화로 다시 태어날 정도로 서구 유럽에서는 유명한 로맨스 극이다.

도니제티의 오페라 ‘안나 볼레나’는 영국 튜더 왕조 헨리 8세와 그의 두 번째 부인 안나 볼레나 그리고 안나의 시녀이지만 장차 세 번째 부인이 될 조반나 시무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주인공 안나 볼레나는 가볍고 명료한 벨칸토 테크닉과 파워 넘치고, 드라마틱한 표현을 동시에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한없이 어려운 배역이다.

하지만 소프라노 오희진과 이다미는 안정된 음색으로 왕비의 면모를 보여주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2015년 안나 볼레나의 초연에도 함께했던 조반나 역의 메조 소프라노 김정미는 깊고 풍부한 표현력으로 안정된 기량을 선보였고, 같은 배역의 메조소프라노 방신제는 강한 음색으로 새롭게 해석된 조반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엔리코 역의 베이스 김대영과 양석진은 헨리 8세의 위엄에 걸맞는 충실한 가창력으로 엔리코를 인상 깊게 표현해주었다.

스메톤 역의 메조 소프라노 여정윤과 김하늘, 허비 역의 테너 김지민, 로쉬포르 역의 바리톤 최은석도 극에 중요한 인물인 바 제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뉴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양진모는 도니제티 음악의 가볍고 밝은 패시지와 어둡고 장중한 패시지를 뚜렷하게 대비시키며 노이오페라코러스(단장 박용규)와 함께 극적인 효과를 이끌어냈다. 

이회수 연출가는 2015년엔 안나의 비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면, 2021년 안나볼레나는 전체적인 인물의 선택에 집중하였다고 연출노트에서 말하고 있다. 

"괴로워하는 자, 절망하는 자, 자신을 불신하는 자 어느 시기에나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매혹적인 환영을 필요로 했다"란 니체의 말 속에서 안나, 조반나, 엔리코(헨리8세)를 볼 수 있었다고 밝힌 이 연출가는 '재조명' 에 컨셉을 두었다. 

종합적으로 라벨라오페라단의 ‘안나 볼레나’는 감각적인 무대 세트와 주,조연 성악가들, 오케스트라, 그리고 연출까지 골고루 잘 어우러졌다. 

라벨라오페라단의 ‘안나 볼레나’를 관람한 관객들은 인터뷰에서 “웅장한 음악 연주과 화려한 볼거리가 인상적이었다”, “오페라를 감상하기보다 마치 팝아트를 보는 것 같았다” 등의 호평을 남겼다.

한편 라벨라오페라단은 오는 8월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키즈오페라 ‘푸푸아일랜드’를 차기작으로 준비중이다. 

오형석 기자  yonsei68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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