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이순신의 반역 | 제 25장 이순신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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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이순신의 반역 | 제 25장 이순신의 꿈
  • 편집국
  • 승인 2021.05.1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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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유광남

[시사매거진275호] 그런 소식은 들었소이다. 조선이 언제까지 그들 명나라의 눈치를 보고, 허락을 구해야 하는지 참으로 못마땅하오!”

이항복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곽 장군의 말씀에 동감이외다. 그러나 사대(事大)의 힘이 조선 구석구석 미치고 있으니 정녕 안타까울 뿐이요. 하여간 그 일로 인하여 상감의 의중에 변화가 생기셨을 수가 있소이다.”

사야가 김충선이 날카롭게 따져 물었다.

세자 저하를 폐위라도 시킨다는 겁니까?”

누구도 감히 입에 올리지 못하는 소리를 그가 꺼내었다. 하지만 그걸 누구도 나무라지는 못한다. 그들 역시 짐작하고 있는 일인 것이다. 선조와 광해군의 불화는 그것 외에는 있을 수가 없다. 장예지가 홀연 입을 열었다.

익호장군 김덕령님이 고문을 당하여 끝내 죽게 된 것은 바로 상감마마와 동궁전 세자 저하의 골육상쟁(骨肉相爭) 때문이었어요!”

실로 충격적인 증언(證言)이 터져 나왔다. 장예지는 끝내 숨겨오고, 가슴에 담아 두었던 핏덩어리를 토해내고는 파르르 경련했다. 그녀의 눈에서 또 다시 눈물이 철철 넘쳐흘렀다. 가는 어깨가 더욱 쳐지고 맥없이 몸이 무너졌다. 감당하기 어려운 애사(哀史)를 지녔던 장예지를 사야가 김충선이 부축했다.

그렇구나. 덕령 형은 세자 저하에 대한 충성심으로 감옥을 다시 찾아갔고, 왕은 세자에게 충성스러운 신하가 두려웠던 것이었어.”

홍의장군 곽재우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도 실상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는 탄식했다.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도원수 권율의 수염이 부르르 떨렸다.

익호장군 김덕령이 정녕 그리 원통하게 눈을 감았단 말인가?”

장예지는 그 날을 기억하기 싫었지만 당대의 중신들이 한꺼번에 모인 중요한 자리인지라 입술을 떼었다.

세자 저하께서 친히 장군을 부르셨습니다. 알고계시지만 익호장군이란 호칭도 직접 하사하셨고......세자를 위한 장군이 되 주실 것을 당부 하셨습니다. 장군은 기꺼이 충성을 맹세하셨지요. 장차 세자께서 보위에 오르시면 장군을 가장 신임하고 중용하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오성대감 이항복이 기억을 더듬었다.

당시 상감으로 부터는 김덕령 장군에게 초승장군(超乘將軍)의 군호가 내려지지 않았소?”

장예지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러한 일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 역시 김장군을 희생시키기 위한 올가미였지요. 세자 저하의 가장 신임하는 장수란 것을 아셨기에 주저하지 않고 살해한 것입니다. 세자 저하와의 갈등을 정면으로 표출 시킨 것이지요.”

장예지는 내심 숨기고 있던 선조의 만행을 전면으로 고발하며 분노를 드러냈다.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들은 전원 왕 선조의 처사에 의분(義憤)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애 유성룡은 심기를 굳건히 다졌다. 절대 쉽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도원수가 이리 한성에 오래 머무르시면 아니 되오!”

도원수 권율이 이마를 짚었다.

그렇소이다. 난 일단 중임을 맡은 장수이니 한시도 도원수 병영(兵營)을 비워둘 수는 없는 형편이요. 명과 왜의 협정이 불안한 시기이니 만큼 돌아가지 않을 수 없소이다. 그러나 지금 이대로 어찌 안심하고 물러갈 수 있단 말이요?”

사야가 김충선도 황망히 제지했다. 도원수를 이 자리에 모시기까지 얼마나 고심을 했던가? 그로부터 확답을 듣지 않고 이리 보낸다면 그건 낭패였다.

도원수의 약조를 믿고 있습니다.”

권율의 부리부리한 눈이 사야가 김충선을 직시했다.

그건 잊지 않고 있다! 통제사의 신상에 변고가 생긴다면 우리 조선은 희망이 없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물론 명나라 군사들이 대거 배치되어 있긴 하다만, 그들의 도움을 받으면 받을수록 결국 조선은 빚만 늘어가는 것임을 왜 모르겠는가?”

바로 이것이었다. 영의정 유성룡과 도원수 권율과 같은 현자들이 진정 우려하는 것은 조선 스스로의 자주방위(自主防衛)가 되지 못한다면 사대(事大) 명국의 지배력에 신음하는 약소국가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그래서 통제사 이순신이 절실했다. 권율은 재차 무겁게 입을 열었다.

원균과 이억기 장군으로 남해바다를 수호하지 못함은 이미 우리가 임진, 계사년에 경험한 바이다. 통제사 이순신의 영향력이 전 수군의 사기(士氣)에 절대적인 것이니,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를 구원해야 함이야! 내 막중한 몸으로 멀리 한성에 올라온 연유는 바로 그것 하나에 있다!”

노장군의 판단력을 믿어 의심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이항복이 빙장의 위엄을 느끼며 평소와는 다른 진지함을 보였다.

감춰져 있던 장계가 나온다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될 것입니다. 그리 되면 통제사를 방면하는 방안이 강구되리라 생각 됩니다.”

김충선의 목적은 혁명에 있었다. 그가 진정 원하고 있는 것은 이순신의 나라였다. 김충선의 관심은 장계에 있지 않았다.

소신의 생각은 다릅니다. 동궁에서 소유하고 있는 장계를 수중에 다시 넣을 수 있는가도 의문이고, 비록 장계가 발견 되었다고 해도 통제사 이 장군님의 생사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서애 유성룡이 도원수를 대신하여 나섰다.

그것을 수중에 넣게 되면 상감마마와 담판이 가능해 질 걸세. 그건 내가 장담하지.”

이번에는 오성대감 이항복이 전면으로 나서며 김충선의 불안감을 해소 시켜주었다.

세자 저하를 설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요. 그것은 예지 낭자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지오.”

사야가 김충선이 반대했다.

예지아씨를 위험에 노출시킬 수 없습니다. 내가 동궁전으로 잠입할 것입니다.”

홍의장군 곽재우가 만류했다.

충선!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닌 거 같군. 오성대감의 뜻에 따르시게.”

장예지도 마음이 진정된 듯 오히려 김충선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세자 저하를 뵙도록 하겠습니다. 안심하세요. 장계가 존재한다면 제가 반드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녀는 김충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장계가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달랐다. 장예지는 스승 김충선이 선택하고자 하는 위험을 가로막고 싶었다. 그러하기에 이순신의 장계를 본인이 찾고자 나선 것이다. 사야가 김충선은 그런 장예지의 내심을 간파한 듯 말했다.

나와 함께 갑시다.”

서애 유성룡이 신중한 기색으로 부탁했다.

통제사를 구할 수 있는 장계를 확보하는 일이니 부디 만전을 기울여 주게나.”

여부가 있겠습니까!”

사야가 김충선이 선뜻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 뒤를 장예지가 머뭇거리다가 따랐다. 그와 더불어 행동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사야가는 동궁의 세자를 향해가며 내심 중얼거렸다.

만일 장계를 구하지 못하면, 그래서 통제사 이 장군님을 덕령 형처럼 보내게 된다면 난 결코 조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요!’

 

25장 이순신의 꿈

모반이다.
충선이 기어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왕을 시해하고 역모(逆謀)를 일으켰다.
자를 앞세워 옥문을 열고 나를 구출했다.
롭게 왕이 된 세자가 내게 왕명을 내렸다.
본 본토를 공격하라!
돌격의 거북선을 선두로 판옥선을 거느리고 출동했다.
이순신의 함대가 일본을 초토화 시키겠노라!
나의 강력한 함대는 반드시 바다를 장악하며,
불패의 신화로 마감될 것이다!

(이순신의 심중일기(心中日記) 1597년 정유년 321일 신해)
 

비명이 들려왔다. 남해의 소금기에 잔뜩 찌들은 병사들의 단말마(斷末魔)가 귀청을 찢어대고 있었다. 판옥선의 화포가 불길을 토하고 범람하는 적선의 북소리는 점점 더 메말라 갔다. 그을린 시체더미가 바다를 인육으로 뒤덮고 메케한 화약 냄새와 피비린내가 진동 하였다. 거기서 시체를 건져 올렸다. 그들의 수급을 베어 조정에 올리고 승전의 기쁨과 병사들의 공로를 인정받아야 했다. 물에 퉁퉁 불어버린 몸통에서 머리만을 베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 필요했다. 시퍼렇게 갈아 놓은 작두를 누군가가 대기 했다. 그 작두 날 사이로 머리 하나가 턱 하니 올라왔다.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낮 익은 얼굴이었다. 이순신은 작두를 밟으려는 병사를 제지 시키고 그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제 얼굴이었다.

허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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