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금난새의 ‘행복 DREAM 클래식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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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금난새의 ‘행복 DREAM 클래식 여행’
  • 안나겸 기자
  • 승인 2021.05.0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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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듣는 공간’에서 ‘혼자 듣는 공간’으로, 예술 지평 넓히다

[시사매거진275호] 봄비에 꽃망울이 터지는 3월 말,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대한민국 최고이며 제1호 지휘자인 금난새(Nanse Gum·74) 예술총감독을 만났다. 그는 현재 성남시립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겸 예술총감독을 맡고 있다.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국악 오케스트라, 합창단, 소년합창단을 아우르는 예술 정책을 총괄하며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기획하느라 발걸음이 분주하다. 그로 인해 ‘40여 분 인터뷰라는 한정된 시간을 가지고 금난새 지휘자의 의중과 삶의 철학, 예술적 가치와 지론을 깊이 있게 듣지 못해 아쉬움이 컸지만 예술은 행위의 결과로 말하는 것이기에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사진_성남시립교향악단 홍성일 부장
사진_성남시립교향악단 홍성일 부장

할로우마스(Hallowmas, hollow)라고 불리는 모든 성인의 축일자정 12, 귀신들이 하나둘 무덤에서 나와 흥겨운 파티를 연다. 이들의 등장을 알리는 46개 현의 하프(Harp)’가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면 뒤이어 콘트라베이스와 첼로가 저음으로 무겁게 누르며 온몸을 오들오들 떨게 만든다. 눈을 부라리며 달려드는 귀신과 망령의 존재를 바이올린이 섬세하게 포착하고, 작은 동물들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플롯이 날카롭게 그려낸다.

프랑스 작곡가 생상의 교향곡 <죽음의 무도>를 금난새 예술총감독이 지휘하는 성남시립교향악단이 연주했다. 원래 이 작품은 가곡으로 작곡되었고 가사는 프랑스의 시인 앙리 카잘리가 썼다. ‘지그, 지그, 지그 뒤꿈치로 박자를 취하며/ 죽음은 두드린다 묘석을/ 죽음이 깊은 밤에 타는 춤의 가락이렇게 시작되는 <죽음의 무도>는 묘석을 두드리며 망령, 망자들이 하나둘 일어나 해골의 모습으로 한바탕 춤을 추다가 여명을 알리는 닭 울음소리에 허둥지둥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위로가 되는 예술’을 전해주고 싶었다는 금난새 예술총감독은 성남시립교향악단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통해 코로나19 펜데믹을 떨치고 2021년 새봄을 활기차게 열어보자는 의미에서 '행복 DREAM 클래식 여행'을 준비했다.
‘위로가 되는 예술’을 전해주고 싶었다는 금난새 예술총감독은 성남시립교향악단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통해 코로나19 펜데믹을 떨치고 2021년 새봄을 활기차게 열어보자는 의미에서 '행복 DREAM 클래식 여행'을 준비했다.(사진_성남시립교향악단 홍성일 부장)

 

지휘자 금난새 예술총감독은 귀신들도 꿈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각각 힘자랑을 하기 위해 뼈끼리 부딪칩니다. 이때 실로폰 소리가 나며 트롬본이 돌림 연주를 시작하고, 클라리넷과 트럼펫도 나다, 너다뽐내며 제 자랑하러 나섭니다. 새벽이 오기까지 싸우고, 화해하고, 웃고, 즐기며 광란으로 춤을 추다가 날이 밝아오면 호른()’의 소리를 듣고 정지합니다. 오보에가 새벽이 왔다고 알리며 페르마타(정지, 정체)를 지시하면, 그 다음으로 퍼스트 바이올린이 잔잔하게 상황을 정리합니다. 그리고 통곡 소리를 내며 음빠빠~ 음빠빠~ ~ 투정을 부리며 망령, 망자, 귀신들이 사라집니다고 해설한다.

금난새 예술총감독은 성남시립교향악단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통해 코로나19 펜데믹을 떨치고 2021년 새봄을 활기차게 열어보자는 의미에서 <행복 DREAM 클래식 여행>을 준비했다. ‘모두 함께 듣는 공간인 오페라하우스 객석이 아니라 혼자서 듣는 공간1인 미디어 유튜브를 통해 5일간 진행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성남아트센터를 이용할 수 없는 대중을 위해 유튜브로 해설이 있는 금난새의 클래식 강연을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예술의 지평을 개척하고 있다.

현재 성남시립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겸 예술총감독을 맡고 있는 금난새. 그는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국악 오케스트라, 합창단, 소년합창단을 아우르는 예술 정책을 총괄하며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기획하느라 발걸음이 분주하다.
현재 성남시립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겸 예술총감독을 맡고 있는 금난새. 그는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국악 오케스트라, 합창단, 소년합창단을 아우르는 예술 정책을 총괄하며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기획하느라 발걸음이 분주하다.(사진_성남시립교향악단 홍성일 부장)

처음 해설이 있는 금난새의 클래식 강연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습니까?

오래전부터 예술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클래식을 좀 더 가깝게 들려주고 싶어서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기획했다. 예술가가 되고 싶은 청소년을 제대로 교육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우리 가곡 <그네>를 작곡한 아버지(금수현) 덕분에 어렸을 적부터 피아노를 배우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다. 학창시절에는 레서드 번스타인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향곡을 상세히 설명해주는 주한미군방송(AFKN, American Forces Network Korea)을 듣고 자랐다. 그것이 내 삶에 많은 영향을 주어 지휘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했고 현재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한 길만을 올곧게 가도록 만들었다.

1966년 서울대 음대 작곡가에 입학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지휘과가 없어서 졸업 후 독일 베를린 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했다. 라벤슈타인 교수를 사사하며 19779, 카라얀콩쿠르 2주간 5회 경연에 참가했다. 5회째 최종선에 오르며 베를린 필(Berliner Phil)’과 연주해 3등으로 입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 당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총감독이자 카라얀콩쿠르 심사위원장인 슈트레제만 박사는 내게 큰 관심을 보이며 ‘(유럽에 남아) 국제적인 명성을 좇기보다는 (한국에 돌아가) 클래식 불모지를 개척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임을 조언해 주었다. ‘누군가는 클래식 음악을 알리는 일을 해야 하고, 또 누군가는 그 저변을 넓히는 일에 헌신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예술가로서 무엇이 될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가 더 중요하다는 가르침이었다.

그러한 내면의 소명의식이 원동력이 되어 귀국 후인 1980년에 ‘KBS교향악단의 전신인 국립교향악단의 전임 지휘자가 되었다. 이후 12년 동안 몸담고 열정을 보였다. 그러다가 1992년 수원시립교향악단(이하 수원시향)에서 오케스트라 존폐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상임지휘자 자리를 제안했다.

예술가로서 편안한 자리에 안주할 것인가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인가 잠시 망설이다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걸어가며 이정표가 되어보자고 결심했다. 연간 10회 연주 수준에 머물러 있던 수원시향을 연간 60여 회 이상 연주하는 곳으로 발전시켰다. 시간적으로 연간행사, 월간행사, 일일 브런치 연주, 특별 이벤트 행사 등을 기획했고, 공간적으로는 수원시 외에 각 지역 예술센터와 음악당은 물론 기업의 로비와 연수원 강당 등에서 오케스트라와 실내악을 개편해 획기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이에 힘입어 1994년에는 예술의전당 측에서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를 기획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AFKN을 청취하던 학창시절로부터 47세 되던 해이니 20년 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이후 6년간 전회 전석 매진이라는 신기록을 달성했고, 청소년 예술교육에 헌신할 수 있는 포문을 열어주었다. 그동안 진행한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는 잠재적인 클래식 음악 관객을 개발하고 클래식 저변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내가 더 노력해서, 이 사회를 위해, 이 나라를 위해 그리고 더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우리 시대 예술가의 한 사람으로서 봉사하자는 마음이다. 또한 ‘대한민국 최고의 지휘자’란 수식어보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그리워하는 지휘자’로 남고 싶다.”
“내가 더 노력해서, 이 사회를 위해, 이 나라를 위해 그리고 더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우리 시대 예술가의 한 사람으로서 봉사하자는 마음이다. 또한 ‘대한민국 최고의 지휘자’란 수식어보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그리워하는 지휘자’로 남고 싶다.”(사진_성남시립교향악단 홍성일 부장)

어떠한 계기로 성남시립교향악단과 인연을 맺게 되었으며, 또 어떠한 취지를 가지고 <행복 DREAM 클래식 여행>을 진행하게 되었습니까?

4대 성남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겸 예술총감독으로 위촉된 된 것은 20141218일이다. 본격적인 활동은 2015년부터다. 그동안 KBS교향악단(1980)을 거쳐 수원시립교향악단(1992), 유라시안 필하모닉 음악감독 겸 지휘자(1998), 경희대 음대 교수(1999), 청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2000), 경기도립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2006), 인천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2010)을 거쳐 이곳으로 왔다. 이재명 전 시장(현 도지사)의 간곡한 부탁에 의해서다.

특히 이곳에서는 성남시의 예술 정책을 총괄하는 업무를 병행한다. 정책대로 조정하고 진행하면서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새로 생겼다. 그것은 성남시향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오케스트라가 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시향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그래서 성남시향은 시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오케스트라가 반드시 되어야 한다. 또한 그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줄 의무가 있다. 단원들 역시 시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각각 연주하는 태도와 자세도 중요하지만, 시민 청중의 행복을 위해 어떠한 마음으로 봉사할 것인지 심리를 갖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동안 구 성남시청 자리에 있던 예술회관(현 성남시의료원)에서 4년간 연주를 했다. 교통과 위치, 건물의 노후상태 등 여러 제반 사항과 악조건 속에서 전회 전석 티켓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더욱 교육열이 높은 곳이라 청중들의 환호와 호응이 높았다. 나름대로 보람된 시간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20202월 코로나19 펜데믹이 도래했다. 전 세계를 휩쓸며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가 나뉠 것이다고 전망했는데 실제로 예술 무대와 정책, 경영 등을 체감하는 온도가 현저히 달라졌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아트센터는 텅 비었고, 무대가 있다 해도 관객 수 역시 거리두기로 인해 제한되었다. 대다수 시민이 집안에 갇혀 두문불출한다. 모두 함께 어울려 지내는 시간보다 혼자서 소일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러할 때 위로가 되는 예술을 전해주고 싶었다. 서비스하는 마음으로 1인 청중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 잘 견디기를 바라는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유튜브를 통해 <행복 DREAM 클래식 여행>을 보여주기로 했다. 청중에게 쉽고 편하게 다가가기, 해설을 통해 클래식 친구를 만들기, 학교에 가지 않는 청소년을 방문해 음악으로 축제를 열기 등등. 수업이나 강의 대신 영상을 통해 그동안 듣고 싶어 했던 클래식 곡을 연주해 전송하였다.

처음 2020년 성남시교육청의 의뢰로 30분 분량 유튜브 2개를 제작해 제공했다. 그리고 호응도가 크게 일어 이후 영상 8개를 더 제작했다. 세계화 시대를 실감할 수 있도록 성남시뿐 아니라 유럽, 북미, 남미, 동남아시아, 그중 일부 도시 자카르타까지 13만 명 넘게 구독했다. 어려움은 있지만 그래도 새로운 시대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라 의미 있고 보람차다.

(사진_성남시립교향악단 홍성일 부장)

금난새 예술총감독님의 평소 좌우명과 향후 활동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친구처럼 주머니에 늘 넣고 다니는 문구가 있다. 바로 1961년 역사상 최연소로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F. 케네디의 연설문이다. 그는 국민 여러분,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 물어보십시오라고 했다. 이를 내 나름대로 바꾸어 세상이 나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기대하기보다 내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하라”, “국가가 무엇을 해주기보다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라는 말로 바꾸어본다.

내가 더 노력해서, 이 사회를 위해, 이 나라를 위해 그리고 더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우리 시대 예술가의 한 사람으로서 봉사하자는 마음이다. 또한 대한민국 최고의 지휘자란 수식어보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그리워하는 지휘자로 남고 싶다.

그를 위해 현재 성남시 예술총감독으로서 성남시립교향악단을 비롯해 국악 오케스트라, 합창단, 소년합창단 등 4개 부서를 맡고 있다. 또한 한국마사회 산하 농어촌희망재단이 후원하는 키도(KYDO·농어촌희망 청소년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선발된 200명의 청소년은 물론 다문화 가정 자녀들과 함께 오케스트라 연습을 한 후 세종문화회관에서 발표회를 연다. 아울러 25개 대학에서 각각 전공이 다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대학생 100여 명으로 결성된 쿠코(KUKO·한국대학생연합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고 있다.

이들과 함께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기획해 올 2021년 한해 성대한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다.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는 베토벤의 말과 같이 빠바바밤~ 빠바바밤~” 서두를 울리며 <교향곡 제5, 운명> 전 악장을 연주할 생각이다. 우리나라 젊은 음악가들은 보통 자기 혼자만의 기량은 되지만 더불어 협업하는 것이 부족하다. 함께 화음을 맞추고, 조율하고, 협연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는 융합의 시대다. 창조적인 예술가로 살아가고자 하는 젊은이라면 자기 분야만 깊게 파고들어서는 안 되고 다방면에 조화로운 탤런트적 기질을 발휘해야 한다. 독주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이들과 함께 협업하며 역량을 발휘할 때 진정으로 빛나는 글로벌 인재가 된다.
 

안나겸 기자 asj2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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