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8시간 도보로 이동하며 근무 ‘서울어린이대공원’에 디자인 거버넌스로 시범 설치

발 받침대, 120°의 편안하고 높은 등받이, 청소도구 거치대 갖춰 온전한 쉼 보장

2020 디자인거버넌스 사업 결과물(이미지_서울시)

[시사매거진] 서울시가 청소노동자의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세심한 배려로 디자인된 야외 휴게공간인 ‘휴식충전소 벤치’를 서울어린이대공원에 시범설치했다. 드넒은 공원을 도보로 다니며 일하는 청소노동자가 먼 거리의 휴게공간까지 가지 않더라도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벤치에는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는 발 받침대와 앉아서 휴식할 때 가장 편안한 각도인 120°의 등받이가 있다. 외부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온전히 휴식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등받이는 높이고, 청소도구를 보관하는 거치대도 갖췄다. 강한 햇빛을 막아줄 수 있는 파라솔도 함께 설치됐다.

서울시는 ‘청소노동자를 배려한다는 의미에서 더 나아가 당당한 쉼을  주장하고 이를 인정함으로써 서비스의 제공자와 수요자가 명확히 소통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이들의 쉴 권리를 보장하고, 공원 이용 시민을 위한 양질의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휴식충전소 벤치’는 다양한 주체들이 주도적인 참여와 소통을 통해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서울시 ‘디자인 거버넌스’를 통해 탄생했다.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한 대학생이 제안하고, 청소노동자와 디자인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 시민이 참여해 디자인을 개발했다.
 
거버넌스는 상대적으로 휴게권 보장이 어려운 외부(실외) 청소노동자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가장 적합한 시범 대상지를 물색했고, 서울어린이대공원을 최종 선정했다. 청소노동자들이 넓은 공원에서 하루 8시간을 도보로 이동하며 근무하는 곳이다.
 
서울시는 서울어린이대공원 내에서도 비교적 외부노출이 적은 곳을 ‘휴식충전소 벤치’ 설치장소로 정했다. 지난 3월 1개소에 설치를 완료했으며, 현재 추가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의 청소노동자 A 씨는 “그동안 근로 중 휴식은 당연한 권리임에도 괜히 위축되고 불편한 마음에 편하게 쉬지 못했다”라며 “지금은 나의 쉬는 시간까지 관심을 갖고 배려해주는 시민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이 디자인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더욱 더 쾌적한 환경이 될 수 있도록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시는 ‘휴식충전소 벤치’ 설치와 함께 청소노동자에 대한 시민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도 진행했다. 공원 이용 시민과 청소노동자의 인터뷰를 통해 전해진 따뜻한 에피소드를 10개의 패널로 제작, 공원 곳곳의 벤치에 부착했다. 시민 인식 개선뿐 아니라 청소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일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한편, ILO(국제노동기구)는 노동자들에게 근무시간에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설 제공을 권고하고 있다. 호주는 실외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들을 위해 쉼터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독일은 100m 이내에 5분 이내 도착할 수 있는 접근성 좋은 곳에 휴게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안전 보건법,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과 고용노동부에서 사업장 휴게시설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좋은 디자인은 인간의 심리와 행태에 대한 따뜻한 관찰에서 시작된다. 디자인거버넌스의 주제들은 대부분 공공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있거나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시민의 ‘절실한 필요’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청소노동자의 쉼을 위한 휴게공간 조성은 공공이 관심가져야 할 최소한의 환경인권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공간에 확산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여호수 기자 hosoo-121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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