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동 목사

[시사매거진273호]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서로 맞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일찍 자자고 하면 다른 한 사람은 나중에 잔다고 하고, 한 사람이 일찍 일어나서 다 준비해 놓아도 다른 한 사람은 일어나지 않고 늦게까지 잡니다. 이러니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밖에요.

그런데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은 이 세상에 잘 맞는 부부는 없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한 몸에 붙어 있는 열 손가락도 길이가 다 다릅니다. 또한, 한 어머니 배 속에서 나온 형제도 서로 맞지 않아 아옹다옹 싸우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남녀가 아무런 문제 없이 처음부터 잘 맞겠어요?

결혼생활은 '안 맞는 것이 정상'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부부는 서로의 사랑과 인내와 노력을 통해 맞춰 가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잘 어울리는 부부는 없습니다. 잘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는 부부만 있을 따름입니다. 그러니 잘 맞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지극히 정상인 것입니다.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 결혼에 실패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항변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몰랐던 것이 아니라 안 본 것입니다. 그야말로 눈에 콩깍지가 낀 것입니다.

뭐해, 어서 빨리 오지 않고라고 강압적으로 말하는 남자라 할지라도 결혼 전에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남자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결혼해서는 어떻게 됩니까?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며 폭압적인 남편으로 보입니다. 콩깍지가 벗어졌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옛날에 아내들은 살림만 잘하면 됐고, 남편들은 돈만 잘 벌어다 주면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살림만 잘한다고 다가 아닙니다.

살림도 잘해야 하고 자신도 잘 가꿔야 합니다. 건강해야 하고, 상냥해야 하고, 아이들 교육도 잘 시켜야 하고, 음식 솜씨도 좋아야 합니다.

남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돈만 많이 벌어다 준다고 인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돈도 잘 벌어다 주면서 일찍 들어와야 하고, 일찍 들어오더라도 저녁에는 외식도 해야 하며, 시시때때로 아내에게 선물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행복해 보이는 가정일수록 그 안에 더 많은 문제가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더 많은 위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어느 집이나 똑같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못 참는 사람은 속이 덜 썩었고, 잘 참는 사람은 속이 더 썩었는지도 모릅니다. 행복한 사람은 속이 썩은 사람, 불행한 사람은 속이 썩지 않은 사람이라는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렇듯 결혼생활은 좀 거칠게 말하자면, 썩는 겁니다. 그러면 거기에서 싹이 나고 순이 자라 열매 맺는 나무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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