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발표
2025년까지 서울 32만 호, 전국 83만 호 주택 부지 추가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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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73호] 지난 24, 25번째 변창흠표 부동산 공급대책이 발표됐다. 이번 대책은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지자체·공기업이 주도해 2025년까지 서울 32만 호, 전국 83만 호 주택 부지를 추가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2·4 부동산 대책에서 내 집 마련 불안을 크게 느끼고 있는 현시점을 인정하고, 국민이 원하는 입지와 유형의 주택을 도심 내에 공급하는 획기적인 방안과 4차 산업혁명, 제로에너지 등을 담은 고밀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의 개발 수단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공공이 주도하겠다는 내용이 바로 이번 대책의 핵심 내용이었다.

 

부동산 전세난은 언제까지?

문재인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3주가 넘었다. 그사이 다소 모호했던 공급 대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경기도 광명·시흥과 부산 대저, 광주 산정에 모두 10만 천 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진 그리 성공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부동산 대책에 흔히 따라붙는 실효성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재산권 침해 논란에 더해 여론조사를 보면 기대 효과에 대해 아직 갸우뚱한 의견이 더 많다. 정책이 한 번 신뢰를 잃으면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세라는 임대차 계약은 다른 나라에선 사례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형태다. 최소한 국가 단위로 많은 계약이 이뤄지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밖에 없다. 많은 학자는 전세의 기원을 조선 시대 전당 제도로 본다. 일본강점기 이후 농촌 인구가 서울로 몰리면서, 관습적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미군정 때 법률자문관이었던 찰스 로빈기어가 전세권을 인정했고, 이후 1958년 제정된 민법을 통해 전세권이 제도화됐다. 쉽게 말하자면 집주인이 월세 없이 집을 빌려주는 대신, 이자 없이 목돈을 빌려 쓰는 형태인 것이다.

그렇다면 전세는 왜 다른 나라에선 찾기 어려운 제도일까? 기본적으로 전세는 임차인에게 대단히 유리한 계약이기 때문이다.

이 독특한 임대차 계약은 1970년대와 1980년대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임대차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게 된다. 일단 수도권에 수요가 몰리면서, 부족한 주택 물량을 보완하는 기능을 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성장세가 주춤해지면서 임대차 시장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경기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지속해서 낮추면서, 집주인이 전세를 내놓을 이유가 줄어들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대응까지 겹치면서 역대 최저 수준까지 기준금리가 하락했다. 이제는 전세난, 더 심하게는 전세 대란이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게 됐다. 전세의 종말이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위 표에서 갑자기 급등하는 구간은 임대차법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한때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한 주에 0.3%나 오르기도 했다. 전셋값이 5억 원이라고 가정할 때, 32주가 지났더니 55천만 원이 된 것이다. 8개월이 조금 안 되는 시기에 전셋값이 무려 10%가 넘게 오른 것이다. 매주 0.3%씩 오르지는 않았지만, 절대로 조금 오른 수준의 변동률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철저하게 규제 위주의 정책이었다. 공급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임대차 3법도 전세난에 기름을 부었다. 여러 내용을 담고 있지만, 집주인의 권리를 제한하고, 세 들어 사는 사람의 권리를 대폭 신장한다는 내용이다. 얼핏 들으면 좋은 정책 같지만, 결과는 크게 달랐다. 물론 계약 연장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집주인이 신규 계약금을 크게 올리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결과적으론 집주인의 실거주 등으로 공급이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부동산 시장의 불안은 정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벌어진 측면이 있다", "특히 전세 대책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수요와 공급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강당에서 열린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이번 25번째 대책은 어떨까?

여전히 전세난을 해결하긴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대규모 공급을 예고한 만큼, 자기 집을 사지 않고 분양을 기다리는 실수요자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 실제로 공공주도 재개발이 이뤄지면 그 기간 원래 거주하던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한다. 잠시 살 집을 전세로 구하려고 할 것인데, 그만큼 전세 수요는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전세난은 현실화 된 일이고, 전세 소멸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대안을 마련하긴 해야 하지만, 정부에서도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은 곧, 사실상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뜻을 의미하기도 한다.

 

안정과 반등의 기로에 선 주택시장

지난달 줄곧 줄어들던 주택 가격 상승 폭이 3주 만에 제자리에 멈춰 섰다. 최근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에 상승세가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달 봄 이사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집값과 전셋값이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전국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25%를 기록했다. 2·4대책이 발표되기 직전인 지난달 10.28%에서 80.27%, 150.25%로 상승 폭이 감소하다가 보합을 나타냈다.

서울(0.08%)과 경기(0.42%)는 전주와 같은 상승률을 보이며 보합에 머물렀지만, 인천은 전주(0.34%)보다 상승 폭이 0.05% 확대되며 0.39%를 기록, 수도권의 상승세(0.3%0.31%)를 이끌었다.

지방도 전주와 같은 0.20%에 머물렀다. 제주(0.2%0.23%), 세종(0.16%0.19%), 경남(0.1%0.13%), 대구(0.42%0.44%), 대전(0.39%0.41%), 강원(0.19%0.2%), 광주(0.06%0.07%), 전북(0.01%0.02%) 8개 시도에서 상승 폭이 늘었다.

그런데도 전남(0.02%-0.04)이 크게 하락한 데다 울산(0.16%0.12%), 경북(0.2%0.17), 부산(0.27%0.25%) 등이 소폭 하락, 충북(0.21%0.21%), 충남(0.18%0.18%) 등은 보합을 보여 불안한 균형을 이뤘다.

매수 심리는 조금 다르게 움직였다. 지난달 22일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9.8로 전주(110.6)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지난해 11월 마지막 주 100.2100을 넘긴 뒤 지난달 둘째 주까지 10주 연속 올랐다.

아직까지 서울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지 못해 불안한 수요자들은 여전히 많다. 하지만 서울이 2023~2024년을 전후로 중장기 하락장에 빠질 가능성이 크며, 그 이후 서울에 진입하기 좋은 타이밍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사진_뉴시스)

그 이후 2(3110.6, 4109.8) 연속 내려갔다.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수요보다 공급이, ‘200’에 가까울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수도권도 비슷한 상황이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지난달 둘째 주 118.8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27월 이후 최고를 기록한 뒤 셋째 주와 마지막 주 모두 118.2로 최고점 대비 0.6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마지막 주 124.3으로 2주 연속 지수가 떨어진 경기도와 달리 인천은 114.0으로 전주(110.3)보다 지수가 더 오르며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전셋값 상승률은 전국(0.19%0.19%)과 수도권(0.18%0.18%) 각각 보합 지방(0.2%0.19%)은 감소했다. 그러나 전국에서 인천(0.24%0.32%), 전북(0.04%0.12%), 경남(0.15%0.17%)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에선 하락 또는 보합을 나타냈다.

정부는 2·4대책에도 집값이 확연한 안정세를 보이지 않자 지난달 241차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발표를 시작으로 매달 공급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로써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봄 이사철이 도래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주택시장의 변동성이 다시 확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봄 이사철로 접어들면서 전세수요가 급증,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며 상승 폭이 동반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서울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지 못해 불안한 수요자들은 여전히 많다. 하지만 서울이 2023~2024년을 전후로 중장기 하락장에 빠질 가능성이 크며, 그 이후 서울에 진입하기 좋은 타이밍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2025 서울주거종합계획에 따르면 20183월 기준으로 시행 중인 정비사업 593개 중에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지어지는 정비사업 물량은 338,688호다. 이에 반해 2026년 이후 건립되는 물량은 총 47,802호에 그친다. 서울에서 결혼으로 발생하는 가구가 연 5만 가구 내외이므로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지어지는 338,688호도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2026년 이후 건립되는 47,802호는 갈수록 줄어드는 결혼 추세를 고려해도 지나치게 적다. 서울시 설명대로 2025년 이전에 완공될 것으로 추산한 물량 중 일부가 2026년 이후로 늦춰진다고 해도 적정 공급량과는 여전히 격차가 큰 수준이다. 이는 서울시가 2012년 이후 적극적인 뉴타운 출구전략 시행으로 394개 정비 구역이 해제된 여파가 2026년 이후 나타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94개 정비 구역 해제 물량은 무려 248,893호로 분당의 2.6배에 이르는 물량이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순차적으로 진행을 했다면 2020년대 후반부에 신규 공급으로 나타났을 수 있었던 물량이 사라진 셈이고 이는 2026년 이후 공급 절벽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문제는 봄 이사철이 도래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주택시장의 변동성이 다시 확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봄 이사철로 접어들면서 전세수요가 급증,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며 상승 폭이 동반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사진_뉴시스)

 

여러 가지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자.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금 규제 완화를 대안으로 꼽았다. 권 교수는 "취득세와 보유세, 양도세까지 모두 올려 다주택자가 집을 팔지도, 가지고 있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일시적이라도 이를 완화해 주택 처분의 길을 열어줘야 매매 시장이 정상화되고, 전세 시장까지 안정화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생애 최초 특별공급 등에서 해당 지역 거주자를 우대해주다 보니, 그 지역에 전세 수요가 과도하게 몰리는 경향이 있다이 기준을 완화한다면 수요를 분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다만 이는 기존 거주자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효과는 있겠지만, 논란이 큰 정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은 단기간에 전세 공급을 늘릴 대책은 없다고 봐야 한다, “공급이 어렵다면 어차피 전세로 공급되는 물량 자체는 있는 만큼, 전셋값이 오른 만큼을 집주인이 부담하게 하면 전셋값 급등을 막을 수 있고, 수익에 대한 대가도 치르게 하는 '일거양득'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봄을 맞이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이사나 청약을 앞둔 가운데,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 어떤 변화가 올지, 또 어떤 대책으로 무주택자들의 마음을 달래줄지 기대를 해본다.

주택 문제는 저금리, 유동성, 소득·가구증가 등 많은 요소가 있지만, 상당 부분은 심리적인 요소가 클지도 모른다. 사회의 갈등, 계층의 문제, 지역 불균형 문제 등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월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_기획재정부 제공)


김현지 기자 thsu3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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