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주기인가 정당한 법적용인가

[시사매거진272호]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관이 핵심 물증인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덮은 사실이 드러났다. 폭행 사건 다음날 블랙박스 업체에서 영상을 복원했고 수사관에게도 보여줬지만 영상 못 본 것으로 할게요라며 묵살했다는 것이다. 애초 경찰은 영상의 존재를 부인했다. 최승렬 국가수사본부장 직무대리는 지난달 25지난해 연말 해당 사건에 관해 언론에 설명했는데 일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국민들께 상당히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사건의 추이를 따라가 본다.

(사진_뉴시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폭행사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변호사 신분이었던 지난해 11월에 발생한 택시기사를 폭행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6일 경찰은 이 차관이 택시기사를 폭행했다는 신고를 받았다고 한다. 당시 택시기사는 목적지에 도착해 술에 취해 잠든 상태였던 이 차관을 깨우자, 이 차관이 욕을 하며 멱살을 잡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동한 경찰은 이 차관의 신분을 확인했고, 추후 조사하기로 하고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후 택시기사는 처벌 불원서를 제출했고, 경찰은 단순폭행죄가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이 차관을 입건하지 않고 내사 종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지 않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이 아닌, 단순폭행죄로 사건을 처리한 이유와 관련해 기존 판례와 택시기사의 진술 번복 등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가법 상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협박한 사람은 가중처벌을 받게 되고, 여기엔 반의사불벌죄도 적용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교통안전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주정차할 경우는 (운행 중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다)”면서 “(택시기사가 추후) 운행 중이 아닌데, 운행 중이라고 과장해서 신고했다는 식으로 (진술을) 번복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그 당시에는 이 차관이 그냥 변호사였고, 그 분이 (정확히) 누군지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이종배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대표가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용구 택시기사 폭행 사건’ 관련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이 차관을 깨우기 위해 택시를 정차한 것은 운행이 종료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 10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 차관을 대검에 고발했다. 아울러 이 사건을 내사 종결한 수사팀을 직무유기로, 내사종결을 지시한 성명불상자를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에 수사의뢰했다.(사진_뉴시스)

이 차관의 사과, 경찰청장 법 적용에 잘못이 없었다

이 차관은 지난해 1221일 출입 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개인적인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하다라며 택시 운전자분께도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는 제 사안은 경찰에서 검토를 해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공직자가 된 만큼 앞으로 더욱 신중하게 처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경찰청을 항의 방문을 하고 경찰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에 대해 법 적용에 잘못이 없었다는 취지로 응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고발에 중앙지검 형사부에 배당

지난해 1223일 검찰은 이 차관의 논란과 관련해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등이 이 차관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5(부장검사 이동언)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이 차관을 깨우기 위해 택시를 정차한 것은 운행이 종료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 10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 차관을 대검에 고발했다. 아울러 이 사건을 내사 종결한 수사팀을 직무유기로, 내사종결을 지시한 성명불상자를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에 수사의뢰했다.

검찰 관계자는 직접수사 또는 경찰 수사지휘 여부 등은 배당받은 부서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완수(가운데) 간사와 소속당 위원들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변호사 시절 택시기사 음주 폭행 사건과 관련해 처벌하지 않은 것을 두고 경찰청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들어서고 있다. 오른쪽부터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 박완수 간사, 서범수 의원. 이들은 “경찰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에 대해 “법 적용에 잘못이 없었다”는 취지로 응대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_뉴시스)

블랙박스 영상에 대한 논란

지난달 24일 이 차관의 폭행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 당시 담당 수사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무마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경찰이 진상조사단을 편성했다. 당시 택시기사 조사를 맡았던 담당 수사관은 대기발령 조치됐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서초서 담당 수사관이 (지난해) 1111일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다는 보도 내용이 일부 사실로 확인돼 이날 대상자를 대기발령 조치했다면서 국가수사본부장 지시에 따라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을 편성,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담당자가 해당 영상 존재 여부를 알게 된 시점, 서초서 팀장·과장·서장에게 보고 여부 등 관련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진상조사단은 총 13명으로 구성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편 경찰의 대처가 나오기 전날 모 종편 매체는 30초 분량의 휴대폰 저장 영상을 택시기사 A씨가 경찰 출석 조사 당시 수사관에게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당시 서 있는 상태가 맞네라면서 영상은 그냥 안 본 것으로 할게요라고 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는 사건 다음 날 이 차관에게도 이 영상을 보내준 것으로 전해졌다.

그 동안 경찰은 이 차관의 폭행 사건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혀왔다. 객관적 증거 자료가 없기 때문에 사건을 내사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차관의 답변

이 차관은 지난달 2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면서 경찰 고위층과 연락한 적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찰 고위층과 연락한 적 없다고 답했다.

전날 이 차관은 변호인을 통해 택시기사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블랙박스 영상은 이 사건 실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므로, 어떤 경위에서건 수사기관에 제출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차관은 출근길에 영상이 제출돼서 다행이라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객관적인 진실 발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운행 중이 아니었다고 확신하는지를 묻는 말엔 그렇게 나오는 것 같은데, 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폭행에 대해서는 인정하는지를 묻자 지금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데, 조사 중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합의금은 얼마였는지를 묻는 질문엔 사적인 거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 사건 당일 택시에 탔던 장소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자택 앞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답을 피했다. ‘어떤 대화를 했는지등의 질문에도 기억 안 난다고 답변했다.

택시기사 사건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25일 오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차관은 ‘폭행에 대해서는 인정하는지’를 묻자 “지금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데, 조사 중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합의금은 얼마였는지를 묻는 질문엔 “사적인 거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사진_뉴시스)

블랙박스 영상에 대한 경찰의 사과

최승렬 경찰 국가수사본부장 직무대리는 지난달 25일 경찰청 출입기자단 정례간담회에서 당시 블랙박스 영상 일부를 확인하고도 거짓 해명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경위에 대해서는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또 거짓 해명 사유에 관해서는 허위보고인지, 미보고인지는 모르지만 (담당 수사관이 윗선에) 보고를 안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보고 계통에 관한 부분을 포함해서 서울경찰청 진상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앞서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 공개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자 영상이 지워져 확인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최 직무대리는 당시에는 SD카드 녹화가 없었다는 것을 얘기했던 것이라며 직원, 과장 조사를 토대로 했던 것인데, 직원이 얘기하지 않았던 부분이 이번에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당시 수사관들은 이 차관의 법무부 법무실장 이력을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서초서 직원들은 (이 차관이) 변호사였을 뿐이지 법무실장을 지냈다는 것은 예상하기 쉽지 않았고 몰랐다고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기존 경위 조사에 대해 담당 형사 진술이라든지 그런 부분을 토대로 했던 것이라며 수사관 휴대전화 조사 여부에 관해서는 그것은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택시기사 등에 대한 조사 여부에 관해서는 “(경찰 내사종결) 이후에 검찰에서 고발장을 받아 수사에 착수한 사건이어서 접촉하는 게 오해 소지가 있는 부분일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입장을 밝히고는 싶으나 법 개정으로 수사 관련 사안에 발언하는 것은 제한된다국수본의 진상조사와 엄정조치 결정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경 수사권 조정으로 올해부터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책임 수사를 강조한 경찰을 향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경찰은 해당 수사관을 대기발령하고 진상조사단을 구성했지만 뒷북 조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과 경찰은 한 점의 의혹도 없도록 수사관의 보고를 받은 경찰 간부들을 모두 수사해 엄정하게 사법 처리해야 할 것이다.

 

박희윤 기자 bond00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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