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뿐인 층간 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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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뿐인 층간 소음
  • 여호수 기자
  • 승인 2021.02.0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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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집콕’ 늘자 2020년 층간 소음 민원 61% 급증…걷거나 뛰는 발소리 민원 1위
이웃 간 분쟁에서 범죄 낳는 사회문제로 대두된 ‘층간 소음’
입주민 간 배려 강요하기보다, 건축 기준 개선과 지침 마련 등 제도적 정비해야…

[시사매거진272호] 최근 개그맨 이휘재의 부인이자,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는 문정원이 SNS상에서 질타를 받고 있다. 문 씨의 SNS 게시물에 이웃 주민이라 주장하는 한 네티즌이 등장해 지속적인 ‘층간 소음’에 대해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그는 이미 몇 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나, 지속되는 문제에 공개적으로 댓글을 남겼다고 밝혔다. 이에 문 씨는 사과문을 게재하며 해명에 나섰으나, 비난 여론이 계속되자 SNS활동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이미지_뉴시스)
(이미지_뉴시스)

대중의 사랑을 받고 사는 연예인들도 피해 갈 수 없는 문제 ‘층간 소음’은 비단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단순 이웃 간 일상의 분쟁 정도로 여겨졌던 층간소음은 이제 첨예한 대립을 조장하는 사회문제가 되어, 보복범죄를 낳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2019년 5월 층간소음 문제로 40대 남성이 아래층에 살던 주민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사건이 발생했으며, 지난해 3월에는 층간소음 문제로 입주민 사이에 싸움이 발생해 옆집 주민을 살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층간소음이란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 입주자 또는 사용자가 걷거나 뛰는 행위 등으로 발생하는 직접충격 소음이나, 음향기기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공기전달 소음으로 다른 입주자 또는 사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소음을 말한다.

다만,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 제1항에 의해 욕실과 화장실 및 다용도실 등에서 급수·배수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은 층간소음의 범위에서 제외된다.

사람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소음만이 층간소음에 해당하는 것인데, 보통 어린아이가 뛰는 소리가 40데시벨, 성인이 뛰는 소리가 55데시벨 수준이다. 층간소음이 인정되는 소음 크기는 주간엔 1분간 평균 43데시벨, 야간엔 1분간 38데시벨을 넘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고의성이 없다면 처벌이 어렵다.

‘이웃사이센터’는 지난해 방문 상담을 실시, 층간소음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였다. 그 한 결과, ‘뛰거나 걷는 소리’가 61.4%로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망치 소리(4.7%), 가구 끄는 소리(4.6%), 문 개폐(2%), 악기연주(1.1%) 등이 뒤를 이었다. 기타 층간소음으로는 부엌조리, 운동기구, 원인불명 등이다.(이미지_시사매거진)
‘이웃사이센터’는 지난해 방문 상담을 실시, 층간소음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였다. 그 한 결과, ‘뛰거나 걷는 소리’가 61.4%로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망치 소리(4.7%), 가구 끄는 소리(4.6%), 문 개폐(2%), 악기연주(1.1%) 등이 뒤를 이었다. 기타 층간소음으로는 부엌조리, 운동기구, 원인불명 등이다.(이미지_시사매거진)

코로나19로 61% 늘어난 층간소음 민원 건수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층간소음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외출 자제권고에 따라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이 이루어지면서 하루 중 집에 머무는 시간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발표한 ‘최근 5년간 층간소음 민원 접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층간소음 민원 건수는 4만2250건으로 지난 2019년(2만 6257건)보다 무려 61% 늘었다. 층간소음 원인으로는 ‘뛰는 소리 및 발걸음 소리’가 전체의 68.1%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층간소음 ‘불편’에서 보복성 범죄의 ‘공포’로

층간소음으로 인한 불편은 위아래에 사는 입주민만이 겪는 고통에서 끝나지 않는다. 층간소음에 불만을 품고 일부러 ‘맞소음’을 내는 ‘보복성 층간소음’이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윗집의 층간소음에 맞서기 위해, 우퍼스피커를 천장에 설치하여 음악을 틀거나, 고무망치로 천장을 두드리는 등의 층간소음 복수방법이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기도 한다. 이웃이 ‘무심코 낸 소리’에 불만을 품고 ‘고의로’ 소음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보복성 소음으로 인한 고통이 다른 입주민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점이다. 보복성 소음은 특정 집으로만 향하지 않으며, 온 동네에 울려 퍼지게 된다. 나아가 단순히 소음뿐 아니라, ‘이웃 간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실제로, 보복 행위는 단순히 소음을 소음으로 대응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중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3월, 대전 동구에 사는 40대 A씨는 층간소음 문제로 시비 끝에 이웃인 60대 여성 B씨를 살해하고, B씨의 아들인 40대 C씨를 다치게 한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2013년 인천 부평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집주인과 세입자가 다투다, 집주인이 집에 불을 질러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_뉴시스)
2013년 인천 부평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집주인과 세입자가 다투다, 집주인이 집에 불을 질러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_뉴시스)

보가 없는 ‘벽식 구조’가 층간소음의 근본적 원인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는 층간소음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왜 서로 다른 집에 사는데, 소음은 그토록 잘 들리는 것일까?

사실 층간소음의 원인을 한가지로 꼽기는 어렵다. 소음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잡한데, 주로 층간소음에 취약한 건설기준과 실효성이 떨어지는 공동체 관리규약, 미비한 분쟁 해결 제도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아파트 구조 자체를 층간소음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일반 공동주택을 건설할 때 흔히 쓰이는 구조가 ‘벽식’ 구조다. 벽식 형은 벽이 아파트 상층 무게를 지탱하는 구조인데, 수평의 힘을 지탱할 수 있는 ‘보’가 없어, 진동이나 소리가 벽을 타고 내려온다. 기둥과 보를 쓰는 ‘기둥 구조’ 공법보다 층간소음에 취약해 이웃집의 소리가 더 잘 들리는 것이다.

실제 건축법마다 ‘내구연한’이라는 것이 적용되는데, 해외의 경우 내구연한의 한도가 100년 정도 되는 기둥 구조의 건축물이 많은 반면, 우리나라에는 내구연한이 3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벽식구조가 많다.

그렇다면 건설사는 왜 층간소음에 취약한 벽식 형으로 아파트를 지은 것일까?

보를 빼는 벽식구조로 아파트를 지으면 공사비용을 줄이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를 설치하고 바닥 두께를 늘리면 층간소음을 경감 할 수 있지만, 이는 건설사 입장에서 시공비가 많이 들어가게 되는 요인이 된다. 또한, 층마다 누적된 보의 높이만큼 층수를 더 올리면 분양 세대수가 늘어나 건설사의 수익과 연결된다.

이 외에도 건축 시 저렴하고 검증되지 않는 자재를 사용하거나, 충격을 완화하는 자재를 덜 사용하는 것 역시 층간소음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2017년 울산에서 층간소음에 항의하는 아랫집을 찾아가 출입문과 주차된 차량을 부순 강모(47)씨가 특수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사진_뉴시스)
2017년 울산에서 층간소음에 항의하는 아랫집을 찾아가 출입문과 주차된 차량을 부순 강모(47)씨가 특수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사진_뉴시스)

해외의 층간소음 대처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겪는 나라는 비단 우리뿐이 아니다.

유럽환경청은 소음 노출로 인한 심장 문제로 매년 최소 1만 명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했으며, 소음을 미세먼지 다음의 위해 환경요인으로 꼽았다. 해외 국가에서도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하고 있으며,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독일은 연방질서위법 제117조 제1항에서 공공이나 이웃을 괴롭히거나 타인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불필요한 소음을 배출한 사람에게 최대 5,000유로(한화 약 673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임대차 계약서에도 임차인이 지속적으로 층간소음을 유발할 경우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퇴거를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을 두고 있다.

미국 뉴욕주의 경우, 타인의 생활을 방해할 정도의 지속적 소음을 낼 수 없도록 규제하는 주(州)법을 시행한다. 해당 법에 따르면,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층간소음 신고를 받으면 소음을 내는 가해자에게 2회까지 경고하고, 경고 누적횟수가 3회 이상일 경우에는 가해자를 강제 퇴거 조치까지 할 수 있다.

 

층간소음에 대처하는 방법

우리나라에도 층간소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법적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 제2항은 관리 주체에게 층간소음 피해를 끼친 입주민에 소음 발생을 중단하거나 차음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층간소음이 계속 발생할 경우, 층간소음 이웃센터를 통해 전화 상담 및 층간소음 갈등 완화를 위한 방문 상담 및 소음측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환경분쟁 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도 있다. 환경분쟁 조정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상대방 의견서 수신, 전문가 현지 조사 및 합의 유도, 소음측정 자료 제출, 위원회 개최 및 결정의 순으로 진행된다. 소송에 비해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며, 적은 비용으로 피해 사실 입증을 해주기도 하지만, 위원회의 결정에 강제력이 부여되진 않는다.

또한,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21호는 악기, 라디오, 텔레비전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 소리로 떠들고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도록 인근 소란죄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끝으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경범죄 처벌법은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에서 끝나고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그마저도 처벌이 어렵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 역시 층간소음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아, 승소를 기대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2019년 7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국토교통위원 주최로 열린 공동주택 층간소음 정책토론회에서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2019년 7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국토교통위원 주최로 열린 공동주택 층간소음 정책토론회에서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법안 개정의 필요성

이에 정부는 지난해 6월, 층간소음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늦어도 2022년 7월부터 시공 이후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확인하는 ‘사후 확인제도’가 도입된다. 

앞서 지난 2005년부터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인정받은 바닥구조로만 사용하도록 규제하는 ‘사전 인정제도’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이는 층간소음 차단성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층간, 벽간 소음 문제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번에 도입된 사후 확인제도는 사용검사신청 전 단지별로 샘플 세대의 바닥충격음 차단성능 평균값을 사용검사권자가 확인하도록 의무화하고, 경량·중량 충격음이 일정 수준 이하가 되도록 권고하고, 기준 미달 시 사용검사권자가 저감재 추가 설치 등 보완 조치한다는 내용을 포함되었다.

소음으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배려와 양보를 구하기보다는, 입법적 노력을 통해 설계·시공·감리에 있어 소음을 예방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법안을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게 마련해야 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할 것이다. 

여호수 기자 hosoo-121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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