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동 목사

[시사매거진272호] 저는 단 한 번도 아내를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아내가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이렇듯 부부 사이에 꼭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이 배신으로 돌아올 때가 있습니다.

실험을 했습니다. 쥐 앞에 물 한 잔과 술 한 잔을 놓았습니다. 쥐는 무엇을 마실까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쥐가 물을 마실 것이라는 사람과 술을 마실 것이라는 사람으로 나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쥐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물만 마십니다. 

그런데 왜 어떤 사람은 쥐가 술을 마신다는 것에 손을 들었을까요? 그 이유는 자기 식대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술을 좋아하니까 쥐도 술을 마실 거라고 판단한 거지요.

이렇듯 의처증이나 의부증은 자기 의심을 아내나 남편에게 투영시키는 것입니다. 내가 나를 믿으면 아내(남편)를 믿습니다. 스스로 못 믿으면 배우자의 모든 것이 의심되는 상황이 전개되는 거지요.

그래서 보통은 아내가 늦게 들어오면 '아, 아내에게 무슨 일이 있구나!'라고 걱정을 하게 마련인데, 의처증이 있으면 '어느 놈이랑 수작을 부리고 있구나!"라고 의심을 하지요. 이게 자기 방식이라는 겁니다.

사람은 자기 기준에 따라 상대방을 판단합니다. 다른 사람을 보는 눈이 곧 내가 나를 보는 눈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성격이나 성향이 불안도가 높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서 의처증이나 의부증이 생기기 쉽겠지요.

아내들이 제일 걱정하는 것이 돈입니다. 내일 아이가 준비물을 산다고 돈을 달라고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합시다. 그런데 돈이 없어요. 그럼 보통 아내들은 오늘 저녁부터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걱정에 또 걱정하면서 새벽까지도 걱정 때문에 잠을 설칩니다. 체력이 좋으면 꼬박 밤을 새워서라도 고민할 것입니다. 문제는 그래도 돈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거지요.

반면에 오늘은 일찍 자고 내일 걱정하는 아내들이 있습니다. 어차피 잘 거 초저녁까지만 걱정하고 자는 편이 낫지 않겠어요? 인생을 살다 보면 깨닫게 됩니다.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했구나"라는 것을요. 세상에 100가지 걱정이 있다면 그중에서 1가지는 그 걱정이 맞을 수가 있어요. 하지만 나머지는 거의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말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시댁 편만 들 때, 빚이나 보증 등 돈 문제를 숨겼을 때, 또는 바람을 피웠을 때 남편에게 배신감을 느낍니다. 부부 사이가 꺼림칙하다는 것은 이미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는 원인이나 문제에 대한 개념이 남편과 아내 사이에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남편들은 아내들이 걱정할까 봐, 돈 문제에 대해 말을 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터지고서야 비로소 아내에게 말을 하지요. 그러면 아내는 왜 미리 말하지 않았느냐고 닦달합니다. 

아무리 사소한 돈 문제라도 아내에게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아내가 알게 되었을 때라도 다시 한번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돈 문제는 서로 알고 있는 것이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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