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태어나기까지의 고통과 사랑의 기록

‘솔제니친문학상’에 빛나는 바를라모프의 소설

저자 알렉세이 바를라모프 | 옮김 라리사 피사레바, 전성희 | 출판사 상상

[시사매거진] 새로운 러시아의 탄생을 깊은 통찰력과 상징으로 그려낸 바를라모프의 소설 '탄생'이 드디어 한국 독자를 만나다.

알렉세이 바를라모프의 소설 '탄생'은 서로에게 소원했던 부부가 어느 날 기적처럼 아기를 임신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이의 탄생은 기쁨이며 희망이다. 그러나 서른다섯 살에 예상치 못한 첫 임신을 하게 된 여자는 모든 것이 낯설고 불안하기만 하다. 자신이 아버지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남자 역시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구소련이 붕괴되고 자본주의를 향해 새로운 노선을 걷게 된다.

그 과정에서 구소련의 낙후된 현실과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급기야 1993년 옐친 대통령이 의회 건물을 폭파하는 ‘검은 10월’ 사건이 발생하고 많은 인명 피해를 입었다.

소설 속에서 여자는 남자와 함께 텔레비전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며 유리가 깨지고 전기와 물이 끊긴 집들과, 텅 빈 가게들, 사람의 무리, 총격 등을 떠올리며 ‘만일 이럴 때 출산을 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 하며 불안해한다.

'탄생' 곳곳에서는 이런 불안정한 상황들이 배경으로 묘사된다. 책에는 한 아이의 탄생의 과정을 통해, 구소련의 붕괴 이후 새로운 러시아가 태어날 때까지 그 과정이 혼돈과 불안의 연속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회복되고 다시 러시아를 재건하리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책에서 작가는 자신의 아들의 출생에 얽힌 일을 소설로 풀어내는 동시에, 구소련의 그늘을 날카롭게 비판해 낸다.

여호수 기자 hosoo-121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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