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ESG에 따른 투자 판단의 중요성 부상
서울 삼성동 ‘오토웨이타워’ 등 한국에서도 ESG를 기반으로 한 건물 계속해서 등장

[시사매거진] 다사다난한 한해였던 2020. 코로나 바이러스로 언택트’, ‘온택트라는 새로운 생활방식이 생겨나면서 산업구조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 팬데믹과 함께 세계적으로 폭우, 태풍, 기온상승 등 급격한 기후 변화로 환경에 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많은 기업의 경영 트렌드를 바꿔 놓았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기업을 보는 안목도 크게 바뀌었다. 자산시장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투자방식에 대한 재테크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부동산 시장에서도 떠오르는 투자방식이 되어가고 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KB금융그룹 국제컨퍼런스-2020 ESG 글로벌 서밋:복원력 강한 경제와 지속가능한 금융의 길'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지난 기업의 전통적인 방식은 재무적으로 큰 성과를 이루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적으로 양심적인 기업,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기업이 착한 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ESG(Environment, Social Responsibility, Governance)’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최근 기업 평가는 물론 투자 대상 선정에서도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ESG는 기업과 자산의 비재무적 요소가 아닌 재무적인 요소로 바뀌고 있다. 201418조 달러(한화 약 19,737조 원)였던 글로벌 ESG 투자 규모는 2030100조 달러(한화 약 109,6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ESG 투자의 대부분은 주식과 채권 등 전통 자산이 차지하고 있다. 이 중 부동산의 비율은 3%에 불과하다. 하지만 부동산 자산군에서도 ESG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건물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40% 비율을 차지한다. 부동산은 한편 자연재해 등 기후 변화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자산으로 꼽히기 때문에 부동산을 재테크로 하는 사람들은 ESG에 많은 초점을 투고 투자하는 추세다.

 

ESG(Environment, Social Responsibility, Governance)

ESG E(Environment)는 환경보호를 나타내는 말로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자원 절약이나 재활용을 촉진하는 등 청정기술, 스마트 성장을 기본으로 한다.

S(Social Responsibility)는 사회공헌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노동환경을 개선, 사회 안전을 배려하는 고용 평등 및 다양화를 기본으로 한다.

G(Governance)는 윤리경영으로 법과 윤리를 준수하고, 투명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ESG 투자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전략

내용

네거티브 스크리닝

ESG관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산업/기업을 포트폴리오 등 구성에 배제하는 방식

포지티브 스크리닝

우수한 ESG 성과를 보이는 기업 등을 선별하여 투자하는 방식

규범기반 스크리닝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범에 입각하여 충족 여부를 투자심사에 반영하는 방식

ESG 종합투자

투자의사결정을 위한 재무분석 프로세스에 ESG 요소를 체계적명시적으로 융합시키는 방식

지속가능 테마투자

지속가능한 관련 테마(청정에너지, 녹색기술, 지속가능 농업 등)의 자산,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

임팩트 투자

사회, 환경문제를 해결하여 긍정적인 영향을 이끌어내기 위해 수익에 국한하지 않고 투자하는 방식

경영참여 및 주주행동

ESG에 맞는 기업경영을 위해 주주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영향력을 행사(의결권 행사, 기업과의 대화, 주주제안 등)하는 방식

ESG라는 용어가 생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 맞춰 나온 방식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실천되어 오던 방식이다.

1950년대 미국 전기노동자협회가 운용 자금을 주택 프로젝트에 투자하거나 유나이티드광산근로자조합이 의료 시설에 투자한 것 등이 ESG의 초기 실천 사례다.

197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탄압 정권(Apartheid regime) 사례는 ESG가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다. 미국의 레온 설리번 목사는 1971년 설리번 원칙이라는 윤리 강령을 설립하고 이에 어긋나는 남아공 기업에 투자한 미국 기업을 조사했다. 미국 정부는 이를 토대로 남아공의 많은 기업에 투자 금지 조치를 했고, 정권이 퇴출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2006년 유엔의 책임투자원칙(PRI) 주도로 원칙이 제정되고 이에 서명하는 글로벌 연기금도 늘어났다. ESG투자의 시발점이었다.

최근 글로벌 운용업계에서 ESG의 중요성이 확대되며 이를 의무적으로 고려하는 기관이 늘고, 그 기준도 엄격해지고 있다. 한국 또한 비록 초기 단계지만 ESG 전략을 운용 포트폴리오에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하게 환경을 지키고, 사회 공헌하며, 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착한 기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서의 기반을 탄탄히 다지는 도구가 됐으며,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등급을 평가하고,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GRI)’ 지침에 기반 한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0 상하이 포럼에서 글로벌 환경·사회 위기 극복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심의 글로벌 협력 필요성을 재차 역설했다. 사진은 최태원 SK회장이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상하이 포럼 2019'에서 개막 연설을 하는 모습.(사진_뉴시스)

부동산 투자의 새로운 방향, ESG 재테크

ESGUN사회책임투자원칙에 명시된 투자의사 결정의 핵심 요소다.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금융기관이 ESG 평가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스위스, 독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ESG 정보 공시 의무제도를 도입했고, 장기 투자를 추구하는 세계적인 국부펀드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역시 ESG에 따른 투자 판단의 중요성이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부동산 투자에서 ESG 전략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지는 않다. 반면 미국의 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네덜란드의 네덜란드공적연금(ABP)’, 캐나다의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 글로벌 주요 연기금은 부동산 투자 시 ESG 기준을 중점 고려한다. 주로 부동산의 에너지 효율, 자원 소모량 등 환경(E)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긍정적인 부분은 한국에서도 ESG를 기반으로 한 건물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서울 삼성동 오토웨이타워가 대표적이다. 이 건물은 2019년 글로벌 부동산 지속 가능성 벤치마크(GRESB) 평가에서 아시아 지역 비상장 오피스 부문 1, 글로벌 상위 8%에 해당하는 성과를 거뒀다. GRESB 최고 등급인 ‘5Star’를 획득했다. 또한, 미국 그린빌딩위원회에서 개발·시행하는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LEED)골드등급 인증을 획득했다. 이 오피스는 실시간 에너지 진단 웹서비스(Soft BEMS)를 이용해 건물의 에너지 소비 절감을 통한 탄소 배출량 절감을 실천한다..

특히 최근 한국 부동산 투자에서 해외 연기금도 블라인드 펀드의 약정에 ESG 조건을 내세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 같은 투자 트렌드에 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ESG 정책을 수립하고 향후 운용할 부동산 중 그린 빌딩으로 관리할 건물에 한해 GRESB 평가를 받을 계획이다.

사례는 또 있다. 한국의 주요 물류센터로 꼽히는 부천로지스틱스파크고양로지스틱스파크2020년 환경 분야 공인 인증기관인 국제WELL건축연구원(IWBI)으로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 물류센터 최초의 WELL 골드 등급, LEED 등급을 획득했다. 에너지 절약과 재활용 시스템이 도입된 물류센터였던 덕분이다.

기관투자가들이 ESG를 실천하는 부동산 투자를 확대함에 따라 관련 상품과 지수 개발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주로 유동성이 풍부하고 상품화가 용이한 상장 리츠 중심으로 이뤄진다. 2017년 미국 운용사 버트(Vert)’ESG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펀드 글로벌 지속 가능 부동산 제도 클래스(Global Sustainable Real Estate Institutional Class)’를 출시했다. 온실가스 감축, 그린 빌딩 인증 등을 바탕으로 리츠의 점수를 매기고 화석 연료 산업과 관련 있는 리츠는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운용 전략이었다.

2019년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 러셀(FTSE Russell)은 기존 리츠 지수에 지속 가능성을 적용한 ‘FTSE 유럽부동산협회 미국리츠협회(NAREIT)’ 그린 지수를 발표했는데 친환경 성과가 높은 리츠의 가중치를 높게 설계했다. 최근 일본의 닛케이는 GRESB 등급에 따라 ESG 성과를 고려하는 닛케이 ESG REIT 지수를 개발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리츠 대부분이 ESG 기준을 만들어 운영하는 추세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ESG 준수 여부를 투명하고 상세하게 보고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탄소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 두 가지를 보고한다. 201825개 리츠가 탄소 배출량을 보고했다. 2019년에는 관련 리츠가 31개로 늘었다. 에너지 사용량을 공개한 리츠는 201825개에서 201931개로 증가했다. 시가총액 기준 리츠의 51%가 관련 정보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물 사용량과 폐기물 관리 보고도 크게 늘어 모든 항목에서 공개 비율이 10~12% 증가했다. NAREIT 협회 회원의 58%는 기후 변화 위기를 핵심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반드시 고려한다. 35%는 기후 변화와 관련된 리스크를 매년 측정한다..

20206NA REIT에 따르면 상위 100개 리츠 중 89%ESG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조만간 모든 리츠가 ESG 관련 정보를 필수적으로 공시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부동산의 평가가치에서 ESG는 주요 평가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자산별로 충분한 ESG 관련 데이터를 공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비교적 쉬운 데이터가 될 수 있는 그린 인증도 아직 적은 수의 자산만이 해당한다. 인증 과정이 엄청나게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에서 관련 인증 통합 작업을 고려하는 이유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아직 부동산 투자에 있어 ESG 전략을 활용한 사례가 많지 않지만, 글로벌 주요 연기금과 대형 운용사들은 ‘ESG’를 주요 투자원칙 및 전략으로 삼고 있다면서 부동산업계에도 ESG 바람이 불고 있다고 했다.

건설사들도 ESG 평가를 받는 경우가 늘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2020년 상장기업 ESG 평가등급을 보면 상장 건설사 가운데 통합등급에서 A+를 받은 곳은 없지만,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은 A등급을 받았다.

삼성물산은 올해 현재 시공 중인 강릉과 베트남의 석탄화력발전소를 마지막으로 석탄 관련 투자·시공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향후 풍력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 및 저장 시설 등 친환경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포스코건설은 국내 건설사 가운데 처음으로 1200억 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회사 관계자는 채권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친환경 건축물 기술 개발과 신재생 에너지, 사회 인프라 확충, 노후 주거 환경개선 등 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건설은 올해 국내 최대 환경 플랫폼 기업인 EMC홀딩스 주식 전량을 인수하면서, 기술력 중심의 친환경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을 필두로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내년에도 ESG 경영 강화가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친환경 사업과 재생에너지 사업이 주목받는 것을 비롯해 스마트빌딩 관리·전기차 충전소 도입 등 부동산의 디지털화 사업도 진행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이경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 연기금이나 블랙스톤 등 대형 운용사 중심으로 ESG 성과를 평가해 투자하는 흐름이 강화하고 있다면서 “ESG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오피스 거래를 주로 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도 오피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평가해 세금을 매기는 징벌세를 도입하는 등 친환경 건물에 대한 규제와 인센티브가 강화할 것이라면서 국내 부동산업계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국가와 기업은 2030년을 탈탄소혹은 ESG와 관련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원년으로 삼고 있다. 향후 10년간 이 같은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부동산업계 또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다.

건설사들도 ESG 평가를 받는 경우가 늘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2020년 상장기업 ESG 평가등급’을 보면 상장 건설사 가운데 통합등급에서 A+를 받은 곳은 없지만,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은 A등급을 받았다.(사진_뉴시스)

김현지 기자 thsu3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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