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면개정
인구 100만 이상 수원·고양·용인·창원 '특례시' 지정, ‘중앙지방협력회의’ 설치
특례시, 지방분권을 위한 첫걸음 vs 내용 없이 이름뿐인 특례(特例)

[시사매거진 제 271호] 지난 12월 9일 21대 첫 정기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에 ‘특례시’ 명칭을 부여하고, 지방의회 권한을 강화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됐다.(제198조 ②항의1)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1988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된 이후 32년 만에 지방자치 체계에는 변화가 생기게 됐다.

(사진_뉴시스)

지방자치법 개정안 통과로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경기 수원(118만 명), 고양(107만 명), 용인(107만 명), 그리고 경남 창원(103만 명)이 특례시 지위를 부여받게 됐다. 다만 현재까지 특례시 지정에 따른 재정과 조세 특례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는 않았다.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의 형태 ‘특례시’

32년 만에 이뤄지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인 만큼 대중의 관심도 뜨겁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로 나뉜다.

광역자치단체에는 특별시(서울), 광역시(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 특별자치시(세종), 도(道), ‘특별’자치도(제주)가 있다. 이 밖에 기타 시(市), 군(郡), 자치구(區)는 ‘기초’자치단체에 속하게 된다.

현재까지 서울특별시를 비롯한 6개의 광역시에만 별도의 지위를 부여해 왔다. 이 때문에 나머지 기초자치단체는 인구에 상관없이 획일화된 자치제도를 적용받았다. 대도시임에도 광역시에 비해 부족한 공무원 수, 예산 규모 등으로 행정·복지서비스 제공 등에 어려움이 따랐다.

신설된 ‘특례시’는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지자체의 중간 형태로, 광역시는 아니나 일반 시와는 차별화된 지위를 갖는 새로운 형태의 지방자치단체 형태다.

다만, 개정안이 발효기까지는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 발표까지 1년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 4개 대도시의 명칭이 바뀌지는 않는다. 따라서 ‘특례시’라는 명칭은 2022년경부터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례시, 왜 만들어졌는가?

지방자치법에서는 대도시 기준을 ‘인구 50만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구는 50만 명의 포항시와 인구 118만 명의 수원시는 모두 같은 대도시로 묶여, 기초자치단체의 동일 기준이 적용되어왔다. 이 때문에 광역시와 인구 규모가 비슷한 일반 시의 시민들은 광역시민들이 받는 혜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평등한 행정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특례시로 지정된 수원(118만 명)은 마지막으로 광역시가 된 울산(113만 명)의 인구를 5만 명가량 앞질렀다. 지난 6월 기준, 수원시 공무원 1인당 담당 시민 수는 평균 350명인데 반해, 울산광역시 공무원 1인당 담당 시민 수는 평균 21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원시민들이 공공기관을 이용하기 위해서 울산시민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멀리 이동해야 하거나,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 수원시는 118만 명에 4구 44동을 운영 중이나, 울산시는 113만 명에 4구 1군 56읍·면·동을 운영하고 있다.

재정에서도 일반 대도시와 광역시 사이의 격차는 인구수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수원시의 2021년도 예산은 2조 6천억 원대로 편성됐으나, 울산광역시의 2021년도 예산은 4조 6백억 원으로 편성되었다. 수원시의 인구가 울산광역시의 인구보다 많지만, 예산은 65%에 그치는 수준이다.

2020년 12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1대 첫 정기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열렸다.(사진_뉴시스)

특례시로 무엇이 바뀌는가?

이번 개정안 통과는 ‘특례시’라는 명칭과 함께 광역시급 자치 권한과 재량권을 부여받을 수 있는 동력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재정과 조세 특례 등의 세부사항은 아직 명확하게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특례시로 선정된 4개 시는 법이 시행되기까지 1년여의 기간 동안 행정협의회를 구성, 앞으로 세부사항 조율에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통과된 전부개정법안의 주요 내용은 100만 대도시의 특례시 지정을 포함, △자치단체 간 협력제도 개선 △주민 조례 발안 제도 도입 △주민에 대한 정보공개 의무 부여 △주민의 감사청구제도 개선 △중앙·지방 협력관계 제도화 △지방의회 운영 자율화 및 역량 강화 △지방자치단체의 기관 구성 다양화 근거 마련 등 이다.

특히, 각 지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지자체가 참여할 수 있는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설치된다.

이로써 중앙과 지방정부의 관계가 이전보다 수평적이고, 독립적으로 변할 것이라 예상된다. 개정안의 통과 내용은 기초지자체의 자율성 강화와 진정한 지방분권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허울뿐인 특례시?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특례시는 ‘행정적 명칭일 뿐, 새로운 지방자치단체가 신설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법안에는 ‘특례시에 제공되는 특례가 다른 자치단체의 재원을 감소시키거나 시·도 사무 권한을 침해하지는 못하도록 한다.’라는 조항이 포함되어있다.

보편적으로 ‘특례시’라고 하면 사무 권한 이양과 함께 재정 지원 등의 정책이 뒤따른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개정안의 조항은 다른 자치단체의 예산이나 권한을 건드리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고 있다.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특례시는 광역지자체가 가지고 있던 인허가 권한 등 180여 개의 사무 권한을 넘겨받게 되지만, 정작 재정에 관한 내용은 식품위생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 징수권 이양이 유일하다.

‘지방자치법’이 32년 만에 전면개정됐다.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에 ‘특례시’ 명칭을 부여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면서, 100만 이 넘는 경기 수원, 고양, 용인, 그리고 경남 창원이 특례시 지위를 부여받게 됐다(이미지_시사매거진)

특례시를 바라보는 기초자치단체의 불편한 시선

결과적으로 4개 대도시는 재정적 지원은 고사하고 다른 자치단체의 견제만 받게 된 상황이다. 특례시는 4개 대도시 외에 다른 광역·기초단체들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켜봐 왔던 문제다.

먼저, 인구 100만 명 이상의 획일적인 기준은 특례시 도입 목적 자체에 부합하지 않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

이번에 특례시로 승격된 4개 시 인구를 뒤따르고 있는 성남(94만 명) 역시 특례시로의 승격을 요구하고 나섰다. 성남시는 인구가 100만 명이 채 안 되지만, 실질적 행정수요는 100만 명을 뛰어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통합창원(창원·마산·진해) 특례시가 통과되면서 통합논의가 자주 오가는 안양(55만 명) 역시 군포(27만 명), 의왕(16만 명), 과천(6만 명) 등과 통합해, 인구 100만을 넘기고 통합 특례시로 승격 요구에 나설 수 있다.

반대로, 특례시를 인구 100만 명 이상을 기준으로 한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국가 전체의 균형 발전과 지방소멸 위기대처를 위해서는 오히려 최소 인구 붕괴 선에 다다른 지자체가 특례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충북 청주시(84만 명)와 전북 전주(65만 명)시 등은 특례시 지정 기준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현재 충북과 전북은 현행 특례시 기준에 부합하는 도시가 없는 만큼, 국가 전체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청주, 전주 등의 지역 대표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도시별 특수성을 반영한 ‘지방자치법 일부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내용은 인구 50만 명이 넘는 대도시 중에서 행정수요가 100만 이상이거나, 도청소재지의 경우 특례시가 될 수 있도록 규정하자는 것이 주 골자다.

여기에 전국 50여 개 자치단체는 ‘특례군’ 지정을 위한 국회 토론을 개최했다.

지자체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특례 요구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구가 많으면 많다는 이유로 ‘특례시’를, 적으면 적다는 이유로 ‘특례군’을 요구하고 나선 이들 지자체의 총인구는 4천 5백만여 명이다. 현재 대한민국 인구는 5178만 명으로, 이들 지자체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특례’라는 말이 무색한 상황이 된다.

특례시를 바라보는 광역자치단체의 불편한 시선

광역자치단체 역시 특례시를 이유로 한 핵심도시의 이탈이 반갑지 않다. 인구수가 많은 대도시의 이탈은 세수 부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광역지자체에서는 지역 전체의 균형적인 발전과 복지 등의 형평성을 고려해, 도시지역에서 걷은 세금을 재정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에 지원하게 된다.

특례시가 재정 자치권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게 될 경우, 세수가 부족한 지역에 돌아갈 재원이 줄어들게되는 것이다.

지난 10월 시도지사협의회는 문재인 대통령에 지방자치법 개정안에서 특례시 조항 삭제·분리를 요청했다.

지난달 10일 전북 전주시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김승수 전주시장이 특례시 지정 기준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김승수 전주시장은 “국회를 통과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으로 인해 국가 불균형을 가속화 할 특례시 지정 기준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사진_뉴시스)

특례시 지정 후 남은 과제

특례시로 지정된 4개 대도시는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특례시 권한 확보를 위한 공동 업무를 강력추진할 방침이다.

우선 내년 4월경 4개 특례시는 행정협의회를 구성하여, 특례시 권한 확보와 개별법(시행령) 재·개정을 공식 건의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법시행령 개정’에 맞춰 특례시 관련 시행령 개정 방안을 논의한다. 4개 시는 중앙부처 등과 행정 권한 확보 논의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더불어 지역 국회의원, 시의회 등도 간담회를 개최하고 추진 경과를 긴밀히 공유할 계획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결국 통과됐다. 수도권 과밀화와 지역 격차 심화 등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는 상황이지만, 32년 만의 변화인 만큼 건설적인 결과로 이어지길 바래본다.

여호수 기자 hosoo-121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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