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사, “절제와 희생의 경북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할 터”

이철우 경북도지사(사진_경북도)

[시사매거진 제 271 호] 지난 2020년 한 해는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한 해로 경북 역시 1년 내내 비상체제를 가동하여 코로나19를 극복해 내고 있다.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19로 2021년 코로나 극복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북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로 지금 도약을 준비하고 기회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이철우 경상북도 도지사는 경북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사진_경북도)

신축년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새해 인사 부탁드립니다

시사매거진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힘든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았습니다. 새해에는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에는 코로나19가 완전히 물러가기를 바랍니다. 마음 놓고 사람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면서 멈췄던 일상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비롯한 골목상권이 살아나고 서민경제가 활력을 되찾아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새해에는 좋은 일 많이 생기는 그런 해가 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경북도지사로 일하신 지 2년 반이 지났는데 그간의 소회가 어떠신지요

경북이 전국에서 제일 넓습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2시가 돼야 집으로 돌아갑니다. 자동차로 한 달에 1만km를 달립니다. 열심히 일했지만 노력한 만큼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아 아쉽습니다. 무엇보다 인구가 자꾸 줄어들어 걱정입니다. 특히 청년유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약 18만 명의 청년이 떠났고 지난해도 3만 명이 넘는 청년이 경북을 떠났습니다.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여의치 않아 도민들께 송구스럽습니다. 더군다나 지난해는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추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아직 끝은 보이지 않지만 경북의 선제적인 대응은 국내외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어려운 경북의 현실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희망도 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지금 도약을 준비하고 기회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이철우 경상북도 도지사는 경북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다.(사진_경북도청)

도청 공직자들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해 오셨는데 변화가 느껴지십니까

2018년 1월, 미국 구글 본사를 방문했을 때 뼈로 만든 공룡 조형물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덩치 큰 공룡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뼈만 남기고 사라진다는 함축적 의미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출장길에서 돌아와 도지사실 문 앞에 ‘변해야 산다’ 문구를 새기고 도청 앞마당에도 뼈로 만든 공룡조형물을 세워 공직자들에게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습니다. 도청 직원들이 많이 변했습니다. 의전과 격식이 사라지고 일하는 방식이 도민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매주 화요일 아침 7시 20분 전문가로부터 강의를 듣는 화공특강은 자리가 부족할 정도입니다. 야당 도지사 때문에 국비확보가 어렵다며 ‘TK패싱’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직원들에게 ‘남 탓하지 마라, 실력이다’고 했습니다. 2020년 국가예산이 9.1% 늘어났는데 경북예산은 21.1% 늘어났습니다. 2021년에도 지난해에 비해 13.7% 늘어난 국비를 확보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해야 합니다. 앞으로도 경북도청의 변화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2020년은 코로나19 여파로 무척 힘든 한해를 보내셨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도정 성과를 말씀해 주신다면

2020년은 1년 내내 비상체제를 가동하여 코로나와 싸웠습니다. 도내 564곳 복지시설의 예방적 코호트 격리, 경북형 마스크 제작 보급과 같은 경북의 방역정책들은 정부도 인정했습니다. 코로나에 힘겨운 상황이었지만 성과도 많이 거뒀습니다. 무엇보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사업을 확정지었습니다. 포항 신항만과 더불어 국제공항과 국제항만이라는 투-포트를 보유하게 됨으로써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울릉공항 착공과 영천경마공원의 지역개발사업 승인으로 관광레저산업 발전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1조원 규모의 ‘산단대개조 사업’,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 조성 사업’ 등이 국가공모에 선정되었고 ‘철강산업 재도약 기술개발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구미의 ‘강소연구 개발특구’, 안동을 중심으로 한 ‘대마(헴프)산업화 규제자유특구’ 지정으로 산업구조 고도화를 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부합동평가 우수정책분야 1위에 선정되었고 특히 청렴도 분야에서 역대 최고등급인 2등급을 달성하여 전국 1등에 올랐습니다. 국비도 9조7162억 원을 확보하여 미래 신산업을 육성하고 SOC 확충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1년은 어디에 역점을 두고 도정을 추진하실 생각이십니까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 서민 ‘기’살리기에 집중하겠습니다. 경제위기가 닥치면 부자들은 괜찮습니다. 그러나 취약계층은 생존위협에 내몰리고 서민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위기에 직면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여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겠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지 않도록 방역을 강화하고 치료시설을 늘려 도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통합신공항은 공항 관련 용역과 국내외 전문가 참여 포럼 등을 다각적으로 전개해 공항과 연계한 경북 발전의 큰 틀을 마련해 나가겠습니다. 행정통합도 시도민의 뜻을 잘 새겨듣고 의회와의 소통도 더욱 강화해 일방이 아닌 함께하는 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이차전지, 신약, 백신 등 신산업 육성을 서두르겠습니다.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 스마트팜 조성과 식용곤충 스마트생산 시스템 구축에도 힘을 쏟겠습니다. 경북형 뉴딜도 본격 추진할 것입니다. 경북의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를 활용하여 5G․AI 등의 디지털 산업 시장을 선점하고, 다양한 분야에 AI와 빅데이터 접목을 강화하여 언택트 산업을 적극 육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통합신공항은 대구경북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역사를 펼쳐 보일 것”이라 말하는 이철우 도시자.(사진_경북도청)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이야말로 경북의 최대현안이 아닐까 싶은데요.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습니까

군 공항이 대구, 수원, 광주에 있는데 다른 지역은 공항을 받으려는 지역이 없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구는 군 공항과 민간공항이 함께 있어 군공항이전특별법에 따른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사업비 합의부터 이전부지 선정기준 마련, 주민투표, 군위‧의성에서 유치신청서를 제출하기까지 하나하나가 고비였습니다. 가장 큰 고비는 지난 7월의 군위군 설득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민투표에 따른 해석 차이로 군위군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무산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심정으로 군위군으로 들어갔습니다. 도지사의 결의를 보고 56개 사회단체, 1300여 명의 시․도민들께서도 군위로 달려왔습니다. 지역 국회의원님들과 대구경북 시도의회 의원님들도 뜻을 모아 주셨습니다. 국방부의 일방적인 결정을 요구하라는 여론도 있었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소신이 있었습니다. 도민들을 끝까지 믿었습니다. 결국 군위군민과 의성군민의 대승적인 판단으로 이전부지 확정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어렵게 결정된 만큼 기대도 클 텐데 통합신공항의 비전에 대한 지사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통합신공항은 대구경북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역사를 펼쳐 보일 것입니다. 대구경북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공항건설에 따른 경제적 효과만 51조 원, 고용유발은 40만 명에 이릅니다. 구미와 포항을 비롯한 지역산업단지의 첨단제품들은 항공물류가 필수입니다. 2019년 인천공항을 이용한 대구경북의 수출입화물이 6만 5000톤에 이릅니다. 통합신공항을 이용하면 물류비를 대폭 절감하게 됩니다. 국토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중부권을 아우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중대형항공기와 화물수송기의 안전한 운항이 가능한 3500m 이상의 활주로와 연간 26만 톤 이상의 항공화물 처리가 가능한 화물터미널 건설에 노력할 것입니다. 200만평 규모의 항공클러스터에는 항공관련 신산업을 육성하고 농식품산업 클러스터, 저온유통 물류비즈니스센터, 화장품 전용 물류센터 등을 조성하여 지역산업의 물류를 지원할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항공클러스터를 자유무역지역이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경북 전역에서 1시간 내에 접근이 가능하도록 철도, 고속도로 등을 신설할 것입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해 7월 23일 오후 통합신공항 범도민추진위원회 군위군 현장사무소에서 열린 대구경북지역발전협의회 임시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대구경북 또 하나의 큰 현안이죠. 행정통합, 왜 해야 하는지부터 설명 부탁드립니다

대구경북이 분리된 지 40년이 지났습니다. 수도권 블랙홀에 빠져 인구는 줄고 지역산업은 경쟁력을 잃어 언제부터인가 변방이 되어 버렸습니다. 1981년 대구경북 인구가 503만 명이었는데 2019년 510만 명으로 3.1%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나라 인구는 38.6% 늘어났습니다. 경제도 계속 뒷걸음질을 치고 있습니다. 생활권과 행정구역의 불일치에 따른 행정의 효율성 저하와 예산 낭비도 적지 않습니다. 대구지하철만 해도 동일생활권인 경북 경산시 연장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수도권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통합해서 인구 510만 명의 동일 경제․생활권을 가진 도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취수원 이전이나 지하철 연장과 같은 광역교통망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기업이나 국책사업 유치를 위해 소모적인 경쟁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대구는 서비스, 금융, 의료, 교육, 문화 중심으로 발전시키고 경북은 제조업, 문화관광, 바이오․에너지산업 중심으로 역할분담을 할 수 있습니다. 대구경북 통합은 기업을 끌어들이고 문화관광산업을 발전시켜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이나 비판도 많은데 어떻게 풀어나가실 생각이신지요

현재 30명의 위원들이 통합미래구상, 행정체계 등 쟁점사항들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공론화위원회 소속의 공론화 연구단은 기본구상(안) 및 특별법 보완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행정통합은 일대일 대등한 통합으로 추진됩니다. 대구시는 지금보다 더 많은 특례를 부여받고 광역행정의 특수성과 효율성이 보장되도록 통합 이후에도 현행 광역행정시스템을 유지하게 됩니다. 구와 군, 국회의원 정수도 원래대로 유지됩니다. 공무원 문제도 특례로 담아 불이익이 없도록 할 예정입니다. 통합청사는 현 도청이 있는 신도시에 존치하게 됩니다. 새롭게 옮겨오는 특별행정기관도 유치해 510만 인구를 관할하는 행정수도로서 위상이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행정통합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감대 형성입니다. 통합의 장단점을 알려 시․도민의 동의를 이끌어내겠습니다. 부산경남, 광주전남도 통합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광역단체 통합에 관한 지원법을 만들면 한결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중앙정부와 국회의 지지와 지원을 이끌어내도록 할 것입니다.

경북은 역사문화, 청정자연 등 관광자원이 풍부한데요. 코로나 시대 관광활성화 방안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관광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고 청년들이 좋아하는 서비스직을 많이 만들 수 있습니다. 경북은 대한민국 문화유산의 2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도 국내 14건 중 5건이 있고 강‧산‧바다가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시대 경북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가 관광입니다. 청정하고 안전한 경북은 휴식과 힐링관광의 최적지로 각광받게 될 것입니다. 경북의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여행하기 좋은 경북을 만들겠습니다. 식당의 의자, 주방, 메뉴판은 물론 화장실을 개선하고 친절교육도 실시해서 편안하게 먹고 즐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바꿔 나갈 것입니다. 관광트렌드도 대규모에서 가족이나 소수단위로 바뀌고 있습니다.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차박, 글램핑과 같은 언텍트 관광상품을 적극 개발하겠습니다.

이철우 도지사는 경북도청의 변화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 말한다.(사진_경북도청)

끝으로 도민들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대한민국은 위기 속에 강한 나라입니다. 경상북도는 맨 앞에서 위기 극복을 이끌어 왔습니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 싸웠던 독립운동, 나라 빚을 갚기 위한 국채보상운동, 가난과 맞서고자 펼친 새마을운동은 모두 경북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확산된 구국운동입니다. 코로나19로 굉장히 어렵고 힘든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와 맞서 싸우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도 봤습니다. 절제와 희생의 경북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하겠습니다. 희망을 갖고 다시 시작합시다.

박희윤 기자 bond00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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