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162x130, 2020년, 배정은

[시사매거진] VIVID, 어떤 일을 실제로 겪는 것처럼 느끼는 실감(實感)이다. 2020년은 코로나 19로 인해 불가해한 시간을 지냈다. 위기 상황은 눈으로 보는 세상이 전부라고 여기던 이성의 오만에서 우리를 한 걸음 물러서게 했다. 인간, 삶, 죽음, 생명, 인생과 같이 거창하고 비현실적으로만 여겼던 주제들이 요즘처럼 생생하게 다가온 적이 없었던 듯하다.

배정은 작가는 코로나 19의 팬데믹 세상에서 닭의 울음을 모티브로 인간의 실존을 각성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닭 117x91, 2020년, 배정은

십이 지신 가운데 유일하게 하늘과 땅을 오가는 동물인 닭은 두 영역에 걸친 존재답게 어둠과 빛이 섞인 새벽에 홰를 치며 운다. 닭은 대립되는 두 세계 사이에 걸친 존재를 상징하고, 닭의 울음은 그것이 인간의 실존임을 각성하라는 의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모호함을 견디는 존재 말이다. 새벽을 깨우는 닭은 어둠을 물리치고 밝은 세상을 불러들이는 빛의 전령으로서 인류 보편적으로 신성하게 여겨왔다.

짐작해보면, 오래 전 우리 조상들에게 밤은 편안한 휴식의 시간이라기보다는 어둠을 틈타 침투할지도 모르는 낯선 존재들을 향한 긴장 속의 숨죽임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들리는 닭의 울음소리는 그들에게 그저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하는 신호가 아니라, 죽음에서 삶으로 넘어가는 구원의 소리 같이 느껴졌으리라. (작가 노트 중에서)

배정은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9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과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배정은 작가 @김영일

하명남 기자 hmn2018@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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