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의 야구장(사진_헐크파운데이션)

“그것을 만들면, 그가 올 것이다. ( If you build it , he will come )"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영화 “꿈의 구장“에 나오는 대사다. 1989년에 개봉된 이 영화는 옥수수밭에 야구장을 지으면서 펼쳐지는 판타지를 다룬 내용으로 많은 야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영화를 한국에서 선수생활 할 때 보면서 너무 감동적이라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 장소에 꼭 가 보리라 마음속에 생각해 두었다.

그런데 결국은 시카고 화이트 삭스 팀에 들어간 1년 후에 시카고에서 그리 멀지 않은 <꿈의 구장> 영화의 촬영지였던 아이오와주의 다이어스 빌 농장으로 갔다 온 기억이 난다.

2014년 11월 12일 처음 라오스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야구를 보급 시키는 일은 그야말로 무모해 보였다.

무모한 정도가 아니라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 보여졌는지 주위 야구인들 그리고 지인들로부터 미련하고 바보 같은 행동은 그만 했으면 한다는 노골적인 조언을 듣곤 했다.

동남아 최빈국인 라오스. 

야구라는 단어 조차도 없고 야구경기를 본 적도 없는 이 곳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처음 시작 했을 때의 마음은 뻔히 보이는 미래를 알기에 몇 달만 이들에게 야구를 소개하다가 그만 두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확실한 마음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던 내가 선수들과 함께 운동을 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고 또 젊은 선수들에게 희망 이라는 단어를 심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쉬운 일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어려운 일은 도전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어려운 일을 누군가가 해 내면 그때부터 그 일은 어려운 일이라고 불려지지 않는다. 그렇게 되려면 어려워 보이는 그 일에 누군가가 도전하고 길을 개척해야 한다.

지난 5년 동안 야구장 없이 축구장을 빌려가며 척박한 환경에서 야구했던 시간들이 떠 오른다.

이제 멋진 야구장이 만들어졌다.

사회주의국가에서 야구협회설립은 참으로 지난했지만 이제 어엿이 WBSC에 가입되어 최초로 대표팀을 결성해서 아시아대회에 참석하는 기적도 있었다.

지난 5년 동안 라오스야구단선수들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3번이나 올 수 있었고 멋진 야구환경과 발전된 한국을 경험하고 라오스로 돌아간 후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청소년들로 자라났다.

지금 라오스는 야구의 붐이 일고 있다.

지난 11월 2일 라오스 제인내대표로부터 이런 편지가 날아왔다.

“감독님, 방금 위앙짠고교 다녀왔습니다. 교장선생님이 신입생 모아놓았다고 하며 이 아이들이 야구 하고 싶어한다고 연락 와서요.. 매주 수, 금 이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공 멀리던지기로 모두 합격 시켰습니다“

맨발로 야구공을 발로 차던 초창기를 생각하면 가슴벅찬 내용이다. 라오스에서 가장 유명한 국립대학인 “동독대학교“에서도 연일 야구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아 매일 야구장에 나와 야구하고 있는 중이다.

라오스에서 야구 시작할 때만 해도 꿈의 구장 영화내용처럼 주위의 조롱과 냉담 비아냥거림이 있었지만 6년이란 시간이 지나 등록된 선수만 무려 200명이 된다. 거기다가 6년 동안 라오제이브라더스 팀을 거쳐서 나간 선수들도 200명 가량 된다.

야구장을 만들면 라오스 젊은 청소년들이 올 것이라는 기대가 실현이 되었다. 

“그것을 만들면 , 그가 올 것이다. ( If you build it , he will come )”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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