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로봇과 배양육, 인공자궁과 자살기계

미래기술은 인간 본능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저자 제니 클리먼 | 옮김 고호관 | 출판사 반니

[시사매거진] 임신하지 않고 아기를 가질 수 있다면, 살생하지 않고 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 언제든 이상적인 성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면, 인간의 본성은 어떻게 변할까?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원초적 욕구를 채울수 있는 수준에도달했다. 이제 우리는 기술을 통해 섹스와 음식, 탄생과 죽음까지 재정의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희생이나 고통 없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면, 동물을 죽이지 않고 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 인간적 공감 없이 언제든 이상적인 성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죽을 수 있다면, 인간의 본성은 어떻게 변할까?

세상을 급격히 뒤흔들어놓는 기술은 항상 예측 불가한 여파를 동반한다. 설령 그것이 ‘지구를 구하자! 조그만 아기를 구하자! 외로운 사람에게 반려자를 제공하자! 아픈 사람을 자유롭게 해주자!’ 같은 고결한 의도로 시작됐더라도, 이 발명품이 결국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기자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저자는 인간의 삶을 급격하게 바꿀 기술을 찾아, 수년간 세계를 돌며 취재했다. 저자는 직접 섹스로봇과 대화하고, 세포를 배양해 만든 치킨너깃을 먹으며, 자궁 대신 비닐팩에서 자라는 태아를 목격하고, 이성적 자살을 지원하는 단체에 참석한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신이 인간 한계를 뛰어넘을 해결책을 찾았다고 말한다. 이들을 진정으로 이끄는 동력은 무엇일까?

자살기계를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치고, 인공지능을 탑재한 섹스로봇을 사려고 줄을 선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기술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변화를 어떻게 막으려고 하는 걸까? 이 발명품이 불러올 불가피한 결과는 뭘까? 

생생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쓰인 책은 현장에 있는 듯한 생동감을 자아낸다. 책에서는 크게 섹스로봇과 배양육, 인공자궁과 자살기계를 다룬다.

지금까지 인간의 삶이란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나, 죽은 동물의 살을 먹고, 다른 인간과 성관계를 맺어왔다. 이 모든 본능을 대체하려는 생명과학기술은 그 어떤 기술보다 인간의 삶에 커다란 차이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샌디에이고의 공장과 으슥한 차고, 실리콘밸리 연구실에서 한창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미래기술이 약속하는 인간 본능의 미래가 여기 있다. 

여호수 기자 hosoo-121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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