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2020 서울시향 윌슨 응과 양성원 (12/5-6)

서울시향 부지휘자 윌슨 응(Wilson Ng) ⓒPeter Adamik_

[시사매거진]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최근 수도권의 코로나19 발생 환자 급증으로, 오는 12월 5일(토)과 6일(일) 17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시행 예정인 정기공연의 프로그램을 변경하여 진행한다. 지휘자와 협연자 변동 없이 무대에 오르는 오케스트라 편성을 일부 조정했다.

약 40여 명의 연주자가 출연하는 이번 <2020 서울시향 윌슨 응과 양성원>은 서울시향 타악기 앙상블이 연주하는 스티브 라이시의 <나무조각을 위한 음악>과 존 케이지의 <두 번째 구성>, 부지휘자 윌슨 응의 지휘로 <슈베르트 교향곡 5번>, 첼리스트 양성원의 협연으로 <하이든 첼로 협주곡 1번 C장조>를 연주한다.

리듬이 만들어내는 “긴장과 이완”

타악기 앙상블로 시작하는 첫 곡은 스티브 라이시의 <나무조각을 위한 음악>(1973)이다. 라이시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반복하는 ‘미니멀리즘 음악’의 확산에 기여 한 작곡가로 1970년대 초에 인도네시아의 가믈란과 아프리카 음악에서 ‘폴리리듬’이라는 새로운 가능성 찾았다. ‘나무조각을 위한 음악’은 이 시기의 작품으로 특정한 음정으로 조율되어있는 나뭇조각으로 연주한다. 각 파트는 서로 다른 리듬과 서로 다른 패턴을 반복하며 연주한다. 그러나 청중은 모든 성부가 더해진 완전히 다른 패턴과, 악보에 적혀 있지 않은 선율을 인지하게 된다. 이것은 라이시의 의도한 효과이며, 이러한 작품을 ‘과정 음악(process music)’이라고 불렀다.

두 번째 곡은 20세기 미국 아방가르드 음악의 핵심 인물인 존 케이지의 <두 번째 구성>(1940)을 연주한다. ‘4분 33초’(1952)로 대표되는 우연성 음악을 선보인 케이지는 작곡가의 의도가 개입되지 않은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 케이지는 ‘두 번째 구성’에서 그의 다른 타악기 작품과 달리 피아노의 현을 긁거나, 이물질을 끼우는 등 일부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공, 탐탐, 드럼, 마라카스 등 기존의 악기들을 사용하여 음악적으로 접근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유래한 듯한 댄스 리듬이 등장하는 도입부 이후, 곧 비트가 끼어들거나 늘어지기도 하는 등, 복잡한 폴리리듬으로 발전하며 규칙성과 같은 편안한 요소들은 모두 파괴된다.

첼리스트 양성원 (c)Jean Lim

전고전파와 바로크의 융합, <하이든 첼로 협주곡 1번 C장조>

첼리스트 양성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됐던 9월 10일 서울시향 정기공연을 대신해, 12월 정기공연 무대에 함께 한다.

양성원은 끊임없이 도전하며 클래식 음악계에 영감을 주고, 지표를 세워나가는 연주자이다. 현재 연세대 음대 교수이자 영국 런던의 로열 아카데미 오브 뮤직(RAM)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 문화예술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가교 ‘페스티벌 오원’의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또한, 유니버설 뮤직의 전속 아티스트로서 슈베르트 작품집, 드보르자크 협주곡, 바흐 무반주 전곡 등 다수의 음반을 출시하였다.

양성원은 이번 공연에서 연주하기로 했던 생상스 협주곡 1번을 대신해, 주로 현악 중심으로 반주가 이루어지는 하이든 교향곡 1번 C장조(1765~1767년경 작곡)를 서울시향과 협연한다.

바로크의 흔적이 남아있는 하이든 첼로 협주곡 1번은 그의 초기 대표 협주곡이다. 이 곡은 200년 문서창고 등에 잠들어 있던 작품으로 1961년 체코의 음악학자 폴케르트가 프라하국립박물관에서 하이든 시대의 필사 파트 악보를 발견하며 세상에 알려졌고, 에스테르하지 후작가의 오케스트라 첼로 주자였던 요제프 바이글(Joseph Weigl)을 위해 작곡된 것으로 추정된다. 첼로 솔로가 마음껏 활약하는 1악장, 하이든이 선율의 대가임을 명쾌하게 보여주는 우아하고 서정적인 2악장, 바로크 협주곡과 유사하게 투티 부분에서 주제가 간결하게 연주되고, 독주가 등장하는 부부에서는 독주자의 기교가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10월 16일 서울시향 정기공연에서 포디엄에 오른 지휘자 윌슨 응 (사진=서울시향)

단정한 하이든 스타일과 모차르트 정신 <슈베르트 교향곡 5번> 

슈베르트의 교향곡은 모두 정규적인 고전적인 형식을 가지고 있으며, 서정성과 매력이 가득하다. 슈베르트는 19세 생일 불과 몇 주 전 교향곡 5번(1816)을 완성했다. 1816년은 슈베르트는 라이바흐 교원양성학교 음악교사 모집에 응모하고, 괴테에게 자신이 만든 가곡을 보내기도 하며, 여러 방향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했던 시기이다. 교향곡 5번은 동일한 해에 완성한 4번 교향곡 ‘비극적’과 비교해보았을 때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간단하다. 트럼펫, 타악기, 클라리넷 없이 절제된 구성을 갖추고 있으며, 무엇보다 ‘모차르트 정신(spirit of Mozart)’이 이 곡에서 다시 살아났다. 1악장은 유려하게 흐르는 도입부가 인상적이며, 단정한 하이든이 연상되며, 훗날 미완성 교향곡의 2악장을 예고하는 아름다움을 지닌 안단테 악장, 모차르트 교향곡 제40번 G단조 K.550을 떠올리게 하는 3악장 미뉴에트, 하이든과 모차르트 스타일의 피날레로 간소하게 정리된 소나타 형식의 4악장으로 마무리한다.

서울시향 부지휘자 윌슨 응 ⓒPeter Adamik

이번 공연의 지휘자 윌슨 응은 성공적인 서울시향의 정기공연 데뷔(2020. 10. 16.) 이후, 다시 정기공연 무대에 오른다. 윌슨 응은 2019년부터 서울시향 부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본인이 직접 창단한 구스타브 말러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자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다. 또한, 지난 7월 코로나19 이후, 라이브로 실행된 첫 번째 주요 국제 콩쿠르였던 ‘2020년 말러 국제 지휘 콩쿠르(The Mahler Competition 2020)’에서 3위에 입상하며, 세계 무대에서 주목을 받았다. 약 2년을 서울시향과 함께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차세대 명장이 젊은 슈베르트가 작품에 담아낸 고전미를 어떻게 표현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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