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바탕위에서 창조’하는 우리 시대의 젊은 건축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풀어내는 일, 나에게 가장 즐겁고 신나는 놀이다”

[시사매거진269호] 김수란 교수는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하버드 디자인 대학원에서 도시설계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KPF, OMA, SO-IL 등 미국과 유럽의 유명 설계회사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실무를 익힌 뒤 귀국하여, 2015년부터 설계사무소 OURSTUDIO를 시작하였고, 홍익대학교 건축과 조교수로 교육과 실무를 병행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젊은 건축가이다.

 

2015년부터 설계사무소 OURSTUDIO를 시작하며, 홍익대학교 건축과 조교수로 교육과 실무를 병행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젊은 건축가 김수란.

건축가가 꿈이었나?

본래의 꿈은 성악가였다. 선화예 중에서 성악을 전공하다 중3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대학진학을 앞두고 진로 고민을 하던 중 종합예술이라 불리는 건축이라는 학문이 눈에 들어왔고, 그렇게 끌려서 건축학교에만 대학 원서를 제출했고, 건축5년제 학교에 진학했다.

건축 교육의 꽃인 설계스튜디오에서 인문학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요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가는 문제풀이과정이 나의 적성과 잘 맞았다. 주어진 문제를 파악하고 단순 명료한 방법으로 디자인 해결을 제시하는 부분이 무척이나 흥미가 있었지만, 주변에서 인정도 해 주니 더욱 재미있었다. 지금도 프로젝트 초반에는 대지의 맥락, 클라이언트의 바람, 기능적 요소, 그리고 건축 법규 검토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고자 하고, 주어진 여러 조건들을 파악하고 익힌 후에야 온갖 색상의 색연필을 써가며 종이 위에 낙서하듯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건축적 솔루션으로 풀어낸다. 이러한 작업 과정은 나에게 있어서 가장 즐겁고 신나는 놀이이다.

 

건축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도시, 조경, 설치 미술 및 브랜딩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건축은 내게 가장 적절한 스케일에서 여러 크리에이티브한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전문적지식과 바탕을 제공하는 셈이다. 건축의 의미인 architecture는 그리스어의 arche (근본, 원리) tecton(석공, 짓는 사람)의 합성어로 바탕에 깔린 무형의 원리를 기술로 구현하여 실질적인 것으로 만들어낸다는 의미이다. 즉 주어진 상황 안에서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밑바탕에 깔린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을 철학과 기술로 통합하여 솔루션을 풀어내는 과정을 담아내는 것이 건축인 것이다. 이러한 부분이 잘 훈련되어 있는 건축가는 이미 융합적 사고력을 지니고 있고, 단일 분야의 전문 지식이나 학문적 배경을 뛰어 넘어, 통섭 혹은 융합이라는 방식으로 다 학제간의 협업을 통해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을 즐긴다. 이는 결과적으로 신선한 시각을 반영하는 창조적인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사람이 여러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아우르며 모든 것을 다 해 낼 수는 없다. 그것은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과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하며 조율하는 자세, attitude와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는 통합적 사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OURSTUDIO는 좋은 환경과 긍정적인 경험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여름에 오픈한 국제갤러리 같은 경우에는 기존 동선의 체계를 효율적으로 바꾸어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로비 공간을 재정비했다. 창고로 쓰이던 공간을 외부와 연계된 전시 공간으로 계획하여 공간의 쓰임새를 크게 개선하였다. (사진_국제갤러리 제공)

'건축은 가치를 물질적인 구조물로 구축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와 닿는다

누군가가 집을 짓기 위해 의뢰를 했을 경우, 건축가와 클라이언트의 관계와 대화는 마치 심리분석과정의 일부분 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건축주의 요구의 저변에 깔려있는 욕망과 취향 등을 알아내려 질문하고, 대답하기 위해 클라이언트는 자신을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 또는 구성원들을 좀 더 명확히 알게 되고, 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라이프스타일의 공간을 통해 어떠한 삶의 방식을 영위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현재의 삶을 만들어가는 행동패턴이나 사고방식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집뿐만 아니라 일하는 공간을 대하는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집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개인이 자신의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인지하고 분석해야 한다면, 기업이 오피스 공간을 구성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이 무엇이며, 회사의 조직 문화는 무엇인지 그리고 어떠한 방식으로 변화 해 나갈 것인지 등등, 기업 스스로 자신들의 현재 위치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여 변화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공공기업의 오피스 공간 혁신을 위해 만들어진 행정안전부의 스마트 오피스 컨설팅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여러 공공 기업을 방문하여 공간적 측면에서 혁신의 필요성에 관하여 연구하고 있다.

서울복합화력발전소 내 주민편익시설 설계. 강변북로와 한강변에 인접한 당인리 공원 대지위에 폐산업시설과 조화를 이룰 ‘당인리 미학’을 체육문화시설과 결합한 작품이다.

서울시의 마을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고 있다

마을건축가는 구/동 단위로 활동하며 건축가가 지역의 상황을 파악,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민과 함께 마을단위의 공간 정책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건축의 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많고,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소통 할 수 있는 배경과 기회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올해부터 활동하고 있다. 점점 이웃과 멀어지고 또 고립되어 가는 개인들이 스마트폰이나 가상세계와는 조금 떨어져 자신이 사는 삶의 터전인 동네에서 이웃과 더불어 살며 좀 더 풍만한 삶을 살아가길 희망한다. 그래서 광장이나 운동장, 놀이터 또는 공원 등과 같이 대중이 모여 활동하고, 우연한 접촉과 만남이 이루어 질 수 있는 가능성을 기획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고 나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이러한 접촉 환경에 대한 희망사항이 조금은 비현실적인 낭만주의 같다. 사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몸의 감각을 일깨우는 것에 대한 급박함을 가장 크게 느끼는 듯하다.

한창 구조변경 공사 중, 밤사이에 그라피티 아티스트가 철거될 벽위에 몰래 작품을 남겼다.

몸의 감각을 일깨운다? 흥미롭다 

몸으로 돌아가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를 포함해서 현대인들은 어느새 우리 몸의 감각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고 느낀다. 지식으로 머리를 채우고 머리만 비대해지면서 우리의 몸을 잊고 사는 우리들은 머무르는 법을 모른다. 직접 만지고, 느끼고 냄새 맡아보지 않는 것들은 머리에만 남아 관념이 되어버린다. 내 몸을 가지고 경험한 것들은 내 무의식에 잠재된다. 몸의 감각 일깨우기는 지난 몇 년간 내 인생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이다. 발달된 이성만큼이나 내 감정과 몸을 인지하고 알아차리려고 연습 중이다. 한 인간으로서 이성과 감성과 몸을 홀리스틱(holistic)하고 조화롭게 쓰며 살아가고 싶다. 건축가로서 이러한 이성과 감성을 적절히 조화시키고 균형 있게 다룸으로써, 다양한 물성을 지닌 재료의 조합으로 공간을 구축하고 사용자의 감각을 이끌어 내고 싶다. 환경과 사물과 주위의 모든 것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이 움직이는 바탕인 공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무의식적이던 의식적이던 공간에 영향을 받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구축하는 환경 안에서 누군가의 순간 또는 삶이 조금이나마 더 풍요롭고 윤택해 졌으면 하는 바람이고, 이것이 건축가로서 지니고 있는 사명감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은

열린 마음의 클라이언트와 함께 다양한 스펙트럼의 프로젝트를 만들어가고 싶고, 좋은 기회가 있다면, 국내뿐 만 아니라 여러 다른 나라에도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갔으면 한다. 또한 다양한 스케일의 공공프로젝트를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장소를 제공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은 선생님으로 꿈을 키워나가는 어린 학생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영감과 도움을 주고 싶고, OURSTUDIO를 함께 즐겁게 일하고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 디자이너 그리고 성숙한 사람으로서 성장 할 수 있는 환경의 일하고 싶은 회사로 꾸려 나가고자 한다. 나열해 보니 매우 많은 바람이 있는 듯하나, 조바심 내지 않고 내가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역량 아래 차근차근 천천히 한발자국씩 내어보고자 한다.

필자 : 차홍규 (車鴻圭)

홍대 미술학석사, 동신대 공학박사
기능올림픽, 장애인 기능 심사위원, 서울국제평회미술제 심사위원장
88올림픽 기념 공모 작품전 서울시장상 및, 장관상 등 다수
개인전 59회 및 미주, 유럽, 아시아 등 비엔날레, 초대전, 등 단체전 300여회
한중수교 20주년 기념작가(한국, 중국 유일 작가)

북경 칭화대 미대 정년퇴임. 현 한국조형예술원석좌교수, 한중미술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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