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의 반역] 제 21장 추악한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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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반역] 제 21장 추악한 음모
  • 편집국
  • 승인 2020.11.0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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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69호] 좌의정 육두성은 선조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재빨리 몸을 사렸다.

“황공하옵니다. 그를 벌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이옵니다.”

“장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국문을 통하여 통제사를 철저히 분해해야 한다. 그의 죄상을 남김없이 찾아내어 국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벌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좌의정 육두성은 선조의 핏발선 눈빛에 소름이 오싹 끼쳐왔다. 왕이 얼마나 통제사 이순신을 증오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이옵니다. 병조판서가 장계의 뒤를 추적하고 있사옵니다. 만일 그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면 내용이 밝혀지게 될 것이고... 그것은 통제사를 징계하는데 있어서 상당한 저항 요소가 될 줄로 사료됩니다.”

선조는 극도로 예민해졌다. 신하 한 명을 응징 하는데 이렇듯 복잡하고 신경이 쓰이는가. 왕의 지시가 곧 국법이 아니던가. 갑자기 짜증이 확 일어났다.

“그 장계는 폐하였다.”

육두성의 주름이 일시에 펴졌다.

“황공하옵니다. 그리되면 곤란한 사안이 영 사라지게 될 것이옵니다.”

그러나 왕은 머리를 짚고 있었다.

“그리 간단하지는 않아. 통제사의 서장을 직접 받아 온 사람이 있다.”

“예엣?”

생각지 못했던 변수였다.

“누구이옵니까?”

“선전관 조영이다.”

좌의정 육두성은 그의 이름을 계속해서 뇌리에 새겼다. 그리고는 해결 방안을 나름대로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제 조영은 살아있는 목숨이 아니었다. 그러나 왕의 다음 말은 육두성을 곤혹스럽게 뒤흔들었다.

“헌부에서 선전관 조영을 파직하고 추고하라는 상소가 있었지.”

“넷? 헌부에서는 왜 이옵니까?”

“선전관이 이순신의 서장을 뜯고 그 안의 날짜를 조작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놀라운 사실이었다. 이순신의 서장이 선전관에 의해서 옮겨졌다는 것도 그렇거니와 그 안의 일자를 조정했다는 것은 무엇 때문이었나?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감마마...?”

선조의 용안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걸 느끼는 순간이었다. 육두성은 뭔가 심상치 않은 내막이 있음을 깨닫고 있었다.

“헌부와 선전관 조영이 알고 있다면 당연히 도승지와 예조에서도 통제사 이순신의 장계에 관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으리라 여겨지옵니다.”

왕은 단호했다.

“좌상에게 일임하였으니 더 이상 내게 물을 필요는 없다. 이순신의 장계는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좌의정 육두성은 비로소 선조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통제사 이순신의 장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에게 일임했다는 것은 소신껏 국문을 집행 하라는 뜻이다. 그 소신이란 책임지고 통제사 이순신을 처단 하라는 은밀한 어명이기도 했다. 육두성은 왕의 면전에 무릎을 꿇었다.

“신 좌의정 육두성, 전하의 뜻을 받들겠나이다.”

이순신은 별로 당황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비록 초췌 했지만 그는 삼 만 여 명의 수군을 통솔하는 장수였다. 추호의 흐트러짐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장계가 없다니요? 그럴 리가 없소이다. 분명 유지를 가지고 왔던 선전관 편으로 서장을 작성하여 올렸소이다.”

국문에 참석한 병조판서 이항복이 물었다.

“통제사가 보고한 내용의 장계는 없었소. 선전관은 누구를 말함이오?”

“조영이라 하였소이다.”

이항복은 좌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육두성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떨떠름한 표정이 역력했다.

“선전관 조영을 대질하자는 이야기인가? 그럴 수는 없네!”

“좌상 영감, 이것은 반드시 확인을 해야만 하외다.”

육두성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확인이라? 장계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았던가? 이번에는 선전관...? 그가 아니라면 또 누구를 불러 들이대려는가? 우리는 통제사의 변명과 억지 주장을 듣고자함이 아니야!”

“선전관 조영을 부르시면 되는 일 아니옵니까? 그의 진술이 매우 중요하외다.”

병조판서 이항복의 항변에 육두성은 내심 울화통이 터져 미칠 것만 같았다. 사사건건 통제사의 국문을 방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넌지시 오성에게만 들리도록 중얼거렸다.

“병판은 전하를 그리 오래도록 보필하였건만 어찌 그 의중을 모르시오?”

이항복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마치 눈치 없는 며느리의 시집살이처럼 막무가내로 투정을 부렸다.

“내 마흔 하고도 한 해를 더 살았어도 내 마음을 모르고 있소이다. 임금을 가까이 모신 것은 동부승지가 된 이후이니 채 십 년도 아니 되었고... 사십 년의 내 마음도 모르면서 어찌 십 년의 상감을 안다고 할 수 있겠소이까? 그렇게 말씀하시는 영감께옵선 영감의 마음을 알고 계시오? 어심을 읽고 계시오?”

“물론이요.”

“아, 진짜 존경스럽소이다. 부럽습니다.”

“자신의 마음도 모르고 어찌 관직에 오를 수가 있단 말이요?”

“그건 모두가 좌상대감 같으신 분이 계시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소이다. 나는 내 마음도 모르고, 다른 사람도 모르지만 좌상은 내 마음도 알고 상감의 마음도 알고 계시니 말입니다.”

이항복의 비꼬는 말투에 육두성은 은근히 비위가 상하였다. 그러나 상대는 오성이었다. 계속해서 그와 말상대를 해서는 승산이 없음을 진작 알고 있는 좌의정이었다.

“선전관 조영을 이리로 부르도록 하라.”

“장군, 그 어인 말씀이요?”

건장한 체구에 눈썹이 굵직한 중년의 사내 한 명이 국청에 나와서 통제사 이순신을 바라보며 두 눈만 두꺼비 마냥 껌벅거렸다.

“내 분명 서장을 작성하여 선전관에게 올리지 않았소?”

“기억이 전혀 없소만......”

선전관 조영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처음 듣는다는 태도였다. 이순신의 얼굴에 실망의 기색이 떠올랐다.

“그럴 리가 없소이다. 선전관, 잘 생각해 보시오.”

“아무리 그래도 모르는 건 모르는 거요. 통제사의 장계 따위는 내 받은 바가 전혀 없소이다.”

상대방의 시치미에 통제사 이순신은 가슴이 답답했다. 사람의 탈을 쓰고 이래도 되는 것인가? 분명 수군 통제영에서 장계를 작성하여 선전관에게 건네주었다. 병신년 말 명과 일본의 강화 협상이 결렬될 조짐을 보이자 이순신은 즉각 왕에게 서장을 제출했던 것이다.

“진실을 숨기려는 의도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요. 선전관!”

이순신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자제하며 조영을 차갑게 응시했다. 그는 짐짓 눈길을 외면하면서 좌상에게 물었다.

“난 이제 돌아가도 되는 거요?”

“수고 했소.”

육두성이 선전관을 물리려 하자 그때까지 뭔가 깊은 상념에 잠겨있던 오성대감 이항복이 화들짝 손을 들어 올려 제지 시켰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미안하오. 우린 평상시에는 건들거리는 경향이 있소만 한 가지 일에 골몰하게 되면 가끔 주변 상황을 까마득히 잊고 있어서요. 선전관은 장계를 보도 듣지도 못하였다는 것입니까?”

“그렇소이다.”

“통제사는 전달하였다 하고요?”

“내가 받은 적이 없으니 그건 통제사의 착오가 아닐까 생각하오.”

이순신은 상대의 어처구니없는 태도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일개 나인도 아니고 조정의 선전관이 이리도 무책임 하고 무성의 할 수 있는가?

“만일 국청에서 위증을 하게 되면 어떤 벌을 받게 되는지 선전관은 알고 계시오?”

이항복의 위압적인 태도에 조영은 조소를 흘렸다.

“나라의 녹을 먹는 자가 어찌 그 정도를 모르겠소.”

“통제사는 분명 주었다고 하고, 선전관은 받지 않았다고 하니 두 분 중에 진실을 외면하고 계신 분이 있거나, 아니면......”

좌의정 육두성은 진작부터 오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국문에 함께 참여 하라는 어명이 있을 때부터, 아니 삼월 초 그가 병조판서에 오를 때부터 심사가 뒤틀렸었다.

“이보시오...오성!”

이항복은 좌의정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뱉어냈다.

“장계를 올린 분이 통제사가 아니었거나, 장계를 받은 분이 선전관이 아니시거나!”

육두성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게 그 말 아니요? 오성대감은 자꾸 헛갈리게 하지 마시오. 이것은 아주 명확하오. 죄인이 자신의 죄를 왜곡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예사로 동원하고 있는 것이요!”

이순신이 노성을 토해냈다. 보름이 넘는 힘겨운 감옥살이를 했던 죄수의 목소리라고 여겨지지 않는 강성이었다.

“난 명예롭게 살고자 하는 조선의 장수요! 결단코 죽음을 두려워 해 본 적은 없소. 위선으로 살고자 하지 않소! 불명예로 목숨을 구걸 하지 않소!”

좌의정 육두성이 안면 근육이 실룩였다. 당장이라도 물고를 내리라는 명령을 내리고 싶어서 입안이 근질 거렸다. 이때 이항복이 적절하게 제지하고 나섰다.

“내 말은 장계를 올렸다는 것이 사실이면 그걸 받은 이가 선전관이 아니고 도승지나 예조의 당상, 아니면 전하께서 직접 수령 하셨을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입니다.”

국문을 자행 하던 육두성을 비롯한 관리들과 그 당사자인 이순신조차도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조영의 얼굴은 미묘하게 일그러지기 까지 하였다.

“장계의 내용을 보지 않았으니 모른다는 그 답변도 반드시 틀리다고는 할 수 없지요. 선전관은 어쩌면 애초부터 장계와 관계가 없었던 것이고요.”

“그게 무슨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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