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존재가치를 인정, 존중, 소통하며 사랑하는 이상세계 작품 구현
13일부터 제주 이주 20년 김품창 제주 202020 展 개최...그간의 작품 총망라

어울림의 공간-제주환상1 장지에 아크릴 2020년작

[시사매거진/제주] 제주는 천혜의 절경과 아름다운 풍광이 함께하는 낭만적인 섬으로 많은 문화, 예술 작가들이 이주를 통해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아름다운 풍광과 작업환경만을 생각하지 않고있는 작가가 있다.

제주의 가치와 혼을 작가의 철학과 함께 작품에 담아내려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며 삶의 깨달음과 존중, 소통, 사랑의 이상세계를 구현하고 있는 중견작가 김품창 씨를 만났다. 제주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 김품창 작가를 만나 단순한 작품이야기를 넘어 그의 대한 진솔한 이야기와 그가 추구하는 예술의 가치에 대해 알아봤다.

어울림의공간-제주환상2 장지에 아크릴 2020년작
어울림의 공간-제주환상1 장지에 아크릴 2019년작

제주 입도 20년차인 김품창 작가의 그림은 제주의 환경적 특성과 작가 특유의 동화적 화풍을 결합한 작품들로 유명하다.

김품창 작가는 제주 이주 20년을 맞은 올해 그간의 작품 활동을 망라해 오는 13일부터 28일까지 서귀포예술의 전당. 13일부터 22일까지 이중섭 창작스튜디오에서 동시에 '한국의 화가 김품창 제주 202020 展'(제주창작생활 20년) 전시회를 갖는다.

MIT대 철학박사인 예술평론가 홍가이 교수는 이번 김 작가의 전시 작품들에 관해 "제주도의 어떤 한 단면을 프레임(frame)하여 사진 찍듯이 재현해 보여주는 식의 풍경화가 아닌 제주도라는 하나의 순환계로서의 자연의 또는 우주적인 생태계의 역동적인 전체의 흐름을 보여주며 제대로된 풍광화의 절학적 개념을 구현하는 작품"이라 평했다.

김품창 제주 202020 展(제주창작생활 20년) 전시회는 제주의 풍광에 매료돼 따뜻하고 정감있게 동화 같은 제주를 그리던 정착 초기(2001년) 작품에서부터 2020년 ‘제주 환상’에 이르기까지 20년간 변화돼 온 그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작품의 소재 역시 다양해졌다. 제주 이주 초기 바다와 한라산, 해녀, 노을, 밤하늘, 고기잡이배 등을 소재로 그리던 작품 세계는 제주 바다의 다양한 얼굴과 제주의 곶자왈, 제주 설문대할망의 신화에 이르기까지 넓어지고 한층 깊어졌다.

화가 김품창에게 그림은 눈으로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다. 보고 또 보고, 가슴에 남겨진 풍경이 작가의 몸 구석구석으로 파고들어서 화면에 옮겨 놓고 싶어 못 견뎌질 때 비로소 그 풍경을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화폭에 옮겨 담는다. 

이번 전시에는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7미터가 넘는 판타지 대작과, 365개의 전복 껍데기로 제주의 오름을 지도 형식으로 형상화한 작품, 8미터가 넘는 연작으로 이뤄진 제주 곶자왈의 사계 등 대표작 100여점이 전시된다.

어울림의 공간-제주환상2 장지에 아크릴 2019년작
어울림의 공간-제주환상 장지에 아크릴 2018년작

 

제주에서의 20년 

김품창 작가는 20년전 35세에 아내와 6살배기 딸과 함께 나만의 창작세계를 찾기 위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품창 작가는 "내가 살 집은 바닷가와 가까운 빌라 3층, 드넓은 북태평양 바다를 코앞에서 바라볼 수 있는 멋진 공간이었다"며 "창문을 열면 비릿한 바다 내음과 함께 갈매, 하늘소, 풍뎅이, 반딧불이 무당벌레들과 함께 할 수있었고 정말 꿈인 것같았다"고 지난날의 소회를 밝혔다.

또한 "서울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제주의 수 많은 생명체와 천혜의 절경을 접하며 살아온 김품창 작가는 "제주는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닌 수 많은 생명체와 사람이 함께 사는 공간이란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제주에서 깨달음을 얻으며 모든 것을 접고 그림에만 몰두했지만 생활고의 발목이 엄습해왔다. 급기야 본인도 모르게 어렸을때 처럼 동전을 꺼내기 위해 작대기로 장롱밑을 흝는모습을 발견하고 30대 중반의 가장이자 화가였던 김품창 작가는 처절함과 자괴감에 괴로웠다.

이제는 더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고 새로 사온 붓을 모조리 부러뜨리고 그동안 그려왔던 그림도 찢어 버렸다. 어느새 꿈같던 제주 생활은 내 생에 가장 지옥같은 날들로 변해버렸다고 한다.

그래도 제주에 내려오기 전 서울에선 넉넉하지는 않아도 아이들을 가르치며 그림을 그리면서 생활했고 알뜰히 살아 개인전 준비와 아파트 분양 준비도 했지만 다시 서울로 올라가게되면 지하 단칸방 살이라도 해야 할 지경이며 이사 갈 비용조차도 없는 비참한 신세가 돼있었다.

이후 출판사 원고를 받아 그림책 그리는 일을 하게 됐는데 생소한 다른 영역이었다. 순수 미술만 해왔던 내가 아이러니하게도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상업미술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자책했다.

1~2년을 그림책 작업에 몰두하며 새로운 영역을 알아갔다. 그림책 작업 또한 순수 미술을 하는데 있어 많은 상상력과 창의력의 도움이 됐다고 한다. 벼랑끝에서 간신히 살아왔지만 예술가로 산다는 건 쉽지 않은 길이며 그동안의 처절하고 비참했던 삶은 기억에 한 부분으로 남길 바랬다.

제주에 내려온지 5년 후인 마흔살때 생활고로 만신창이가 됐다가 살아난 김품창은 이제 개인전이라도 하지 않으면 초등학교 때부터 화가의 꿈을 꾸고 달려온 그 모든 것들이 수포로 돌아갈 것만 같은 불안감에 대학 졸업 13년만에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인사동 작은 갤러리에서 가진 조촐한 전시회였지만 김작가에게는 큰 신호탄이 되었다. 그렇게 몇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제주에서의 10년이 다가왔지만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고도 뒤돌아보니 별로 해 놓은 것이 없는 것 같았다. 10년을 정리하는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간절함과 절박함이 밀려왔다.

2011년 제주 입도 열번째 겨울 인사동에서의 제주10주년 개인전은 성공적이 었다. 공중파 방송사들에서 취재가 왔고 여러 일간지에 보도됐다.또한 그 전시회를 통해 지금까지도 많은 도움을 주시는 분들을 만나 고맙고 감사했다.

제주 입도 20년의 소회를 밝히고 있는 김품창 작가

김 작가는 제주를 어울림의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또 환상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며 제주를 그린다고 한다. 서귀포에서 처음으로 15년 동안 그린 그림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제주 15주년 전시회를 갖게 됐다. 많은 준비와 노력의 결과로 다행이 큰 호응을 받았다. 집이 없어 떠돌이 생활을 한 김작가와 그의 가족은 그 전시회로 인해 생애 최초 조그마한 집을 하나 마련할 수 있었다. 너무 좋아 그 집에서 잠도 잘 수 없을 정도였다.

이듬해 2016년과 2017년에는 제주에서 전시한 그림을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전시를 했는데 전시된 그림들 중 어느 한 그림 앞에 선 나는 울컥한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19년전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고 결심하며 붓을 꺾고 그림을 찢었을 때 순간 머릿속에 떠올렸던 그림이었는데 많은 관람객이 그 그림 앞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짧은 전시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만명이상의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찾아왔고 큰 호평을 받았다.

 

제주를 표현하고 삶을 그려내는 철학과 혼

김품창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 주변의 이야기를 함께 담는다"고 말한다.

김 작가는 "모든 생명체는 함께 어울리는 공간이 존재하는데 예를들어 직원없이 회사가 돌아가거나 나무나 식물이 없을때 사람이 존재가 있냐?"고 반문했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것 함께 공존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정말 중요하다"고 밝힌다.  

또한 김 작가는 "같이 어울려사는곳은 무시하거나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숲속만을 그리거나 바다만을 그리지 않는다. 즉 한쪽의 단면만을 치우쳐 그리지 않는 것이다.

어울림의 공간-제주환상3 장지에 아크릴2020년작-

그의 그림에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이 숲속과 바다 생명체 등을 함께 그려내 조화를 이루며 어울림속에 서로를 존중하는 뜻이 내재 돼 있다.

김 작가는 20대에서 부터 40대까지 주변의 환경들을 많이 담아내어 실험작을 많이 만들었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같은 소재를 가지고 구상과 비구상을 함께 그렸다.

김품창 작가는 "제주는 사람의 감성을 풍부하게 만든다 같이 어울려사는 곳 사람냄새나는 곳"이라고 말한다.

김품창 작가는 "좋은 그림과 나쁜 그림을 좌우하는것은 아름다운 풍경 사진 한 컷을 찍어 사진과 똑같이 그려내는 스킬 능력이 좌우하는 것이 아닌 그림에 본인만의 감정과 생각, 철학, 화풍 등을 담아내는 것이 좋은 그림을 완성하는데 결정적으로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제주는 사람의 감성을 풍부하게 만든다 같이 어울려사는 곳 사람냄새나는 곳"이라고 말한다.

김품창 작가에게 제주는 가족같고 친구 같은 존재이며 사람의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고 같이 어울려사는 곳인 것이다.

어울림의 공간-제주환상4 장지에 아크릴2020작
어울림의 공간-제주환상3 장지에 아크릴 2019작

 

제주는 내운명...

김 작가는 "서울에서는 열심히 그림만을 그렸고 실험작도 많이 만들었다.

하지만 제주 입도 후 활동에는 자신만의 철학이 생겼다고 한다. "대자연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이야기하고 설명할 수 있는 철학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제주에 오고나서 제가 그려야할게 생기고 철학을 이야기 하고 삶의 가치와 공존에 관해 이야기도하며 제주에서 제철학을 만들어내고 그림에 혼도 불어넣게 됐다"고 당당히 밝혔다.

김품창 작가는 제주의 풍경, 바다, 숲속, 신화로 같은 맥을 갖고 일관성 있게 꾸준히 활동을 해왔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가 보는 이들에게 제주의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힘과 가치를 느끼게 함으로써 소중한 제주 환경을 우리가 어떻게 보존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인가를 일깨우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시를 통해 코로나19로 힘든 관람객들이 잠시나마 동화 속 판타지에 빠져드는 시간을 선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품창 작가의 그림을 한마디로 표현해달라고 요청을 하자 주저없이 "저의 그림은 모든 자연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생명체와 인간이 서로 어울리는 공간이며 그들 모두가 서로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소통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상세계"라고 강조했다.

 

김품창 작가 이력

∘ 1966년생
∘ 강원도 영월 출생, 경북 영주 성장
∘ 추계예술대학교 미술학부 동양화과졸업
∘ 개인전15회
∘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위원역임 
∘ adagp국제저작권협회회원
 

김형룡 기자 zhzhzh02@hanmail.net

새시대 새언론 시사매거진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