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만 명이 감동한 유방암 환우, 에피의 이야기

죽음 앞에서 떠난 여행, 그리고 일상

저자 에피 | 출판사 행복우물

[시사매거진=여호수 기자] 현대사회의 인간은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 천적이 따로 없다. 이 때문에 인간은 예상치 못한 사고를 겪지 않는 한 자신의 수명만큼 살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평균수명 또한 늘어나면서 '우리는 항상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라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며 살아가곤 한다. 죽음이라는 종점은 나이에 비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어릴수록 이 중대한 사실을 망각하기는 더 쉽다.

책 '낙타의 관절은 두 번 꺾인다'의 저자 역시 그랬다. 저자는 28살의 크리스마스에 생각지도 못한 유방암 선고를 받게 된다.

건강할 나이, 가족력도 없었던 저자는 암 선고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고 말한다.

유방암과의 싸움을 시작한 저자는 블로그에 투병일기를 기록하기 시작한다.

림프전이가 있는 2기 유방암 진단과 수술, 항암치료를 받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저자는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는다. '대머리지만 괜찮아'라고 외치는 그녀의 투병일기는 점차 암 환우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까지 유명세를 타게 된다.

그녀는 세상의 관점인 '느린 자살에서 벗어나기'를 시도하며 세계여행을 결심한다.

저자는 호르몬 주사와 약봉지를 들고 낯선 곳으로 떠나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여행자의 얼굴로, 세계 곳곳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기록하고 소통했다.

『이때 내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은 보고도 믿기지 않는 것이었다. 낙타가 일어날 때, 다리 관절이 두 번이나 꺾이는 것이 아닌가! 낙타는 다리 관절이 세 개라고 한다.

앞으로의 여행에서 내가 엄청난 발견을 해낸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다음 여행을 기약하는 것은 ‘사소한 발견’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도 낙타의 다리 관절처럼 작지만 직접 봐야 찾을 수 있는 것들을 계속해서 찾아내고 싶다.

그로써 언젠가 내 안에 존재하는 단단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책 '낙타의 관절은 두 번 꺾인다' 中』

저자는 블로그에 미처 다 담아내지 못했던 소소한 이야기와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이들과 나누었던 감정의 선들을 책에 담았다.

타고난 유머감각과 엉뚱함, 그 사이 잔잔한 감성이 흐르는 책은 '세계여행기'라기보다는 '세상 여행기'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책은 알면서도 생각하기 싫어서, 모르는 척 살아갔던 삶과 죽음, 인생에 관한 고찰의 시간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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