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한 것보다 새로운 것을 찾는 밀레니얼 세대
뉴트로 상품에 2030 밀레니얼 세대가 지갑 연다

[시사매거진266호=신혜영 기자] 싹쓰리’, ‘포니’, ‘진로이즈백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뉴트로열풍으로 새롭게 태어난 주역이란 점이다. 몇 년 전부터 대중문화계를 비롯해 산업계에서는 뉴트로 열풍이 불고 있다. 한 제약회사는 61년 된 장 건강 브랜드를 식품으로 재출시 하는 가하면 단종 돼 볼 수 없었던 라면, 사탕이 다시 출시되고 있다. 또 국내 1호 차 포니도 뉴트로 열풍을 타고 전기차로 내년 출시된다. 몇 년 전부터 대중문화를 비롯해 식품의약가전업계 내에서 불고 있는 뉴트로 열풍 속으로 들어가 본다.

최근 유재석, 이효리, 비(정지훈)를 멤버로 결성한 ‘싹쓰리’가 90년대의 감수성을 현대적인 스일로 재해석한 뉴트로 감성의 ‘다시 여기 바닷가’를 선보이며 대중문화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뉴트로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_뉴시스)

최근 유재석, 이효리, (정지훈)를 멤버로 결성한 싹쓰리90년대의 감수성을 현대적인 스일로 재해석한 뉴트로 감성의 다시 여기 바닷가를 선보이며 가요계에 뉴트로 열풍에 합세했다. 싹쓰리는 스타일에서부터 노래까지 90년 대 혼성그룹을 떠올리게 하는 팀으로 전부터 대중문화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뉴트로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가요계의 뉴트로 열풍은 이 전부터 꾸준히 확산되어 왔다. 9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온라인 탑골공원’(1990~2000년대 음악방송을 실시간 스트리밍해주는 유튜브 채널, ‘SBS KPOP CLASSIC’)이 인기를 얻으면서 과거의 것을 새롭게 재소비하는 뉴트로유행이 꾸준히 확산되어 왔다. 뉴트로(New-tro)란 새로움의 ‘New’와 복고의 ‘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것을 말한다.

즐기는 것을 넘어 소비로 이어지고 있는 뉴트로 열풍은 70년 전통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와 협업하는 제품들이 연일 히트를 치고, 다방커피의 원조 격인 맥심이 내놓은 레트로 보온병은 출시와 동시에 동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두꺼비가 그려진 하이트 진로의 진로이즈백은 판매 출시 13개월 만에 3억 병 이상 판매를 기록했다.

(사진_뉴시스)

 

식음료 업계 이색적인 모습으로 제품 재출시

가요계를 중심으로 뜨겁게 불고 있는 뉴트로 열풍은 식음료업계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단종 되어 볼 수 없었던 제품 부활이 이뤄지고 동종 업계간 협업 또는 리뉴얼 과정을 통해 오랜 기간 동안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아온 제품이 이색적인 모습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식음료 업계가 앞다퉈 90년대 제품을 소환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 때문이다.

지난 74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최근 단종 제품이 잇따라 부활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추억을 선사하고 있는 중이다. 롯데제과의 사랑방 선물’, ‘육각 꼬깔콘’, ‘과자종합선물세트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1982년 출시된 이후 1990년대까지 큰 인기를 끌었지만 캔디류가 다양해지면서 매출이 감소했고 2013년 단종됐다. 사랑방 선물은 1982년 출시해 2013년에 사라진 제품으로 원형의 케이스 안에 알록달록한 색깔의 알사탕이 들어있는 제품이다. 육각 꼬깔콘은 1983년 출시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것으로 육각형 종이패키지에 담았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백설 브랜드의 정통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백설 헤리티지 에디션을 최근 선보였습니다. 1950년대 백설 브랜드의 초기 디자인을 활용한 한정판 제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농심은 해피라면을 재출시 한다. 농심의 해피라면은 1982년 출시 후 1991년까지 판매된 제품으로 저가라면 시장에서 나름대로의 입지를 구축했지만 신라면 인기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밖에 SPC삼립도 뉴트로 콘셉트의 빵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추가로 제품을 더 선보였다. 지난 2월 선보인 우카빵떡방아빵이 출시 한 달 새 100만 개 판매되면서 1980년대 및 2000년 초반에 출시됐던 초코방울이’, ‘덴마크데니쉬’, ‘꿀떡꿀떡3종의 제품을 추가로 출시했다.

동아오츠카는 지난 해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1971년 국내 최초 플레이버(flavor) 음료로 출시된 오란씨의 뉴트로 스페셜 패키지를 판매했다.

하이트진로는 뉴트로를 겨냥한 진로이즈백을 출시, 13개월 만에 3억 병 이상을 판매했다. 진로이즈백은 1924년 첫 출시된 소주인 진로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소주다. 이 소주는 35도로 출시된 이후 30, 25도로 도수를 낮춰왔다.

1993년엔 진로골드로 출시된 이후에는 대표적인 국민 소주로 자리매김지만 1998년 출시한 23도 도수의 참이슬에 왕좌를 내주고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간 제품이다. 최근에는 하늘색 병에 16.9도의 저도수 소주로 다시 만들어져 출시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다.

이 외에도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일반의약품도 뉴트로 바람을 타고 있다. 수십 년 전의 유명의약품이 건강기능식품이나 식품으로 재탄생하면서 경험이 있는 이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는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가고 있다. 일동제약은 지난 2261년 전통의 유산균 브랜드 비오비타를 리뉴얼 출시했다. 비오비타는 일동제약이 1959년 국내 기술로는 처음으로 개발에 성공한 영유아용 유산균 정장제다.

동아제약 역시 최근 26년 전통의 혈액순환개선 일반의약품 써큐란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재발매했으며 지난 6월에는 국내 최초 어린이 영양제 미니막스’(1984년 출시)에 사회적 가치를 담아 리뉴얼 출시하기도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뉴트로(복고) 열풍이 불어 지난해 단종 제품이 다수 부활했다지금은 판매되지 않는 제품도 있지만 고객들의 요청이 이어지면 단종 제품을 다시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제과가 출시한 롯데제과의 ‘사랑방 선물’, ‘육각 꼬깔콘’, ‘과자종합선물세트’ CJ제일제당이 지난해 선보인 백설 브랜드의 정통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백설 헤리티지 에디션’하이트진로가 1924년 첫 출시된 소주인 ‘진로’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출시한 ‘진로이즈백', . (사진_뉴시스)

자동차시장도 뉴트로, 국산 1호 차 포니전기차로 재탄생

자동차시장에서도 뉴트로 열풍을 타고 신차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1975년 포니 출시에 앞서 197410월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 전시됐던 포니 쿠페 콘셉트카를 내년에 전기차로 출시한다.

현대차는 콘셉트카 발표 1년 후인 1975년 국내 최초의 후륜구동 소형차 포니를 출시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시작을 알린 대표적 모델이었다. 포니로 인해 한국은 세계에서 16번째로 자동차 고유 모델을 갖게 됐다. 포니는 1990년 단종 될 때까지 국내외에서 488847대가 팔렸다. 2013년에는 자동차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유물 문화재로 등록됐다.

세월에 묻혀 사라진 줄 알았던 포니는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다시 등장했다. 197410월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 포니 쿠페 콘셉트카를 선보인 지 45년만이다.

현대차는 이르면 내년 1‘45’의 양산형 차량 포니EV’를 출시한다. 코드명 ‘NE’를 부여받은 이 차량은 차체 내외관 디자인은 물론 현대(HYUNDAI)’라는 독특한 엠블럼 그리고 실내 디자인에 포니스타일을 재해석한 부분들이 담길 예정이다.

재규어는 2017‘E타입 제로를 출시했다. E타입 제로는 1968년 제작된 ‘E타입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적용한 전기차다. 러시아 전기차 제조 업체인 애비어 모터스 역시 1967년형 클래식 머스탱을 전기차로 부활시킨 머스탱 R67 EV’를 선보였다.

지난 3월 11번가에서는 뉴트로 트렌드를 반영해 X세대부터 밀레니얼 세대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20세기 말 추억의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온라인 탑골마켓’ 기획전을 펼쳤다. (사진_뉴시스)

이색 콜라보, 뉴트로의 선동 밀레니얼 세대를 잡아라

브랜드는 물론 업종 경계도 허무는 이색 콜라보레이션에도 뉴트로 열풍이 한창이다.

지난 626일 대웅제약은 대표 제품인 우루사와 젊은 감성의 정장 브랜드 지이크’(SIEG)가 만나, 여름 한정으로 패션 상품 3종을 출시했다. 각 제품에는 간 기능 개선제 우루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인 의 이미지를 복고풍 감성으로 담았다. 귀엽고 캐주얼하게 표현했다. 브랜드 로고 디자인은 최근 뉴트로 디자인으로 업계에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조인혁 작가와 대웅제약 디자인팀에서 협업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60년 전통 브랜드 우루사의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지이크의 트렌디한 뉴트로 패션 상품 발매에 협업하게 됐다이번 콜라보레이션을 시작으로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동화약품은 지난 20184월 제약업계 최초로 패션업계와 협업하며 주목받았다. 글로벌 패션브랜드인 게스’(GUESS)와 협업으로 티셔츠·데님팬츠·데님백 등 총6종의 캡슐 컬렉션 제품을 선보였다. 이들 제품은 대한민국 최초의 등록상표인 동화약품 부채표로고와 게스 교유의 삼각로고를 융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활명수는 1897년 발매된 제품이다. 당시 동화약품은 창립 121주년을 맞아 이색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게 됐다.

 

추억의 광고카피부터 상표까지 뉴트로 열풍 어디까지

LG전자는 중장기 트렌드로 자리잡은 뉴트로열풍에 주목하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흥미를 환기시킬 수 있는 굿즈 아이템을 선보였다.

LG전자는 1958년 창립 이래 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IT·가전 회사다. 금성사 로고를 비롯해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기술의 상징 금성등 광고 카피는 고객들에게 여전히 기억되고 있는 브랜드 자산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옛 것을 새롭고 재미있게 느끼는 뉴트로트렌드에 반응하는 젊은 직원들과 어릴 적 TV 광고에서 봤던 카피, 냉장고에 붙어있던 마스코트 스티커 등을 떠올리면서 추억에 잠기는 직원들을 보며 LG전자 임직원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함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이처럼 오랜 세월 이 땅에서 많은 이들의 삶과 함께하며 사랑받은 브랜드도 드물다. 그래서 LG전자는 금성사 로고를 재해석한 뉴트로 컨셉트의 에코백, 유리컵 등의 브랜드 굿즈를 제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상표에도 뉴트로 바람이 불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뉴트로 감성이 10~20대의 젊은 소비층에게 관심을 끌면서 복고풍 이름을 가진 음식점 등의 상표출원이 크게 증가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10년간 출원된 상표를 분석한 결과 스쿱당, 미묘당, 만가옥, 술또옥 등과 같이 표장에 음식점을 나타내는 접미사인 ’, ‘을 붙인 상표가 두드러지게 증가 중이다. 분석 결과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00형태의 상표는 모두 118건이 출원됐으나 2014년부터 2018년까지는 288건이 출원돼 최근 5년간 2.4배나 증가했다.

대웅제약 대표 제품인 ‘우루사’와 젊은 감성의 정장 브랜드 ‘지이크’(SIEG)가 만나, 여름 한정으로 출시한 패션 상품 3종과 창립 40주년을 맞은 롯데백화점과 롯데제과가 함께 기획한 뉴트로 의류 상품. (사진_뉴시스)
대웅제약 대표 제품인 ‘우루사’와 젊은 감성의 정장 브랜드 ‘지이크’(SIEG)가 만나, 여름 한정으로 출시한 패션 상품 3종과 창립 40주년을 맞은 롯데백화점과 롯데제과가 함께 기획한 뉴트로 의류 상품. (사진_뉴시스)

뉴트로 트렌드로 자리잡다

리뉼얼 상품 출시는 물론 세월에 묻혀 있던 광고카피에 로고, 그리고 도시까지 뉴트로 열풍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과거 향수를 추억하는 중장년층과 함께 새로운 문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밀레니얼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레트로가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과거에 유행했던 것을 다시 꺼내 그 향수를 느끼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같은 과거의 것이지만 이걸 즐기는 계층에겐 신상품과 마찬가지로 새롭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뉴트로열풍 속에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에게는 복고지만은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독특한 지역 경관을 이루는 저층의 붉은 벽돌집 사이사이에 개성 있는 공방과 갤러리, 카페 등이 들어서 있는 서울 성수동 아틀리에길에는 뉴트로 감성을 즐기러 온 밀레니얼 세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트렌드 분석센터의 2019년도 트렌드를 전망한 도서 트렌드 코리아 2019’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들은 유명한 것보다 새로운 것을 찾는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뉴트로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가보지 않았던 길에 대한 설렘이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뉴트로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이다. 40~50대 이상의 기성세대에게 뉴트로는 추억을 자극하는 복고로서 심리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면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복고지만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것으로 소비의 심리가 자극된다.

흑백사진관 등장이 그렇다.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뒤 암실에서 흑백사진으로 인화해주는 방식으로 2030세대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전국 주요 흑백사진관 이용자의 34%20대 여성이다.

1980년대 상품을 리메이크한 추억의 먹거리 상품들의 주소비층이 2030세대라는 점도 그렇다. 1980년대 음료 따봉을 리메이크해 선보인 따봉 제주감귤의 지난해 매출은 약 48%2030세대 소비자였다. 막대얼음에 과일 맛을 첨가한 얼음과자 ‘HEYROO 아이스께끼역시 매출의 42.7%30대 이하의 젊은 소비자들로 나타났다. 이는 중장년층인 4050(20.6%)에 비해 약 2배 높은 수치다.

이러한 이유로 다양한 영역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뉴트로 감성을 입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단순하게 복고가 아닌 소비로서의 가치가 이어지다 보니 업계는 레트로 제품을 찾고 구입하는 감성형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열풍을 넘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뉴트로가 소비의 주체를 바꿔 나가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