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학적이리만치 적나라한, 서정적이면서 음울한
때로는 공포스러우며, 아이러니한
삶, 그 끝 없는 공허함

저자 호레이스 맥코이 | 옮김 송예슬 | 출판사 레인보우퍼블릭북스

[시사매거진=여호수 기자] 과거, 사람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인간답게 살 권리'는 지금처럼 중요시 여겨지지 않았다. 현재는 구상만으로도 엄청난 비난을 받을 괴물 쇼, 인간 동물원, 노예시장 등과 같은 사업은 실제 운영됐으며,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930년대, 미국에서는 춤 경연 대회라는 명분을 앞 세운 '댄스 마라톤'이 성행했다.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절, 대회 측은 숙식을 제공한다며 지원자들을 모았다. 흥행업자들은 이들을 이용해 온갖 쇼와 볼거리를 제공해 돈을 벌었고, 관람객들은 참가자들이 망가지는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돈을 내고 입장했다.

대회의 룰은 간단하다. 참가자들은 남녀 한 조가 커플이 되어 1시간 50분 동안 춤을 추고 10분을 쉰다. 단 10분의 쉬는 시간 동안 참가자들은 수면, 식사, 휴식, 세면 등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참가자들은 이 외의 모든 시간 동안 잠시도 멈추지 못하며 포기하거, 심신이 피폐해져 쓰러질 때까지 춤을 춰야 한다.

책 '그들은 말을 쏘았다'는 바로 이 댄스 마라톤 무대가 배경이다.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어렵던 대공황 시절, 로스앤젤레스에서 댄스 마라톤이 열렸다.

숙식이 제공된다는 이유로 가난한 젊은이들이 각지에서 모여 들었고, 여기에는 할리우드 스타를 꿈꾸는 두 남녀 글로리아와 로버트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들은 할리우드 스타라는 꿈을 가지고 있지만, 대회에 참가한 후부터는 꿈도 삶의 목적도 상실한 채 끊임없이 춤만 추게 된다.

우리에 갇힌 동물들처럼 사람들 앞에서 그저 무표정하게 춤을 추는 현실에 작고 소박했던 그들의 꿈은 점점 사치로 변질된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글로리아는 끝없는 우울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로버트도 함께 절망한다.

극도의 피로감으로 점차 꿈과 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상황에서, 글로리아는 마침내 그것이 자신의 삶에 내려진 형벌임을 깨닫는다. 이에 그녀는 자신의 파트너인 로버트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하기에 이르른다.

"글로리아와의 인연은 조금 우습게 시작되었다. … 그 만남이 아니었다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나는 지금도 그때 그녀를 보러 간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저자는 무대 위 글로리아와 로버트가 피로와 우울함으로 점차 꿈을 잃어가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책은 댄스 마라톤이라는 기괴한 무대를 통해 인생의 불합리와 무의미 그리고 삶의 공허함을 완벽히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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