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전통춤협회, 전주지부 실기인 사상강좌

(사)한국전통춤협회 전주지부 자료사진 장태연 지부장 제공 

[시사매거진/전북=이용찬 기자] 한국전통춤협회(이길주 회장)의 ‘2020 대한민국전통춤문화제’가 애초 2020년 2월 21일 개최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감염에 대처하고자 오는 12일(금) 오후 7시 30분 ~13일(토)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지난달 말일 전주 한문화 갤러리에서 (사)한국전통춤협회 전주지부(지부장-장태연)가 이색적인 강좌를 마련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읍시 (사)수제천보존회 이금섭 예술감독이 강사로 나선 이날 강좌에서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무용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무용(舞踊) 예술인들의 활동은 사람과 사람의 사상을 결합하여 감정을 동화시켜 의식적 감정을 전달하는 것으로, 이것이 형이상학적으로 완성되어 표현될 때, 진정한 예술”이라는 무용 예술의 철학적 사유를 더듬어 보는 강좌로 마련돼 이목(耳目)을 끌었다.

전통춤 문화제를 앞두고 마련된, 이번 강좌는 당초, 전주지부가 지난 2월 2일 지부창단 발기인대회를 통해서 전라북도에서의 강좌는 주로 교육목적의 학술대회로 개최하려 했던 취지와도 일맥 상통하는 강좌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 사태로 행사 자체가 연기되어 왔지만 뒤늦게라도 예술의 본질을 무용인들 스스로 파악해보는 시간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사)한국전통춤협회 전주지부 자료사진 장태연지부장 자료제공 

이금섭 감독은 한때, 잘나가던 국악인으로, 한국 국악계의 전면에 있었지만, 국내의 예술과 서구 예술의 융합을 위해 프랑스와 인도를 오가며 예술철학가로 활동해 왔다. 그는 이번 강좌에서 무용 예술의 근원적인 실체를 그 실기인들을 상대로 역설했다.

예술이란 예(藝)와 술(術)이 합쳐진 용어로서 術은 밖으로 드러나는 기술(technique)의 실체를 말하는 것이고, 이 術을 바탕으로 본인의 사상을 춤과 융화될 때 비로소 藝가 되고, 이것이 또한 외부로 표현되어 나타낼 때, 비로소 예술이라는 철학적 명제로 발현된다는 설명이다.

이 감독의 이러한 발언은 무용 예술이 ‘무성한 잎을 떨어낸 후 드러나는 나무의 참모습을 그리듯 나를 비우고 바람의 흐름에 들어맞는 몸짓에 사유의 철학이 있다는 것을 직역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런 원론적 실체를 제시하며 캐나다의 근대무용평론가 콜링우드(Collingwood, 1889~1943)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콜링우드는 “춤은 모든 언어의 모체로서 의사전달의 가장 기본적이고 일차적인 형식”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미국의 무용평론가 존 마틴(Martin, 1893~1985) 역시 “무용 예술은 사람이 이성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사상이나 감정을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라고 평론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무용의 실체적 사유에 대한 설명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한국의 전통춤은 우리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 탄생하여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던 민족예술의 모체이자 시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무용 예술은 한민족의 영혼과 사상을 춤사위에 담아 왔던 우리의 역사이며 철학적 삶의 몸짓이자, 또한 우리의 사상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우리문화의 근원이 고대 원시 제천의식의 굿판에서 시나위 음악에 맞춰 신과의 자연, 사람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천지인(天地人) 합일, 사람과 사람, 사상의 합일을 이끌어내던 춤이 현시대의 살풀이로, 시나위 합주곡이 독주화 되며 산조로, 그리고 신과 자연, 사람과 사람 간의 이데올로기의 극복을 위해 부르짖던 염원이 판소리와 현시대의 노래로 꾸준히 발전해 왔다는 점에도 철학적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하는 강좌였다.

덧붙여 이 감독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대명제를 전제로 본다면, 한국적이라는 전통적 기반과 그 뿌리를 춤사위를 통해서 펼칠 수 있어야 하고, 그래서 전북지역만의 독창적이며, 이 시대를 대변하는 무용이 될 때, 우리 춤이 세계적으로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단체의 ‘시대를 대변하는 독창성’을 주문하기도 했다.

강좌후 전주지부 회원들과 이금섭 감독이(사진 중앙의 남자)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런 열강 때문인지, 강좌 후, 장태연 전주지부장은 “우리 지부의 회원들은 실기 면에서는 모두 권위를 자랑하는 무용인들이지만 이것을 사상적으로 정립시킬 힘이 부족했는데, 앞으로도 내면적 사상을 외부로 표현하는 진정한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라도 자주 이런 시간을 가질 필요성을 느낀 시간이었다”며 사상·철학적 추가 강좌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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