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박희윤 기자] 28전 25KO의 기록을 가진 78년 아시안게임 복싱 금메달리스트 황충재가 글러브를 벗고 가수로 변신했다. 그가 가수로서 활동하기 위한 과정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가수를 권유한 ‘형님’ 가수 남진, 친구인 가수 설운도, 작사가인 김순곤 등 연예계와 복싱계 등 그를 아끼고 사랑해 준 사람들이다. '노래를 하려면 권투한 것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처음에는 와 닿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가수 황충재, 연애인 황충재로서 새로운 음반과 활동으로 팬들과 만나는 그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얼마 전 캠페인 송 ‘힘내자 대한민국’이라는 곡을 발표했는데

프로젝트 캠페인 송인 ‘힘내자 대한민국’(코로나 아웃)이라는 곡은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어하고 고생하시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자 저와 7~80년대 인기 스포츠 금메달 메달리스트 등이 함께 모여서 부른 곡이다. 예전에 스포츠 스타들이 우리 국민에게 주었던 기쁨과 즐거움, 환희와 감격을 이 어려운 시기에 다시 한 번 전달해 드리고자 제작한 프로젝트 ‘희망 릴레이 캠페인 송’이다.

경쾌한 세미 트로트 비트 위에 흥겨운 멜로디와 우리 국민은 이겨낼 수 있다는, 꼭 견디어 내고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찬 가사와 함께 저의 약간은 거친 샤우팅 목소리와 트로트계의 황제 남진의 피쳐링이 어우러진 완성도 높고 중독성 강한 국민 응원가다.

WBC플라이급 세계챔피언 장정구, 세계 태권도 헤비급 챔피언 이동준, 88서울올림픽 60kg 금메달 김재엽, 78방콕아시안게임 배구 금메달 장윤창, 영원한 체육인 한승찬, 92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황영조, 88서울올림픽 공식 DJ이세훈 등이 까메오와 코러스에 참여해 국민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승리하자는 메시지를 드리는 노래다.

아시아의 복싱 영웅들. 왼쪽부터 황충재, 매니 파퀴아오(필리핀), 전 라이트플라이급 세계챔피언 장정구.

복서로서 28전 25KO 3패의 전적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황준석 선수와의 경기다. 동양 챔피언이었던 제가 ‘복싱 아티스트’ 슈거레이 레너드(미국)와의 대결을 추진하던 시기였다.

제가 WBC 세계 1위, WBA 2위였고, 피피노 쿠에바스(멕시코)는 WBC 2위, WBA 1위였기 때문에 도전자 결정전을 치르기로 했었다. 그런데 쿠에바스 측에서 무려 7차례나 일정을 연기하는 식으로 대결을 계속 피했다.

하지만 전호연 극동체육관 회장이 직접 나서 파이트머니만 총 7억 원, 현재로 환산하면 약 120억 정도 되는 금액을 받는 레너드와의 대결을 성사시켰다. 

그런 상황에서 황준석과의 경기가 결정되었고 82년 4월 18일 전주에서 벌어진 황준석과의 대결에서 8회 KO패로 패배를 했다.

‘아무도 못 이긴 레너드를 이겨서 나를 증명해 보이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운동했지만, 황준석이라는 선수에 대해 너무도 몰랐고 ‘방심과 자만’이 저에게 패배를 안겨준 것이다.

그 대가는 무척 컸다. 레너드와의 경기는 무산되었고, 대한민국 선수로 세계 60개국 동시 생방송 무대에 설 행운을 날려버렸다. 정말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속상하다. 자만의 아픔과 무서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심정을 모를 것이다.

그 경기 이후 마음을 못 잡았다. 운동선수가 5년 만에 체중이 97kg으로 불었다. 하지만 미련이 남아 황준석 선수와의 마지막 경기로 명예를 회복하고 싶었다. 30Kg 감량을 하고 재도전 준비를 했지만 결국 황준석 선수 측의 거절로 성사되지 않았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지만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이다.

황충재 앨범 사진

가수가 되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원래 음치였다. 은퇴하고 힘든 마음에 매일 같이 술을 마셨다. 그리고 못 부르는 노래지만 힘든 마음을 달래려고 노래를 계속하다 보니 조금씩 늘었다. 하지만 워낙 음치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수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루는 제겐 친형 같은 가수 남진 씨와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를 하는데 남진 형님이 “충재야, 너 노래 한 번 해볼래?”하고 제안을 했다. 남진 형님은 평소 생각이 깊으신 분이라 장난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이 아니기에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아마 제가 춤추는 것을 좋아하고 권투를 해서 그런지 몸놀림이 가볍고 유연해서 제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시고 그 부분을 높이 평가해주셨던 것 같다.

그러면서 형님이 “설운도가 곡을 잘 쓰니까 설운도한테 한번 부탁해봐라”고 말씀해주셨고 설운도 씨가 너무 좋은 곡을 줘서 가수로 음반을 내게 되었다.

전국노래자랑에 출연 당시 모습

가수로서 처음 활동이 어려웠을텐데

설운도 씨가 작곡해준 ‘뻥이야’라는 노래는 정말 좋은 노래인데 내가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전국노래자랑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가게 되었는데 노래와 함께 마이클잭슨의 ‘문 워크’를 춤으로 준비했다. 하지만 무대 바닥이 딱딱한 상태가 아니어서 생각했던 것처럼 문워크가 잘되지 않았다.

많은 준비와 노력을 한 것과는 다르게 춤에 신경이 쓰여 순간 노래의 리듬감이 떨어지면서 노래의 맛을 살리지 못했다. 주변에서는 잘했다는 칭찬을 받았지만 스스로 무대의 만족감을 느낄 수 없어 ‘가수의 길도 여기까지인가보다’라는 생각으로 노래를 안하려 했다.

그런데 ‘고추잠자리’ 작사가인 김순곤 씨가 “친구야 내가 정말 노래 잘하는 가수 만들어 줄께”라면서 응원해 주고 마치 제 이야기 같은 ‘끝까지 간다’라는 곡을 선물해 줬다. 열심히 준비했고 신곡 발표를 준비 중에 있다.

복서와 가수의 차이점은

남진 형님이 제가 처음 노래를 시작할 때 “충재야, 네가 노래를 하려면 권투한 것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처음에는 그 말의 의미가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권투는 체중감량이라는 뼈를 깎는 신체적인 고통이 수반되는 경기다. 물론 꾸준한 연습과 노력도 필요하다. 당연히 권투보다는 노래가 더 쉽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진 형님과 함께 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노래를 연습하고, 이동 중에도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듣는 모습을 봤다. 또 매일 세 시간은 체력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면서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자기 절제의 모습도 봤다. 역시 최고가 되기 위한 모습은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만과 방심’으로 무너졌던 지난 패배의 아픔이 떠올랐다. 처음부터 타고난 재능이 아닌 노력으로 음치에서 가수가 된 것인데 ‘이 정도의 노력으로는 부족하구나’는 것을 느꼈다.

안전지대 시니어 모델로 화보 촬영 당시 사진

연예인으로서 황충재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음반을 준비하면서 '안전지대'라는 브랜드의 시니어 모델로 얼마 전에 태진아 선배님과 함께 화보 촬영도 했다. 또 시트콤에 출연 계획도 가지고 있다. 욕심은 많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활동을 계속하면서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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