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 프랑스국립예술살롱전
한국 전통배첩 고서류 복원작업 시연으로 국위선양

[시사매거진262호=-채규진 기자] 40년 외길인생 배첩장인 안병목 배첩장이 지난해 1018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4차 대한민국명인 추대식에서 ()대한민국명인회 윤상호 회장으로부터 배첩명인 인정서를 받았다. ()대한민국명인회는 지난 2004년 출범 이래 문화와 예술로 하나 되는 세상을 위해라는 비전으로 설립되어 대한명인을 발굴, 선정, 추대해 찬연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세상에 알리고 세계와 교류하고 소통하는 일들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는 단체다.

(사)대한민국명인회 배첩명인 인정서 (사)대한민국명인회 윤상호 회장과 대한명인 안병목 배첩장.

 

160여년 역사와 전통의 2019 Salon SNBA 프랑스 국립예술살롱전(Salon des Beaux Arts)이 지난 1212부터 15일까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까루젤 루브르(Carrousel du Louvre)홀에서 프랑스국립예술협회(Salon de la Société Nationale des Beaux Arts. 약칭 SNBA.) 주최로 12개국 예술인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이 가운데 한국관(Délégation de Corée 한국대표부 세계평화예술인협회 APA 회장 김정순)에는 2016년부터 4년 연속으로 안병목 배첩장(한국 전통지류 배접 인간문화재 102호 이수자)이 전통한지로 한국 전통배첩 고서류 복원작업을 시연하여 한지의 우수성과 전통배첩 기술을 세계에 알리며 유럽인들의 찬사와 주목을 받았다.

프랑스 국립예술살롱전은 프랑스 정부의 지원과 현직 프랑스 대통령 후원으로 매년 12월 개최되는 프랑스국립예술협회(SNBA)의 대표적인 살롱 전시회이며, 회화, 조각, 판화, 사진, 일러스트 등 전 세계 다양한 현대예술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중요한 살롱 전시회다. 안 배첩장은 국제적인 예술살롱 전시회에서 우리나라 한지의 우수성과 한국 전통한지를 활용하여 고서류를 복원하는 작업을 유럽인들에게 직접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2016년부터 프랑스국립예술협회 살롱전을 참가해보니 우리의 전통 배첩 기술은 오히려 해외에서 관심도가 더 높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전통배첩의 가치와 중요성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고 짚었다.

2019년 루브르 박물관 프랑스국립예술살롱전 한국 전통배첩 고서류 복원작업 시연

 

국가공인 자격의 배첩장에게 유지·보수·수리 등을 맡겨야

배첩은 글씨나 그림에 종이 비단 등을 붙여 액자, 병풍, 족자, 장정, 고서화 등으로 처리하는 우리나라의 전통 공예기술이다. 우리의 전통공예인 배첩 비법만을 고수하며 계승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힘쓰며, 40년 외길 인생을 걸어온 안병목 배첩장은 국내 중요 지류문화재들이 올바로 보존·전승되기 위해선 국가공인 자격의 배첩장에게 유지·보수·수리 등을 맡겨야 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입찰제도가 아닌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전통 비법의 전문가에게 맡겨 보수와 복원을 해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배첩이란 삼국시대에 전해져 내려오는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전통 공예기술이며, 표구는 일본식 표현이다. 한지나 비단 등을 붙이고 적합한 액자나 병풍 등의 형태로 만듦으로써 작품의 예술성, 실용성, 보존성을 한층 더 높이는 것이 배첩이다. 그렇기에 반드시 10년 숙성의 고풀과 전문적인 기술력이 담보되어야 훼손된 옛 고서화를 복원하고 영구 보존될 수 있는 상태로 만들 수 있기에 전통 배첩장인만이 할 수 있다. 특히 조선시대 초기에는 나라에서 지정한 배첩장이 도화서(圖畵署)에 소속되어 궁중의 서화처리를 전담했을 정도로 중요하게 인식되었다.

전주 경기 전 정전-태조 이성계 어전-보존처리

 

전통배첩 명맥을 잇는 문화예술인 안병목 배첩장

배첩장으로서 전통배첩 연구·시연·전시 및 기술함양에 끊임없이 정진하며, 지류문화재 관리·보존·전승의 방향성을 잃지 않고 우리나라 배첩의 문화적, 예술적 가치창달에 사명을 다하겠다는 40년 외길 인생의 안병목 명인은 배첩 분야 무형문화재인 1996년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 102호로 지정된 고 김표영(84·서울) 선생과 충청북도무형문화제 제7호 기능보유자인 배첩장 홍종진 선생의 이수자로 틈나는 대로 관련 서적을 읽으며 우리나라 배첩기술을 익혀 대한명인에 이르렀다. 서양화가인 부인의 내조로 배첩기술의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는 안 씨는 2016년 문화재기능인대회 입상, 문화재수리자격증(문화재청장), 12회 한국문화재기능인작품전(대한불교조계종) 입상, 2016년 문화재기능인대회 입상, 2018년 문화재수리기능인협회 초대작가 출품과 2016년 포은 정몽주 유적 보수·수리(영천), 2017년 조선 개국공신 정탁 영정 보수·수리, 2018년 충무공 가보 보수·수리(아산 현충원), 2018년 추사 김정희 초상 보수·수리, 2019년 전주 경기전 정전에 모신 조선 왕조의 개창자인 태조 이성계 어전(대한민국의 보물 1578) 보존처리, 20195월 보물 제942호 황진가 분재기 보존처리, 20197월 대전지방문화재 고성남씨 족보 보전처리, 20197월 무수동 산신제 동계첩 보존처리, 2019 대한민국 미래를 여는 인물 대상을 수상 등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

안 배첩장의 궁중배첩연구원 배첩실에 들어서면 문중, 사찰 등지에서 보수·복원을 의뢰한 고서화들이 있다. 빛이 바래서 누렇게 변색된 글씨와 너덜너덜한 그림이 생명 연장을 위해 안 씨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안씨는 이런 고서화들을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면 생명이 연장 되듯이 고서화 역시 훼손 정도가 심하지 않을 때 외발뜨기와 도침으로 만든 우리의 한지와 10년 숙성 고풀과 대나무칼로 보수해야 본래 상태로 200~400년까지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습니다고 말한다.

소중한 우리의 전통문화재는 오랜 역사와 전문적인 기술을 갖춘 전통배첩으로 보수하고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안병목 배첩장은 선조들의 중요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일이기에 앞으로도 전통배첩 계승과 발전에 혼신의 힘을 다할 것입니다. 후진들에게 배첩 기술 전수를 위해 체계적인 작업 공간인 배첩전수교육관(파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우리 전통공예의 명맥을 이어가는 그의 이러한 노력에 힘찬 응원을 보낸다.

 

10년 숙성된 고풀 비법 

한지를 바르는 풀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안 씨는 10년 숙성된 밀가루 풀을 배첩작업에 사용한다. “밀가루 풀을 그냥 바를 경우 밀가루에 있는 영양소를 먹는 곰팡이 등이 생겨나고 누렇게 변색돼 작품이 훼손됩니다. 그래서 저는 스승 이전부터 사용돼 오던 전통 방식의 풀을 직접 만들어 사용합니다.” 전통 배접 풀은 밀가루에 물을 붓고 항아리에 담아 두어 곰팡이 등 이 서식해 썩게 한다. 이렇게 곰팡이 등이 영양소를 먹으며 썩힌 밀가루 풀의 윗부분 물을 버리고 다시 물을 부어놓는 식으로 1년에 두 세 차례 물을 갈아주며 10년씩 밀가루 풀을 숙성시킨다. 그러면 항아리 아래에는 영양소가 전혀 없는 순수 녹말가루만이 가라앉는데 이것을 고운체에 걸러 말려놓고 두고두고 사용하는 것이다. 안 씨의 앞마당에는 수십 개의 항아리가 놓여 있다. 지금까지 매년 500씩 숙성시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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