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들이 SNS를 통해 공유하는 특정 제품 또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의견이나 평가는 컨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들의 인식과 구매 결정, 그리고 투자 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사진_구글)

인플루언서(Influence+er) 마케팅은 유명인사와 같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사람을 활용한 마케팅 방법을 의미한다. 여기서 ‘인플루언서’란 주로 SNS상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들을 일컫는데, 이러한 신조어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들이 SNS를 통해 공유하는 특정 제품 또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의견이나 평가는 컨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들의 인식과 구매 결정, 그리고 투자 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인플루언서는 가수나 배우 등 연예인일 수도 있지만 중국의 왕홍(网红)이나 아프리카 TV의 BJ 또는 유튜버와 같이 연예인처럼 외모나 퍼포먼스로 인기를 얻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자체적으로 생산해내는 컨텐츠를 통해 큰 파급력을 가지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러한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을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고 일컫는데, 한때 블록체인 시대가 열리면서 암호화폐 ICO에 특히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이름조차 생소한 외국계 인플루언서는 물론 국내 유명인들도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해 활동하기도 했다.

필자는 2018년 초 ICO가 한참 위세를 떨치던 시점에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됐다. 당시 28세로 외국에서 태어나 좋은 대학을 나온 한 젊은이가 찾아와 우리 프로젝트가 아주 좋다며 비트코인 예수라고 불리는 ‘로저 버’를 인플루언서로 프로젝트에 참여시켜 줄테니 20억원을 내라는 제안을 했다. 

나는 어이없고 황당하고 기막힌 제안에 잠시 그 친구를 바라보다 한마디 했다. 
“로저-버가 200억원의 투자유치를 책임지고 해준다면 20억이 아니라 30억이라도 무조건 주겠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나를 한동안 바라보던 그 친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되돌아 갔다. 

이 사실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그 당시 얼마나 황당하고 말도 안되는 일이 ICO 과정에서 벌어 졌는지 능히 짐작이 갔다. 

그때, 그 당시 그렇게 얼굴만 내밀고 받아 들였던 코인을 상장하자마자 시장에 던져 막대한 이득을 취한 외국 ‘인플루언서’들이 과연 자신이 멘토링 했던 기업에 무엇을 기여했는지 묻고 싶다. 

필자가 겪은 조금 씁쓸한 또 다른 ‘인플루언서’ 경험이 있다. 
나는 당시 해당 프로젝트에 우리나라에서 아주 유명한 지인 한 분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마도 전 국민 대부분 다 알고 계시는 유명한 분인데, 해당 프로젝트에 ‘인플루언서’로 모시기 위한 부탁을 했었다. 

그런데 그 분은 무언가 잘못된 정보를 들었는지 몰라도 완곡하게 거절을 했다. 
물론 정부의 ICO 금지 정책과 보물선 ‘돈스코이호’와 같은 사기꾼들이 판치는 암호화폐 세상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나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일 때문은 아니었지만 필자는 투자유치를 위해 몇몇 마케팅 업체와 미팅을 하다가 당시 다단계 사람들의 허무맹랑한 제안을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고 해당 프로젝트를 포기한 것은 물론 아예 해당 회사를 폐업해 버렸다. 
(그러나 그 프로젝트는 그냥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깝고 관련 특허도 2건 출원되었기에 최근 만난 인공지능 기반의 꽤 괜찮은 기업에 해당 프로젝트를 이관 협의 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렵사리 부탁을 했던 그 ‘인플루언서’와는 한 모임에서 가끔 만나는 사이인데, 그 후로 나를 대하는 태도가 무척이나 어색하게 되어 서로 서먹한 사이가 되었다. 

그 분의 태도에서 느껴지는 반응이 마치 내가 무슨 사기극에 자신을 끌어 들이려고 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기가 막히고 씁쓸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 인플루언서를 탓할 수는 없다고 본다. 

솔직히 일반인들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세계를 너무 모른다. 
심지어는 국내 최고 대학 컴퓨터 공학과 교수님을 만났을 때도 블록체인, 암호화폐에 대해 상당히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때는 탄식이 저절로 나왔을 정도다. 

필자는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암호화폐가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역사적으로 국가나 특수 집단만이 발행해서 누리던 화폐의 ‘시뇨리지’ 효과를 일반 기업이나 단체가 발행하는 암호화폐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 이는 산업계 전반에 걸쳐 엄청난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믿고 있다. 

거기에 최근 급격하게 떠오르고 있는 STO는 주식, 부동산을 비롯하여 미술품 등 온갖 유, 무형 자산을 유동화 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기에 암호화폐는 향후 몇 년 내 세계 산업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 할 것으로 확신한다. 

그리고 그 ‘인플루언서’께서 세상이 바뀐 이후라도 자신이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길 기대한다. 

칼럼리스트=신근영 회장,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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