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의 차 문화는 우리나라의 소중한 자산

비가 내리는 시원한 날이면 마음 바삐 찾아온 손님에게 따뜻한 녹차를 단아한 다기에 담아내어 마시며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힌 뒤 이야기를 하던 선조들의 마음 씀이 생각난다. 한 잔의 차에 담아내는 주인의 정성과 정갈한 마음에는 우리나라의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정성이 담겨있다. 통도사 선다회 최해숙 회장과 도감 세봉 스님을 처음 만났을 때 비가 내리고 있었고, 마음 바쁜 기자에게 따끈한 보이차를 내어주며 여유를 가지라는 무언의 책망처럼 찻물을 따르고 있었다. 단아한 차림의 최해숙 회장은 인터뷰를 여러 번 사양했지만 기자의 집요한 요구에 이끌려 세봉 스님과 함께 자리에 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 통도사의 차 밭은 인공적인 재배를 하지 않고, 사람들이 손이 타지 않는 채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야생의 그대로에서 자란 찻잎을 따서 정성스럽게 차를 만들기 때문에 대량생산품의 차하고는 맛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내년부터 통도사에서 녹차를 일반인들에게 보급할 예정이어서 통도사 차의 맛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도(茶道)는 격식이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즉, 선(禪)의 모습을 표방한다

   
▲ 우리나라 불교 전통의 차 문화를 일반인들과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오고 있는 통도사 선다회의 최해숙 회장은 “다도는 자신을 낮추고 예의를 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통도사에는 올해로 18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통도사 선다회가 있다. 통도사 포교국의 단체로서 불자 중에서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내부 행사를 비롯해 템플스테이나 통도사를 찾는 외국인에게 우리나라 전통 차문화를 알려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오고 있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서 2년째 통도사 선다회를 이끌고 있는 최해숙 회장은 “통도사 선다회에서 활동한지 벌써 11년이 훌쩍 넘고 있습니다. 차를 마시며 경전공부를 하는 것이 좋아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며 선다회에 참여한 계기를 밝혔다. 차를 마시는 것은 특별한 격식이나 형식에 구애받는 것보다는 기본적인 방법만 알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다도(茶道)라고 말하는 최 회장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차분히 마음수양을 하면서 차를 접하다 보면 차의 여섯 가지 맛인 감칠맛의 육미(六味)를 느낄 수 있다고 전한다.
통도사 주변에는 오랫동안 자생하고 있는 차나무와 만 여 평에 달하는 차밭이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상태로 자라고 있다. 이곳의 차밭에는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어김없이 선다회의 불자들이 간소한 차림으로 정성스럽게 차를 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도감 세봉 스님은 “회장님의 차에 대한 열정은 누구도 말릴 수 없습니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차밭에 와서 차를 수확하기 때문에 제가 게을러 질 수 없게 만드시는 분입니다. 그러한 열정이 우리 선다회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며 차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최해숙 회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차를 수확하고 만드는 과정에서도 정성이 없으면 맛이 달라진다고 말하는 최 회장은 한잎 한잎 찻잎을 따는 마음에서부터 이 차를 마실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정성이 들어가야지만 제대로 된 차의 맛을 느끼는 것이라며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리는 과정에서도 찻잎 하나 하나에 마음을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차(茶)와 선(禪)은 같은 것이다

   
▲ 조선시대까지 이어오던 통도사의 차에 대한 명성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통도사 주지스님(아산 정우 스님)의 뜻에 따라 내년에는 통도사의 차를 상품화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도감 세봉 스님은 전했다.

세봉 스님은 차를 마시는 것은 곧 선(禪)이라고 말한다.
“차를 마시며 상대를 존중하고 나를 낮추는 배려는 곧 마음공부의 시작이기에 결국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는 일과 상통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곧 인간사 번뇌를 잊는 시간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세봉 스님은 통도사가 우리나라에서 차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 남아있는 곳이라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우리나라 차 문화가 일본에 의해 왜곡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한국의 기후풍과 사람들의 성향에 맞게 승화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통도사의 주지스님께서도 보다 대중적이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차 문화를 보급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통도사 선다회의 회원들은 매년 여름 수련회와 청소년 템플스테이에서 차 시연회를 여는 등 선다회가 앞장서서 차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또한 조선시대까지 이어오던 통도사의 차에 대한 명성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통도사 주지스님(아산 정우 스님)의 뜻에 따라 내년에는 통도사의 차를 상품화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세봉 스님은 전했다. 그는 “통도사의 차 밭은 인공적인 재배를 하지 않고, 사람들의 손이 타지 않는 채 자연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야생의 그대로에서 자란 찻잎을 따서 정성스럽게 차를 만들기 때문에 대량생산하는 상품의 차하고는 맛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아주 깊은 맛이 있습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중과 소통하는 불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통도사 주지스님(아산 정우 스님)의 뜻에 따라 통도사 내에 대규모의 연꽃단지를 만들기 위해 현재 연꽃을 재배하고 있다니 내년쯤에는 연잎차와 연꽃들을 대중과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차를 함께 하는 것은 정직함을 나누는 것
수많은 종류의 차 중에서 우리녹차를 가장 좋아한다는 최해숙 회장은 차는 아주 정직한 것이라고 말한다. 최 회장은 “차는 급하게 마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차는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마주앉아 차를 함께 나눈다는 것은 곧 깨끗하고 정직함을 나누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며 자신의 차에 대한 생각을 조심스럽게 보였다. 
통도사의 주지스님은 통도사가 우리나라 불교 차문화를 대표하는 사찰로 거듭나기 위해서 선다회와 더불어 더 많은 활동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잡초가 뒤섞인 야산에 한국적 수목인 소나무를 키워냈고, 철조망을 드러내어 대중들과의 거리를 더욱 가까이 하려하는 통도사 주지스님(아산 정우 스님)의 생산 불교의 기치하에 가을이면 연꽃차를 시음하러 오는 사람들의 편안한 안식처가 되길 확신하며, 그 시간을 합장하며 맞이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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