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간 나눠먹기로 최악의 상황… 손학규 “창피해 얼굴 못 들어”

손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광주·전남 지역 대의원 및 서울 성동갑 지역위원장 선정 문제를 거론, 구 민주계의 좌장인 박상천 공동대표에게 면전에서 직격탄을 날렸다. 손 대표는 “창피해 얼굴을 못 들겠다”, “매일 매일 가슴 속에서 분노가 치솟는다”, “이렇게 가다간 당이 거꾸로 망한다”는 등의 원색발언을 이어갔고, 박 대표의 얼굴은 일순 굳어졌다. 이 자리에는 성동갑 지역위원장 문제로 최재천 전 의원과 갈등을 빚고 있는 구 민주계 고재득 최고위원도 참석한 상태였다.

선정 문제 거론, 직격탄 날린 손 대표

   
▲ 정대철·추미애 두 후보가 열린우리당 시절 당 의장을 지낸 정세균 후보의 이력을 집중 공격하면서, ‘전력’ 시비가 경선 초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추 두 후보는 지난 6월 18일 제주 토론회에 이어 20일 부산 토론회에서도 정세균 후보의 열린우리당 의장 이력을 최대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손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당대회가 불과 열흘 남짓 남았는데 광주·전남 지역이 아직도 시·도당 개편대회 날짜를 못 잡고 있는 현실이 정말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당초 당 지도부는 구 민주계를 배려하기 위해 광주·전남에서 열린우리당계와 구 민주당계의 대의원 비율을 6대 4로 조정했다. 그러나 구 민주계 출신 국창근 전남도당 공동위원장이 “열린우리당 출신 지역위원장(구 지구당위원장)들이 지역 장악을 위해 구 민주당 당원 명부에도 없는 인사들을 구 민주계 몫으로 지명했다”며 전면 재조정을 요구해 대회 개최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손 대표는 이 같은 계파 밥그릇 챙기기에 참다 못 해 화를 낸 것이다.
그는 또 “말로만 화학적 결합을 얘기하면서 내 집만 챙기려는 데 급급하고 말 다르고 속 다르다”며 “성동갑 문제만 하더라도 얼굴을 들 수 없다. 정말 이대로 가다간 전당대회 치르다 당이 망한다”고 열을 올렸다. 서울 성동갑은 총선에 출마했던 최재천(열린우리당계) 전 의원이 지역위원장으로 유력했으나 구 민주계가 미는 고재득 최고위원이 치고 들어와 분란을 빚고 있는 곳이다. 손 대표는 최근 자신이 제기한 국회 등원론이 당내 강경 기류에 막혀 있는 데다 전당대회마저 집안싸움으로 엉클어질 조짐을 보여 매우 심란한 표정이다. 그는 비공개회의 때도 “정말 당 대표 못해 먹겠다”며 격한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 준비 내홍으로 파행 겪자 선제공격

   
▲ 지난 2월 당 대 당 통합 이후 수차례 표출됐던 열린우리당계와 구 민주당계간 불협화음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손학규 공동대표가 지난 6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구 민주계를 겨냥해 “창피해 얼굴을 못 들겠다”, “가슴 속에서 분노가 치솟는다”, “이렇게 가다간 당이 거꾸로 망한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손 대표의 이날 ‘선제공격’은 재창당의 기치를 내건 전대 준비가 극심한 내홍으로 파행을 겪자 당 대표로서 경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나눠먹기’, ‘밀실야합’ 비판에 직면해 있는 전대 작업에 대한 1차 책임이 박 대표의 ‘계파 챙기기’에 있음을 지적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결국 당 지도부는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통해 광주·전남의 대의원선정에 문제가 있는지를 조사하는 한편, 지역차원에서 교통정리가 안 되면 중앙당 직권상정으로 시도당대회 일정을 잡아 강행키로 의견을 모았다.
성동갑 지역위원장 선정도 이날 표결로 결론 내려 했으나 “사전 공지가 충분치 않았고 참석자가 적다”는 이유로 구 민주계 등 일부 인사들이 문제를 제기, 의사결정이 다시 미뤄졌다. 또 이러한 문제로 3시간의 격론이 벌어져 현안인 ‘국회 등원’은 논의조차 되지못했다. 이에 대해 구 민주계는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다. 한 핵심인사는 “표면적으로는 구 민주계에 대의원 몫이 배분됐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열린우리당계가 구 민주계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배정, 소수파 배려 정신이 휴지조각이 됐다”며 “열린우리당계의 ‘제왕식 배정’ 방식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인사는 “지역위원장만 해도 구 민주계가 선정된 곳은 전무한데, 손 대표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며 “‘자기사람 심기’로 치면 손 대표측이 훨씬 더 심하며 손 대표가 모든 책임을 박 대표에게 돌리기 위해 선수를 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력 집중 공격 등 과거 논쟁도 ‘시끌’
한편, 민주당 당 대표 경선이 ‘열린우리당 이력’을 둘러싼 과거 논쟁으로 시끄러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대철·추미애 두 후보가 열린우리당 시절 당 의장을 지낸 정세균 후보의 이력을 집중 공격하면서, ‘전력’ 시비가 경선 초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반면, 민주당의 진로와 미래를 고민하는 건설적인 논쟁은 자취를 찾아보기 어렵다. 정·추 두 후보는 지난 6월 18일 제주 토론회에 이어 20일 부산 토론회에서도 정세균 후보의 열린우리당 의장 이력을 최대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정대철 후보는 부산 토론회에서 “실패한 열린우리당 그림자를 빨리 지워야 한다. ‘도로 열린우리당’이 되면 안된다. 확실히 지워야 한다. 열린우리당 냄새가 나면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렵다”며 정세균 후보를 몰아세웠다. 정대철 후보 자신이 열린우리당 ‘창업 공신’인데도 그에게 열린우리당은 지워 없애야 할 ‘주홍글씨’일 뿐인 셈이다.

   
▲ 손 대표의 ‘선제공격’은 재창당의 기치를 내건 전대 준비가 극심한 내홍으로 파행을 겪자 당 대표로서 경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나눠먹기’, ‘밀실야합’ 비판에 직면해 있는 전대 작업에 대한 1차 책임이 박 대표의 '계파 챙기기'에 있음을 지적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추미애 후보도 지난 6월 18일 토론회에서 “정세균 후보는 열린우리당 의장을 두 번이나 했다. 정부 여당의 배경을 갖고 있으면서 당 의장을 했는데, 선거 때마다 졌다. 인물 청산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예의 ‘간판 교체론’을 폈다. 정세균 후보도 자신의 경력을 적극 방어하면서 경선 분위기는 더욱 퇴영적인 쪽으로 흐르고 있다. 각 후보들은 정국 현안과 민주당의 진로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지만, 단편적인 주장에 그치고 있다. 후보들은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바로세워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겠다”고 말하고 있을 뿐,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은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내가 되면 한나라당한테 이긴다”는 주장뿐이다. 또 정국 최대 현안인 ‘쇠고기’와 국회 등원 문제에 대해서도 “무조건 등원“(정대철), “선 재협상·후 등원”(추미애·정세균) 등을 내세우면서도 ‘왜’에 대한 설명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밖에도 “정세균 후보가 대의원들을 줄세우고 있다”(추미애), “호남당 이미지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정대철)는 등의 소모적 설전이 반복되면서 당의 정체성과 노선에 대한 논쟁은 실종된 상태다.

전당대회 흥행여부도 ‘시들’
안팎의 내홍뿐만아니라 10년 만에 야당으로 전락하면서 당력이 현저히 떨어진 탓에 재창당의 교두보로 삼은 전당대회가 흥행 참패라는 위기에 놓인 것도 민주당의 고민거리다. 내홍의 여파로 광주·전남지역 시·도당 개편대회 일정이 확정되지 못했고, 서울 성동갑 지역위원장 선정 작업이 표류 중이다. 광주·전남 시·도당 개편대회는 구 민주계 국창근 전 의원이 자파 몫으로 배정된 대의원 수에 불만을 표시해, 아직 대의원 명부조차 미정 상태다. 결국 당 지도부는 자체적으로 결론 내지 못할 경우 중앙당이 대회 일정을 잡아 강행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 성동갑 지역위원장 선정 과정은 계파 갈등의 정점을 보여준다. 원칙대로라면 총선 당시 당 지지율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열린우리당계 최재천 전 의원이 임명돼야 하는데도, 민주계 고재득 최고위원이 뛰어들어 지역 대의원 선정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반전을 향하는 전당대회가 ‘민심 외면’속에 치러지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 대의원 명부가 시·도당 개편대회에 임박해 정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쇠고기 문제가 정국을 휩쓸면서, 야당 전당대회의 특징인 ‘선명한 대여(代與)투쟁’을 전면에 내걸지도 못하고 있다. 대신 네거티브와 명분 없는 짝짓기 조짐이 일면서 ‘제 살 깎아먹기’경쟁으로 치달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통합민주당 차기 당권주자들은 이날 경남·울산에서 ‘오지의 전투’를 벌였다. ‘영남 홀대론’을 의식한 듯 당 대표 후보들은 일제히 ‘화합’과 ‘전국정당 건설’을 화두로 내걸었다.
정대철 후보는 “영남을 중심으로 전국 정당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후보는 “통합을 완성하고 균형발전을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추미애 후보는 “‘영남의 딸’로서 호남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민주, 가까워진 등원…변수는 여전

통합민주당이 국회쪽으로 접근해 가고 있다. 다만 다양한 변수로 인해 등원이 언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추가협상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나 등원 분위기는 무르익었다는 판단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차례 사과했고 추가협상에서도 어찌됐든 얻어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도 충남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등원에 무게를 뒀다.
문제는 국민 여론이다. 추가협상 결과가 폭넓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국회에 들어갈 경우 여론의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정식 원내 대변인은 “협상 결과가 국민의 요구 수준과 상당히 동떨어져있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고시 게재를 강행하면 국회가 정상화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등원 명분도 충족되지 못했다. 추가협상결과 발표 이후 한나라당의 태도는 “이 정도면 됐으니 국회로 들어오라”는 것이다. 재협상촉구결의안 동의 입장을 철회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민주당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동의를 계속해서 등원조건으로 내세우기 어렵게 됐다. 조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한나라당이 등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등원 방식으로는 야당이 일단 등원하고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의원 자유투표에 맡기는 방법이 거론됐다. 부결 가능성이 크지만 민주당으로선 명분을 챙길 수 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그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당의 한 관계자도 “자유투표가 마지노선 개념”이라고 했다.
야 3당의 미묘한 입장차도 변수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당의 등원 움직임을 경계했다. 박승흡 대변인은 “통합민주당의 적극적 역할을 부탁한다”고 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추가협상결과에 대해선 비판적이나, 이와 관계없이 언제든 등원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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