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시대의 자문수단이자, 지적문화의 전당 ‘박물관 테마여행’

   

▲ 인천의 대표적 달동네 모습을 재현한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은 온 나라가 잘 살아보자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땀 흘렸던 시절 서민들의 삶을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지구촌 장난감이 가득 찬 파주 ‘한립토이뮤지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예술인 마을에 들어서면 그 곳엔 ‘장남감 천국’ 이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전체가 장난감으로 가득 차있는 곳. 국내 첫 장난감 놀이문화 공간이다. 완구전문업체로 잘 알려진 한립토이즈의 소재규 대표가 30여 년간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수집한 10만여 점의 희귀 장난감 중 2,000여 점이 이곳에 전시돼 있다. 박물관 입구에서부터 주말에 나들이 삼아 나온 가족들로 붐비고 있다.
다른 장난감 박물관이 전시 위주인 반면, 이곳은 철저히 체험 위주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지하 1층 ‘스토리 랜드’. 실제의 2/3 크기의 집·시장·병원·경찰서·소방서 등을 꾸며 놓아 아이들이 역할 놀이(role play)를 즐길 수 있다. 여자 아이가 방화복을 입고 불을 끄러 뛰어다니는가 하면, 남자 아이가 장을 봐 저녁상을 차리기도 한다. 역할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한없이 즐거워 보인다.
2층은 현대전시관, 3층은 역사전시관으로 어른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전통 놀이기구와 미국, 일본, 독일, 몽골 등 7개국의 장난감으로 꾸며졌다. 소재규 대표의 장난감 컬렉션도 구경할 수 있다.
시설도 시설이지만 운영도 상당히 꼼꼼하고 매끄러운 편이다. 아이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보니 위생과 안전 문제를 특별히 신경 썼다. 각 체험시설 입구엔 손 소독기가 갖춰져 있고, 아이들이 바닥에 장난감을 어질러 놓으면 어느 틈엔가 직원이 달려와 가지런히 정리해 놓는다. 적정 인원 이상의 사람이 몰릴 땐 바로 입장을 제한하기도 한다.
이곳에선 종종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는 엄마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장난감 천국에서 정신없이 놀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몇 시간째 집에 가지 않겠다는 떼를 쓰는 아이를 달래며 억지로 끌고 나오는 것이다. 아이의 꿈과 어른의 추억이 만나는 곳, 아이는 어른이 되고 어른은 아이가 되는 곳. 독특한 개성의 장난감 박물관에서 다시 한 번 동심에 빠져보자.
▲Tip - 헤이리 1번 게이트로 들어가 500m 직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월요일 휴무). 스토리 랜드는 어린이 1만원, 어른 5,000원. 그 외 전시공간은 4,000원이다. 엄마들 사이에 입 소문이 자자해 방문객이 끊이질 않는다. 주말·공휴일엔 가능한 한 일찍 가야 체험시설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 (문의 : 031-957-8470/www.hanlipmuseum.co.kr)
▲헤이리 필수코스, 프로방스마을 - 예쁘기로 소문난 파주 프로방스 마을은 독립된 건물에서 각각의 컨셉을 갖고 운영되는 상점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테마형 마을이다. 파스텔톤의 화사한 색채와 이국적인 풍경이 유쾌함과 즐거움을 안겨주어 곳곳에서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어느 곳에서 찍어도 모두 예쁜 그림엽서 같다. 근처에 샤브샤브레스토랑과 이천쌀밥집, 스파게티 등 양식과 한식의 다양한 메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맛 집이 많아 오는 길에 들려 점심을 먹는 것도 좋다.
이곳은 큰길가에 있지 않아 찾기가 힘듬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룬다. 자유로를 타고 달리다가 성동IC에서 빠진다. 성동리 4거리에서 좌회전해 30m 정도 가다가 음식점이 있는 골목이 보이면 이곳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한 후 600m쯤 올라가면 왼쪽으로 입구가 보인다. 비보호 좌회전 길에는 아무 이정표가 없으므로 길을 놓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한립토이뮤지엄과는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이다.

생물학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남양주 ‘주필 거미박물관’

   
▲ 박물관 곳곳에 1950~70년대 서민들의 일상이 담겨 있다. 그때를 아는 사람이라면 빙긋 웃음이 나면서 왠지 코끝이 찡해지기도 한다.
팔당댐에서 차로 20분 거리 남양주시 조안면에는 ‘주필 거미박물관’이 있다. 말 그대로 거미에 관한 모든 것을 모아 놓았다. ‘거미박사’로 불리는 동국대 생물학과 김주필(64) 교수가 전 세계를 누비며 모은 거미 표본 4,0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각종 화석과 광물질 2,000여 개, 관련 문헌, 소품들도 있다. 사육장에서는 살아있는 거미, 이구아나, 두꺼비, 도마뱀, 구렁이 등도 만나볼 수 있다.
김 교수는 “거미는 생태계를 보호하는 익충인 동시에 의학, 농업, 방탄복 산업 등에 활용 가치가 무궁무진한 연구대상”이라며 “청소년들이 체험을 통해 생물학의 재미를 느끼기 바란다”고 말했다.
주변에는 ‘아라크노피아(Arachnopia) 생태수목원’이 있다. 아라크노피아는 거미류(Arachnida)의 천국(utopia)이란 뜻. 조각 공원, 야생화 정원, 연못 정자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여유가 있다면 1박 2일, 2박 3일의 거미 생태체험 코스를 예약해도 좋다.
▲TIP - 거미박물관 위치는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 528번지일대 아라크노피아 생태수목원내에 위치해 있다.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요금은 어른 6,000원, 중고생 5,000원, 초등생 이하 4,000원이다. 매월 첫째·셋째 월요일은 휴관이다. (문의 : 031-576-7908~9/www.arachnopia.com)

남양주 ‘왈츠 앤 닥터만’ 커피박물관

   

▲ 남양주시 삼봉리 ‘왈츠 앤 닥터만’ 커피박물관 1층 카페에서 지배인 노효식(65) 씨가 200년 된 미니 파이프 오르간을 소개하고 있다.


거미박물관에서 차로 15분 남한강변을 달리면 와인색 벽돌로 지은 프로방스풍 건물이 나타난다. 건물 아래 푸른 잔디가 펼쳐진 이곳은 ‘왈츠 앤 닥터만(Waltz & Dr. Mahn)’ 커피박물관. 이름조차 이국적인 이곳은 커피에 대한 모든 것이 있는 국내 유일의 커피박물관이다. 그림 같은 붉은 성이 반겨주는 이곳은 가족끼리 연인끼리 사진 한 장 남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커피만큼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것이 또 있을까. 번화한 거리마다 어김없이 들어선 각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부터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즐기는 다방 커피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커피를 얼마나 알까. 커피의 원산지는 어디이고 커피 한잔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어떠한 단계를 거쳐야 하는 걸까. 은은한 커피향을 즐기며 커피와 관련된 역사와 문화를 공부해 보자.
커피의 역사, 커피의 일생, 커피의 문화. 이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동서양의 커피역사와 흐름과 커피 씨앗에서 생두까지 세계 각국 품종별 커피의 모든 것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 각국을 다니며 수집한 커피관련 유물을 수집하는 박종만 관장의 커피사랑과 자부심은 느껴진다.
전시관은 각 코너마다 안내기에 따라 돌아볼 수 있도록 4개의 테마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한다면 가이드의 ‘커피 해설’도 들을 수 있다. 또한 관련 유물들 중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결혼 답례품으로 선물했다는 커피보관함과 함께 이디오피아에서 현지인들이 끓이는 커피 도구들을 그대로 옮겨와 사진과 함께 재현해 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커피 온실에서는 묘목 떡잎부터 빨갛게 익은 열매까지 커피의 생장 과정이, 유통 전시관에서는 생두(生豆) 수확에서 음용에 이르는 커피 유통의 전 과정이 생생하게 이어진다.
전시관을 모두 둘러보고 나면 원두를 분쇄기에 직접 갈고 추출해 마실 수 있는 체험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박물관 주변은 산책 코스로도 좋다. 영화 ‘시월애’의 한 장면을 옮겨놓은 듯 한 이곳 북한강자락 강가에서 기념촬영 한 컷은 어떨까.
▲TIP - 이곳에선 매주 금요일 8시 ‘닥터만 금요음악회’ 를 연다. 북한강을 바라보며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클래식음악회에는 테너 박인수와 오보이스트 이숙현 씨 등이 초청되기도 했다. 커피박물관 1층에는 블루마운틴 100%를 비롯한 26종의 최고급 커피와 주한미대사관 정년을 마친 조리부장의 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다. 개관 시간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 입장료는 대인 5,000원, 소인 3,000원이다. (문의 : 031-576-0020/www.wndcof.com)

역사가 공존하는 ‘한국등잔박물관’
우리 조상들이 어둠을 밝히며 살아왔던 불빛그릇 ‘등잔’. 등잔을 접해볼 기회가 없는 우리들에게 등장의 쓰임새와 생김새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수원 화성 성곽의 이미지를 본 뜬 등잔박물관은 세브란스 의사 출신인 김동휘 관장이 사재를 털어 40여 년간 우리의 등잔을 수집,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옛 선조들의 향취와 멋을 느껴볼 수 있는 독특한 테마의 박물관이다.
예쁘게 자리 잡은 연못을 바라보며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면 ‘생활속의 등잔’, ‘역사속의 등잔’, 그리고 ‘아름다운 등잔’ 등 세 개의 테마로 나뉘어 있는데, 특히 ‘생활속의 등잔’ 이 전시돼 있는 안방, 사랑방을 둘러보면 당장이라도 신발 벗고 들어가 등잔을 켜고 싶어진다.
1층에는 안방, 사랑방, 부엌, 찬방이 있고, 각 방에 어울리는 등잔들이 배치되어 있다. 1층과 2층 중간에는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의 각국 촛대가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유기, 철제, 청동, 자기, 옹기 등으로 만든 여러 가지 등잔들이 있다. 2층의 안쪽에는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등잔이 전시 되어있다. 삼국시대의 등잔은 주로 토기로 만들어져 남아있는 것이 많지 않은데, 국보급의 다등식 등잔의 복제품이 전시되고 있다. 지하층에는 ‘상우당’ 이라는 문화공간이 있는데 입구에 대형 장승들이 서 있고 이곳에서는 음악회, 미술전시회, 세미나 등이 열린다.   
1,000여 평 규모의 등잔 박물관과 야외공원에는 석등, 석탑, 연자매, 물확, 괴석 등 많은 석물들과 함께 옛 농기구들이 전시돼 있어 학습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또한 야외공원은 나무, 연못, 자연석 등이 어우러져 운치 있는 풍경을 자아내고 휴식과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도 안성맞춤이다.
▲TIP - 등잔박물관에서 도보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포은 정몽주 선생 묘역이 있다. 이외에도 인근에는 마가미 미술관(2km), 이석형 선생 묘(0.5km), 해주오씨 묘역 및 재사(4km), 충열서원(1km)등 있어 여유가 있다면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용시간은 9시부터 저녁 6시. 관람료는 대인 4,000원, 중·고·대학생 2,500원, 노인·어린이 2,000이다. (문의 : 031)334-0797/www.deungjan.or.kr)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1990년대 중반까지 3,000여 가구가 모여 살던 인천의 대표적 달동네 모습을 재현한 박물관. 바로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이다. 달동네 박물관은 온 나라가 잘 살아보자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땀 흘렸던 시절 서민들의 삶을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이곳은 동구 송현동 수도국산에 재개발사업이 끝난 뒤 들어섰다. 아리랑담배를 파는 구멍가게가 있고, 그 주변 담벼락엔 회충 검사를 하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방 안 인두와 재봉틀,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와 빛바랜 사진들이 어려웠던 시절 추억을 되살린다. 아궁이에서 연탄을 갈아보거나 물지게를 져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전시실에는 ‘영자의 전성시대’ 같은 영화 포스터와 예전 잡지 등이 모여 있다. 곳곳에 1950~70년대 서민들의 일상이 담겨 있다. 그때를 아는 사람이라면 빙긋 웃음이 나면서 왠지 코끝이 찡해지기도 한다.
골목 담벼락 곳곳에는 ‘한날 한시에 쥐를 잡자’, ‘썩은 자는 유흥가로, 애국자는 일터로’ 등 실소를 금치 못하는 포스터들과 달동네의 실제 모습을 담은 영상물을 약 8분간 볼 수 있다.
▲TIP - 돌아오는 길에 맥아더 장군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과 차이나타운을 둘러보자. 이국적인 분위기에 취해 자장면 맛도 색다르게 느껴질지 모른다. 박물관 관람료는 200~500원이다.
(문의 : 032-770-6131~2/www.icdonggu.go.kr/museum)

INFORMATION - 박물관 사진 이렇게 찍자

* 실내에선 흔들림에 조심해야
대부분의 박물관에서는 자외선이나 적외선에 예민한 전시물을 보존하기 위해 플래시나 삼각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런 경우에는 흔들림에 주의하여 조심스럽게 찍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우선 해상도를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ISO 200~800) 안에서 감도를 최대로 높이고, 오른손으로는 셔터버튼 쪽 몸체를, 왼손바닥으로는 카메라 밑 부분을 받친다. 그리고 셔터 버튼은 양 팔꿈치를 몸 쪽에 붙인 상태에서 눌러 흔들림을 최대한 방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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