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성재’와의 행복한 동거

세상을 지혜롭게 사는 일은 바로 스스로 행복을 만드는 일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은 생명이다. 살아 있는 모든 중생들의 생명은 하나 같이 귀중하다. 그게 설령 소나 말이나 돼지라도 마찬가지이다. 하물며 미물 곤충까지도 자기 목숨을 보호하고 아끼려는 본능은 있다. 그래서 석가모니 부처님은 일찍이 일체 살아 있는 모든 생명에는 부처가 될 근본 성품인 불성(佛性)이 깃들어 있다고 하셨다. 부처님 자비의 진폭은 이렇게 무한하고 생명 경외 사상은 무량하여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숙연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비록 부처님의 “자비”에 견줄 수 없으나 혜연 스님의 ‘자비행(慈悲行)’은 마치 부처님과도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혜연 주지스님은 장애인과 독거노인 14명의 사회복지와 소년소녀 가장 8명의 학업을 돕는 등 복지에 대하여 각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어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불교 전설의 꽃 ‘우담바라’가 지난 해 12월 3일 꽃이 피기 시작해 현재 아미타불의 우측 손바닥에 14송이로 계속 피고 있다고 한다. 또한 혜연 주지스님이 소장하고 있는 목조관음보살의 관(머리)부분 좌측에 4송이가 함께 피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불경에 의하면 그 나무가 인도에 있지만 꽃은 없고, 여래가 세상에 태어날 때 꽃이 피며 전륜성왕이 나타날 때면 그 복덕으로 말미암아 감득해서 개화 한다고 했기에 이것이 사람의 눈에 띄는 것은 상서로운 징조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3000년에 한번 볼까말까 하는 전설의 꽃이 자운사에서 피는 것은 아마도 항상 중생구제와 민생복지에 노력해 온 혜연 스님의 숭고한 사랑 덕분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 자운사 옆에 위치한 향적원의 모습

복지센터의 전초기지 ‘향적원’
자운사 바로 옆에 위치한 ‘향적원’은 원래 불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 이였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고 계속되는 불황으로 운영의 어려운 점을 알고 혜연 스님이 복지센터의 주춧돌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그 식당을 인수하여 전통사찰식당을 개업하였다고 한다.
혜연 스님은 “이것은 개인적인 돈을 벌기 위해서 운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사찰음식점은 부처님의 포교를 위한 전초기지의 시발점이며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위한 복지 실버센터 건축을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입니다”라고 전했다.
처음 사찰음식점을 시작하려고 하였을 때에는 많은 고민을 하였다고 한다. 특히 혜연 스님의 지인(知人)들은 “이 사찰음식점은 잘 될 수 없다”라는 말을 하면서 음식점 자체를 말렸었다. 그러나 참으로 신기한 것은 주위의 모든 염려와 걱정은 오히려 개업 후 찾아왔던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운영이 잘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혜연 스님은 “원래 자기의 욕심을 위해 일하고 돈을 벌려고 하면 잘 될 수 없지만 부처님의 일을 먼저 한다면 잘 될 수 있지요”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혜연 스님은 출가 이전에는 잘나가는 의상디자인 출신의 의류업 사장을 하였다고 한다. 그녀의 미래안목적인 감각과 스타일이 1970년대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벤트 마케팅을 실시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보다 너무 빠른 진행형이라 큰 성과는 거둘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모든 상황에 대하여 혜연 스님은 “제가 지금의 불자의 한 스님으로 오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아픔이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결국 부처님이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해서 힘쓰고 기도하며 도와주라는 큰 깨달음을 얻었기에 지금의 모든 생활이 정말 행복하고 기쁩니다”라고 전했다.

“성재와의 아름다운 동거생활”

   
▲ 혜연 스님(우)과 성재(좌)군이 함께 우담바라를 가리키고 있다.

혜연 스님은 30여 년 전 원주 치악산 금산사에서 득도, 전국 명산대찰에서 수행에만 정진하다 많은 사찰에 대형 불사를 해온 혜연 스님은 독특한 이력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기독교인으로서 지내왔다는 것이다. 처음 불가에 입문할 당시에는 부모님과 집안 식구들의 만류가 거세게 있었지만 참 깨달음을 얻기 위한 노력에 힘 있어 출가를 하였다고 한다. 혜연 스님의 이런 말씀을 하시면서 비록 밝은 웃음을 보였지만 불자의 한 사람으로 거듭나기 까지 많은 인내와 고통이란 과거의 아픈 상처가 보이는 것 같았다.
자비마을 자운사에는 또 다른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혜연 스님의 아들인 ‘성재’군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스님이라는 수행자에게 ‘아들’이 있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여기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혜연 스님이 성재 군을 처음 만난 것은 4년 전 우연히 한 노인에게 들은 이야기로 인해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성재군은 청각장애인 2급의 지체장애인으로 아버지 슬하에서 자랐지만 본디 심성이 바르고 착한 청소년이었다. 하지만 술을 좋아하시는 아버지로 인해 많은 힘든 상황에 접하게 되었고 그때마다 성재는 그 자리를 피하여 절로 도망 오다시피 하였다. 이런 성재군의 상황을 보고 혜연 스님은 측은한 마음이 들어 성재 군을 지금의 자운사에 데리고 와서 함께 지내며 성재 군을 불교대학까지 보내며 부처님의 자비를 행하고 있다. 
혜연 스님은 “우리 성재는 비록 청각장애인이지만 부처님 밖에 모르고 하루의 일과 중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일입니다. 청각장애인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지만 불경 부르는 것을 너무 좋아해 틈만 나면 누구의 도움 없이 불경을 연습하고 또 연습하여 지금은 그 불경소리를 들으면 심금을 울리게 합니다. 우리 성재의 불경 부르는 모습이 마치 부처님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성재군의 불경은 마치 심금을 울리는 소리와도 같았다. 비록 정확하지 않는 발음이지만 그 목소리에서 울려 퍼지는 불경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숙연한 마음을 가지게 하며 그의 목소리는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잔잔한 바람소리와도 같았다. 혜연 스님은 “성재의 가장 큰 꿈은 바로 불경 테이프를 만들어 자기의 불경을 듣고 많은 사람이 행복해 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음반발매의 형편이 힘들어 그 꿈을 이룰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부디 우리 성재군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의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고 전했다.
혜연 스님의 “모든 것은 자기 마음의 문제입니다. 선한 마음과 생각을 가지면 그에 상응한 복을 받는 것이고 악한 마음은 악을 가져오게 됩니다”란 말씀 속에서 또 다른 아름다운 세상을 기대해 본다. 
자운사: 신라불교의 성지인 불국사역에서 코오롱호텔 중간 지점 좌측 경주국립문화재연구소 맞은편에 자운사가 위치해 있다. 안내 054)746-7025, 776-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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