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황토팩 ‘참봉황토’앞세워 세계시장 노크
지난 한해동안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은 사상 최대의 호조세를 기록한 반면 내수는 사상 최악의 경기를 나타냈다. 이같은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내수경기에 민감한 중소기업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일감과 매출은 줄어들고 자금난까지 겹치면서 경기침체의 그늘은 중소기업에 더 짙게 두드러 졌다. 이런 가운데에도 탁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황토제품을 개발, 해마다 10%의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이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남 나주시 봉황면 와우리에 위치한 봉황세라믹스(061-331-9000)가 바로 그 화제의 기업.

기자가 찾은 봉황세라믹스의 광주사무실은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었다. 황토벽돌로 잘지어진 사옥이었다. 황토바닥, 황토벽, 황토커튼, 황토방석 등 주위의 모든 사물들이 황토로 만들어진 상담실에서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 내내 보여준 채영기 대표의 진지하고 열정적인 태도에서 진한 신뢰감을 느낄 수 있었다.

부실기업을 유망기업으로
유통사업을 하고 있던 채영기 대표가 봉황세라믹스의 경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지난 95년. 창업당시 지분참여로 인연을 맺었던 적벽돌 제조업체인 봉황세라믹스가 경영난에 허덕이자 직접 인수, 경영일선에 나선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인수당시 주위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35억에 달하는 회사 부채도 문제였지만 장기화 된 건설경기의 침체가 악재로 작용했다. 회사인수 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었다. 그는 먼저 세가지 과제를 선정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하나씩 개선해 나갔다. 첫째는 품질을 높이는 것이었다. 이를위해 그는 중소기업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매출액 대비 10%를 R&D에 투자하며 기존의 B급수준의 제품을 전량 A급 수준으로 품질을 향상시켰다. 자체 개발한 점토벽돌은 KS마크를 획득하면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광주, 전남지역의 관급공사 주문으로 이어졌다. 또한 봉황세라믹스는 황토벽돌을 이용한 옥상시공법을 자체 개발해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이 공법은 시공하고자 하는 옥상에 자체 개발한 포장 벽돌 시트를 깔고 그 위에 포장벽돌을 시공하는 기술이다. 뿐만아니라 일찍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지난 98년에는 국내 최초로 일본에 황토벽돌을 수출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둘째는 원가절감이었다. 채 대표는 원거리에서 조달되던 원료를 회사 인근의 원토를 개발, 직접 조달함으로써 물류비의 상당부분을 절감했다. 또 로(爐)의 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폐석탄을 재활용하여 연료비용을 30%가까이 절감하기도 했다. 셋째로 그가 선정한 과제는 조직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었다. 먼저 과감한 자동화 설비 투자를 통해 70여명에 달하던 생산직 사원을 40여명으로 감축했다. 그리고 회사경영의 전반적인 사항을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했다. 타업체에 비해 봉황세라믹스의 이직율이 현저히 낮은 것도 바로 이러한 투명경영 때문이다. 또한 직접 영업일선에 나서 회사의 대외적인 신뢰도를 넓혀 나갔다. 이러한 각고의 노력을 통해 봉황세라믹스는 2년이라는 기간에 흑자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해마다 10%의 매출성장을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국내최초 기류식 분쇄방식 보습, 미백효과 뛰어나
황토는 공기중의 비타민이라 할 수 있는 음이온을 방출, 산성화된 체질을 알칼리성으로 바꾸고 혈액을 촉진시켜 신진 대사를 왕성하게 한다. 또한 황토속에는 ‘카라타제'라는 활성효모가 들어있어 노화의 원인인 활성산소, 과산화지질을 환원시키고 분해시키며 체내 노폐물을 분해하고 피부미용에도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 본초강목에는 황토방 위에 솔잎을 깔고 자면 산후 부인병, 위장병, 비만, 빈혈에 좋다고 했으며 물고기, 고기, 과일, 야채, 약물 등의 독을 해독하며 토사곽란과 더위병을 다스린다고 기술되어 있다. 또한 동의보감에는 냉증, 신경통, 관절염 등에 효과가 뛰어나고 성질은 차고 무독하며 버섯에 중독되면 지장수를 마셔야 한다고 했으며 왕실 양명술에는 훗날 세상사람을 구하는데 황토가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언되어 있기도 하다. 봉황세라믹스는 이러한 황토의 탁월한 효능을 기반으로 다양한 황토관련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는 유망중소기업이다. “지난 99년도에 전라남도 시장개척단 일원으로 20일간 동남아 시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공기 압력으로 흙을 분쇄하는 것을 보고 돌아와 연구개발에 메달렸죠.” 목포대학교와 동신대학교와의 활발한 산학연을 통해 봉황세라믹스는 국내 최초로 ‘기류식 분쇄방식’을 선보였다. 기존방식으로 분쇄된 황토의 입자는 1000mesh에 불과하지만 국내 최초로 개발된 기류식 분쇄방식의 경우 4000mesh에 달할 정도로 황토의 입자가 미세하다. 이러한 차별화된 분쇄방식을 이용, 3년간의 연구 끝에 채영기 대표는 지난해 말 황토팩인 ‘참봉황토’을 출시하며 화장품 시장에도 진출했다. 기존의 황토팩과는 달리 미세한 입자를 자랑하는 ‘참봉황토’는 전남 화순에서 중금속 오염이 전혀 되지 않은 황토만 채취해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삼백초, 신선초, 솔잎 등의 백여가지의 식물을 3년간 발효시킨 효소를 이용해 만들어 진다. 또한 녹차가 피부노화를 방지하는 비타민 A와 피부를 희게 유지시켜 주는 비타민 C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황토에 녹차분말을 함유시킴으로써 기존 제품에 비해 보습과 미백효과가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채영기 대표는 “트러블 피부, 아토피성 피부에 탁월한 효능을 나타내는 황토에 다양한 식물성 효소와 녹차의 성분을 함유해 만들어진 참봉황토팩은 기미, 주근깨, 여드름, 잔주름 방지 및 예방에도 효능을 보이고 있으며 피부노화 방지에도 탁월한 효과를 나타냅니다” 며 “기존 제품과는 달리 공기압을 이용한 기류식 분쇄방식으로 입자가 미세하며 제조과정에서도 이물질이 전혀 들어갈 염려가 없으므로 한 번 사용해 본 고객들의 입소문만으로도 주문이 밀려오는 등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 덧붙인다. 그 외에도 황토내의, 황토이불, 황토화장품, 황토샴푸 등의 제품을 자체 개발해 생산하고 있는 봉황세라믹스는 전남 지역의 관광단지 인근에 ‘황토 체험관’을 만들어 관광 자원화할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

작지만 내실있는 기업
봉황세라믹스는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99년 광주전남 지방중소기업청장상 수상, 2000년 벤처기업과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2003년에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표창, 나주시장표창, 수출유망중소기업선정 등 많은 위업을 달성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제13회 중소기업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화려한 인맥도 풍부한 자금줄도 없이 부실기업을 인수해 남다른 경영전략으로 오늘날 유망중소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채영기 대표는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진실’이라고 강조한다. 제품에 대한 진실, 가격에 대한 진실, 마케팅에 대한 진실이 꾸준한 성장의 비결이라는 설명이다. “황토팩 제품의 경우 개발단계부터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가장 우수한 품질로 정평이 나있는 우리나라의 황토를 이용해 앞으로도 꾸준히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해 해외시장에서 더욱 인정받는 황토전문기업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이를위해 봉황세라믹스는 이미 일본과 중국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 올해를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의 원년으로 삼을 예정이다. 채대표의 작은 체구에서 이같은 거대 에너지가 분출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끈기있게 미래에 도전하는 뜨거운 열정에 있는 것 같다. 채영기 대표의 꿈은 대기업이 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회사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외형이나 매출을 늘리고 조직의 크기나 종업원 수를 늘리는 것보다 늦게 가더라도 정도(正道)를 걸으며 작지만 내실있는 탄탄한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봉황세라믹스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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