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보는 책을 만든다”
유럽 최첨단 기계도입… 국내 제본수준 10년 앞당겨
노사화합 통한 업계 1위 신화창조, 신규사업도 본격화

세계경제 위기와 국내경기악화 등으로 실물경기마저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제책산업도 미래에 대한 짙은 불안감이 드리우고 있다. 가동률이 예년 같지 못하며 설비투자도 제책업종에 따라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함께 정부의 주5일 근무제, 인쇄 등 중소기업지원정책 부실, 정치적 불안까지 겹치면서 제책산업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경기 외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기술개발과 인재육성, 생산전문화 실현, 수출증대, 합리경영 등을 실천하고 있는 태성바인텍(주) (www.taesungbintec.com)은 생산기초가 더욱 튼튼해지면서 생산활동이 왕성해지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고객 가치를 창조하는 경영마인드
서울 금천구 가산동, 수도권 전철 1호선 가리봉역 5분거리에 있는 태성바인텍. 태성바인텍이 태성제책이란 상호를 달고 창립된 것은 20여년 전인 1982년. 20여년의 연륜속에서 태성은 기술과 품질 그리고 양적인 면에서 제책업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업체로 성장했다.
1984년 김재복 대표가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유아·아동용 학습도서와 80년대 붐을 이루었던 장서용 소설 전집류, 경기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발간되는 성경·찬송가, 법전과 각종 세법, 백과사전을 대상으로 하는 양장제책 전문업체로 기업방향을 설정했다. 그에 따른 시설과 영업전략 등 회사의 경영방침을 정립해 나갔다.
태성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유럽기계가 절대적이라고 판단, 1985년 한국 최초로 독일의 MBO접지기를 도입했다. 이후 계속해서 유럽기계가 ‘한국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들어왔다. 1989년 이탈리아 스미스 양장라인과 사철기, 1990년 Meccanotecnica 사철기, 1991년 Tecnograf 양장기(CT-100), 독일 Horauf 표지기, 네덜란드 EGS 책등풀칠건조 라인, 1994년 백과사전 다이어리 전용 독일 Sigloch 책등풀칠건조 라인, 1996년 표지제작용 독일 Prosystem합지 절단라인, 1997년 스위스 Muller Martini 책등풀칠건조라인 등등.
태성은 또 1993년 (주)삼성출판사, 1998년 (주)두산동아, 1999년 (사)워치타워 성서책자협회 제책부문 시설을 인수함으로써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권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완벽한 자동화 시설로 면모를 갖췄다.



태성은 단지 포장부문을 제외하고 양장제책 20여 전과정의 완전자동화가 이루어졌다. 전 종업원이 400명, 하루 생산능력 25만부. 당시 양장제책의 최대시설 업체인 당산실업(주)이 하루 6만~8만부의 양장본을 생산한 것에 견주면 4000여명이 매달려야 가능한 생산량이다.
단지 양적인 팽창만을 가져오는 기계화는 무의미한 법. 고객의 가치를 창조하는 품질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일본기계로 제책하던 업계에 유럽기계의 등장은 무엇보다 제책방식의 변화를 가져왔고, 변화된 제책방식에 대한 고객의 신뢰와 동의가 절대적이었다.
새로운 기계의 도입에 따른 운용은 태성에겐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도입기계의 성능을 100% 발휘하기 위한 사전 준비가 충분하게 이뤄졌기 때문. 우선 기존의 자재는 도입된 유럽기계에 맞지 않기 때문에 현지에서 전량 들어왔고, 운용에 필요한 물량은 고객과의 사전조율이 있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운용기술이었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기계라도 운용기술 여하에 따라 성능이 달라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태성은 도입기계가 결정되면 운용책임자와 기술자를 기계제작사에 파견해 조립부터 참여시켰다. 운용기술에 대한 부담을 사전에 해결했던 것. 이러한 태성의 준비과정이 거래처에는 또 다른 신뢰감으로 축적되었다. 사전 기술습득으로 도입기계는 세팅해서 시운전을 거쳐 완전가동하는 데 최장 2주를 넘기지 않았다. 접지기는 조립 하루만에 가동하기도 했다.
현재 태성이 생산하는 제품은 다양하다. 백과사전, 유아 아동 학습용 서적, 전집류 등의 양장본을 비롯해 성경, 찬송가, 각종 사전류, 법전류 등. 1991년에 3,000만부를 생산했고, 1997년에 5,000만부를 돌파했다. 5,000만부라는 수치는 하루 최소 17만부 이상을 생산해야 달성할 수 있는 양이다. 현재 연간 5,000~6,000만부를 생산하고 있다. 이 이상도 가능하지만, 여기에는 코팅·케이스·박스 등 외적 요인이 충족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따른다. 세계 100여개 언어로 된 성경과 찬송가 300만부 이상을 수출했고, 국내에서 통용되는 70%~80%를 태성이 공급한다. 태성은 제품에 제책처를 밝힌다. 그만큼 자신의 품질에 대해 자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노사가 하나되는 기업문화
태성은 또 인재를 소중히 하는 기업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공장부지와 기계도입 사이에서 결정적인 방향설정의 계시를 준 것이 사원들이었다. 태성의 400명의 전 직원 모두가 사장이고 또 모두가 사원이다. 지난 20여년간 단 한건의 노사분규도 없었다. 사장은 사원을 믿고 사원은 회사와 사장을 신뢰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원복지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고, 회사의 사원 개개인에 대한 지극한 정성이 인간적 교감을 이루면서 사원과 회사간 신뢰가 형성됐다. IMF를 겪으면서 태성은 기계도입으로 인한 환차손으로 어려움이 가중됐지만, 사장과 모든 사원은 혼연일체가 돼 어려움을 극복했다.
태성의 모든 사원은 김 대표의 면접을 거친 사람들이다. 김 대표가 창업이래 2만 5천여명을 면접했다고 한다. 면접은 현장 실무 교육위주였다. 실무를 며칠이고 체험시킨 후 본인이 입사를 결정토록 했다. 더불어 김 대표는 능력보다 인성을 중요시했다. 김 대표 스스로가 근로자 출신의 최고 경영자였기에 종업원 한명한명을 대하는 데 애정으로 대했고, 전 종업원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매일 현장에 들러 일일이 격려하는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사원들을 위해 식당을 증개축해 쾌적한 휴식공간을 확보했고 영양사를 둬 식사의 질을 높이는 등 위생문제에 대해서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지난 1986년에는 노사정을 회원으로 하는 구로공단 비둘기산악회가 창설된 이래 산악회장으로 추대돼 노사정간 가족모임이나 정기적 등산대회등을 주관하면서 노사간 친목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또 여타 중소기업으로는 엄두도 내기 힘든 근로자의 내집마련 자금지원, 가계안정자금 대출 등 근로자 재산형성에도 최대한의 배려를 잊지 않았다. 게다가 외국인 근로자 생활관을 신축, 쾌적한 생활공간을 마련해 주는 등 국제화 경영 시대에 기업문화의 국가간 문화융합, 민간외교 차원으로의 승화를 꾀했다.
현재 400명의 사원중 절반 이상이 10년 이상의 장기 근속자다. 거의 대부분은 5년이상 근속자로 태성은 여타기업처럼 인력난을 겪지는 않는다.
김 대표는 “창업이래 자신을 신뢰하고 따라준 사원이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며 “내가 있은 다음에 남이 있듯이 태성 가족이 있음으로 해서 고객만족의 가치도 창출할 수 있는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제책 종합 메이커로 우뚝
현재 태성은 기존의 든든한 기술기반을 바탕으로 사업의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다이어리와 수첩시장에 진입했다. 초년도 방송3사와 일부 신문사에 다이어리를 납품, 호평을 받았다. 태성의 다이어리는 내부지면이 180°평면으로 펼쳐지게 제책되었고, 촘촘히 사철돼 견고함이 더해졌다. 작년 20억원을 투자해 관련 설비, 자재를 들여놓았고 현재까지 15억 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태성측은 연말·연초에 본격적인 다이어리 구입시기임을 감안할 때, 곧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10년 남짓 한국에서 유통되는 성경책의 80%를 제본하면서 쌓은 제본노하우가 다이어리 사업진출에 도움이 됐다"며 “3중 특수 제본 기술을 이용한 제품이 방송사 및 대기업 등에 특판으로 들어가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다이어리 기술연구, 생산에 힘써 이 부분의 매출을 상당부분 성장시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태성은 출판부문으로 영역을 넓혔다. EBS TV어학교재를 태성미디어에서 발간했다. 교보문고에서 해당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랭크되는 쾌거를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사업의 다각화는 태성의 기본영역인 제책부문의 충실화 이후의 단계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태성은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 기술인력을 파견하고, 신기술을 도입하면서 지속적인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상태다. 그간 출판업계가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주 물량이 10%이상 신장되면서 연간 55백만권 규모의 제책 종합 메이커로 우뚝섰다.

박스기사

인터뷰 - 김재복 대표

‘제책분야는 출판·인쇄의 종속개념이 아니라 수평관계’

“사업을 하다 망하는 건 잘되다가 망하는 것이지 잘되지 않는 기업은 망하지 않습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3대 경영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재복 대표(52 태성바인텍 대표)은 고졸 출신의 자수성가형이다. 70년대 삼성전자 계열회사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쌓은후 81년부터 제책업계에 투신, 85년 태성바인텍의 대표로 취임한 그는 17년 내내 제책업계 중 매출 국내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인지전적 CEO이다.
태성바인텍의 고속성장을 주도해온 김 대표는 “인재를 중시하는 기업정신이 고객가치 창출로 이어지면서 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최초로 유럽최신설비를 도입하고, 전공정 자동화와 온라인화를 실현했으며, 다품종 소량생산은 물론 대량생산도 가능하도록 생산체계를 갖췄다. 제책업에만 20년을 종사한 김 대표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우수중소기업상과 대한출판협회의 출판유공자상을 받기도 했다.
“인쇄·출판업계가 불황이면 자동적으로 제책업계는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요즘 제책업계도 작업량이 떨어지고 수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죠. 인력수급도 수월치 않아 여타의 다른 중소기업들처럼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과 이태리 인쇄업계를 방문했을 때 180명이 하는 일을 9명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본 이후 수공업만으로는 지금의 작업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절대적으로 기계화, 자동화, 첨단화에 매달렸다. 제책설비는 물론이고 관련 설비를 더욱 첨단화시켜 나갔다. 그는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누구나 운전을 할 수 있듯이 제책기계도 간단한 조작기술만 익히면 누구나 운영할 수 있는 일반화되고 표준화된 첨단 제책기계가 개발돼야 함을 강조한다. 그래야 생산성을 늘릴 수 있고 인건비를 절감하며 고품질 생산을 실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제책업계도 이러한 변화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고 지속적인 기술개발에 사업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고 그는 믿는다. 다만 지나친 과잉투자는 지양돼야 한다고. 과잉투자는 지나친 경쟁을 불러오고 경쟁심화는 작업단가를 제대로 받을 수 없게 하는 등 가격을 현실화시키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한국의 제책업계가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책분야가 출판·인쇄의 종속개념이 아니라 수평관계로 정립되길 희망한다. 그리고 기획(출판)·인쇄·제책이 하나의 출판개념에 속하지만 또한 각부문은 엄연히 다른 분야인 만큼 상호 협력 대상이라는 것. 따라서 상호협력이 이뤄진다면 활로개척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동반발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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