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원회, ‘미래교육 비전과 전략’ 확정.제안
지난 8월 16일 교육혁신위원회 정홍섭 위원장의 기자브리핑에서 초안이 발표된 후, 이번에 확정.발표된 보고서에는 초안 발표 이후 공청회, 전문가 토론회, 미래교육포럼, 홈페이지 토론방 등을 통해 수렴한 의견을 반영하여 일부 수정?보완한 ‘미래교육 비전과 전략(이하 교육비전 2030)’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초?중등학교 학년군제 및 고교 무학년제, 홈스쿨링제, 교사자격갱신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변화에 발맞춘 교육개혁 필요해
짧은 기간 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우리나라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현상과는 동떨어지게 교육분야의 개혁에 있어서는 보수적이었다. 이 때문에 현재에 맞지 않는 교육정책은 많은 문제점과 보완점을 야기시켰다. 우선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가장 빠른 고령화 추세를 보이는데, 2000년 고령화사회 진입, 2018년 고령사회, 2026년 초고령사회 도달 전망이므로 이로 인한 학령인구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잠재성장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영유아 보육 및 교육을 강화하고, 여성, 고령자 등 잠재 인력 활용 극대화와 평생학습체제 의 구축이 필요하게 되었다. 또 세계화로 인해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나 교육의 국제 표준 도입이 미흡하여 국제적 호환성이 떨어지고 국제경쟁력이 미약하다. 단편적인 예를 들자면 세계 200위권 내 국내 대학이 고작 3교(일본 11교, 중국 6교, 홍콩 4교, The Times ’06)에 머물고 있다는 것으로 증명이 된다. 그리고 국제결혼이주자, 이주외국인노동자 등의 증가로 한국사회는 인종, 문화적으로 다원화 되어 가고 있으나 다문화 교육이 턱없이 미흡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함께,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세계시민교육과 다문화교육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교육격차 심화로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의 기회가 축소되고 빈곤이 대물림되는 악순환 고착화 되었고 인구와 자본이 수도권과 대도시로 집중되고 농산어촌이 공동화되면서 지역 간 교육격차도 심해져 계층간?지역간 교육격차를 완화하여 교육의 사회통합과 사회이동 기능을 강화하는 정책이 절실해졌다. 미래 산업을 이끌어 가는 첨단과학기술이 교육분야에도 폭 넓게 활용되어 교육효과 및 학습능력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되어 지지만 지구온난화 등 과학기술의 오?남용으로 인한 위협이 증가하고 있어 삶의 기술의존성이 증가하면서 인간성 상실의 위기가 우려된다. 이 때문에 교육에 있어서 첨단과학기술을 활용하여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학습이 가능한 u-러닝을 실현함과 아울러 환경교육 및 감성교육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개방의 가속화와 포스트-포디즘 생산양식의 증가로 인해 직업의 불안정성이 높아져 유목민적인 직업 경력이 확대되고 민주화와 경제 성장으로 과거의 집단주의적 가치가 약화되는 대신 개인주의적 가치가 강화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학습-일-여가의 유연한 연계를 위해 교육 시스템을 개방하고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교육정책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된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을 위한 보완점 고려하여 미래사회 변화 트렌드에 대한 예측을 통해 수요자의 눈, 미래의 눈, 세계의 눈으로 기획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교육비전 2030’을 수립했다.

가르치기에서 배우기 중심으로
‘교육비전 2030’은 학제개편 및 학년제 유연화, 학습시간과 공간 다양화 등 경직된 시스템을 유연하게 바꾼다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전체적인 내용을 보자면 학년군제의 경우, 우수한 학생의 고학년군 진입 및 조기졸업을 위한 사교육이 번성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학습능력 뿐만 아니라 학생의 발달 단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여 운영될 수 있도록 보완하였다. 가정학교(Home-schooling)에 대한 학력인정은 사교육을 유발하고 자녀교육의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가정학교는 부모(보호자)의 책임 하에 가정을 중심으로 학습활동이 이루어짐을 강조하였다. 교원전문대학원 체제 도입에 대해서는 일반대학 출신자에게 입학을 자유롭게 허용할 경우 교원의 전문성 제고에 역행할 우려가 있다는 교원단체들의 문제제기를 감안하여 교원전문대학원에 일반대학 출신자의 입학을 허용하되, 입학 요건으로 교직 적성, 인성 등 기본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가하였다. 교사 자격갱신제는 동일한 전문 직종인 의사와 변호사 등과의 형평성에 위배되고, 오히려 임용 후 교원의 질 관리를 위한 국가차원의 연수지원 등이 더욱 절실하다는 현직 교원들의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급격한 사회변화에 대응하여 교원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제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임을 감안하여 기존안을 유지하였다.

현실성 결여, 실현가능성 희박
초.중등학교 학년군제와 고교 무학년제 도입, 교사자격 갱신제 운영, 교대·사범대 장기적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미래교육 비전과 전략’ 방안이 16일 발표되자 일선 교사들은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방안이며 현재로선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였다.
초?중등학교 학년군제 및 고교 무학년제 도입방안에 대해 일선 교사들은 ‘학교 현장과 동떨어진 무리한 시도’라는 지적이다.
서울 성북구의 H고 천인호 교사는 “무학년제와 학점이수제를 도입하기에는 교사 수가 부족하고 시설과 교재도 턱없이 열악한 상황”이라며 “정부안은 현재로서는 너무 속도가 빠른 것 같고 적어도 10년 정도는 인프라투자를 한 뒤 추진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자격 갱신제 도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는 공감하나 악용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S초등학교 교사 남모(57.여)씨는 “원칙적으로 교사들의 자격을 주기적으로 평가하면서 일정 수준을 유지시킨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자격평가는 절대평가로 이뤄져야 하며 교사 간의 불합리한 경쟁을 유발하는 상대평가 시스템이 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랑구의 고교 교사 박모(32)씨는 “열의가 없는 선배교사들을 보면서 실망을 느낀 적이 많아 주기적인 교사평가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교사들의 고용안정성이 불안해지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교원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정부 방안의 비현실성과 성급함을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은 “대부분 현실성이 없고 우리 교육 실정에 맞지 않는 백화점식 아이디어의 나열”이라고 비판하면서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참여정부가 이렇게 굵직한 사안들을 한번에 발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만중 정책실장은 “(미래교육 전략방안이)정부 스스로 현실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며 “결국 학원을 많이 다닌 애들은 빨리 졸업하고 그렇지 못한 애들은 학교에 남게 돼 사교육 시장이 더욱 과열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참여정부 임기가 불과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중장기 교육정책 로드맵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적어도 10년 이후에 도입할 교육과제들을 담고 있는 만큼 보고서가 제안한 안을 실제 정책으로 채택해 추진하는 것은 차기정부의 몫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 초 뜨거운 이슈였던 ‘3불(不)정책’이나 대학입시 자율화, 고교 평준화 문제 등 교육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언급은 아예 빠져 있다. 혁신위는 고등교육 역량강화를 위해 대학자율화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정책과제를 제시하면서도 “입시나 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저해할 수 있는 부분은 제외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혁신위 정홍섭 위원장은 “문민정부의 5ㆍ31 교육개혁안도 국민의정부, 참여정부를 거쳐 실현됐다”며 “국내 전문가들을 두루 망라해 ‘최대공약수’라고 할 만한 교육정책을 뽑은 만큼 차기정부의 중요한 정책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비전 2030’가 내세운 목표에 대해 방향성만 잃지 않는다면 향후 교육정책 수립에 있어서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되어, 한 세대 뒤엔 우리나라도 세계를 선도하는 교육강국으로 발돋움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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