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서울시 참여예산 홈페이지 캡처)

[시사매거진=강현섭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민들의 행정 참여 확대”라는 공약실천의 일환으로 지난 4월 '서울민주주의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례를 만든 이후 개정 조례안을 해당 상임위원회가 만장일치로 부결시켰지만 지난 7월1일 논란 끝에 본회의를 통과시킴으로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가 자칫 인민민주주의로 흐르는 제도적 전기를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의 시의원들이 완전 장악한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개정 조례안에 따르면 주민참여 예산사업들을 총괄 심의하고 조정하는 기구 및 시민참여 예산과 민관 협력, 지역 공동체 사업들을 총괄하는 부서를 설치하고 “서울민주주의위원회”를 운영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장은 향후 이 위원회를 통하여 2020년 서울시 예산의 1%인 2천억 원을 시범사업으로 해서, 2021년에는 예산의 3%인 6천억 원, 2022년에는 예산의 5%에 해당하는 1조원까지 민주주의적 방식으로 위원회 활동을 제도화 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시는 그동안 비슷한“주민참여 예산제도”를 시장의 의지와 방침으로 운영해 왔지만 이번 조례로 인해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의 선정과 예산의 편성과정에 있어 시민들이 직접적, 주도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견 대의민주주의의 단점을 상당히 보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시행에 있어 부작용과 부패요소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소수시민의 과대대표 문제와 정책결정 과정의 전문성 부족문제가 제기된다.

주민참여 예산심의 활동을 하는 시민위원들(사진_서울시)

2019년도 주민참여제도에 의한 예산 편성에 참여한 서울시민 참여투표자 수는 모두 120,801명으로서 지난해 기준 서울시민 수(1012만 4579명) 대비 고작 1.19% 비율이며 15세 이상 서울시민 수(854만 4000명)으로 계산해도 1.41% 남짓이다.

가령, 근 50만 명이 사는 한 자치구가 지난달 15일간 진행한 구민참여예산에 표를 던진 구민 수는 780명에 그쳤고 투표율은 0.15%에 불과하다.

한 주민은 “1% 참여가 무슨 시민참여인가? 이름만 시민참여인 모순제도”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비전문가에 의한 예산 편성방식이 자칫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며 “전형적인 사회주의적 코뮨의 실험적 도입”이라고 비난한다.

더구나 제안된 사업들이 Metro-city 차원의 조망이 아니라 25개 각 구청단위에서 시행해야 할 25개의 모자이크적 사업들로서 단지 서울시에서 예산을 타내기 위한 편법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시민 전체의 시각에서 조망되어 사업이 선정되고 예산이 투입되어야 할 사업들이 동네단위나 특정지역의 사업에 쪼개져 남발됨으로서 소수의 과대한 목소리에 의해 포장될 수 있다는 우려인 것이다.

특히 무분별한 포퓰리즘적 사업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차라리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사업이라면 해당구청에 부족한 예산을 포괄적으로 교부해주는 것이 낫다는 설명이다. 거의 사라져가던 동네어귀의 “성황당 나무축제”를 시 단위 사업으로 선정하고 해마다 수 천 만원의 예산을 배정하며 시의원들이 이 예산을 따내기 위해 설문과 전자투표에 자기 지지자들을 동원하며 자신의 치적으로 삼는 예산 편성의 소모적 사례도 목격되고 있다.

한편, 주민참여 사업을 주도적으로 발굴하는 제안자나 심지어 투표하는 소수들도 대부분이 시민운동가들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국 주민자치중앙회 전상직 회장은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민운동가들”이라며 “일반 시민들은 먹고 살기 바쁘고, 사업제안 서류를 만들어 제출하는 일들을 할 수 없다”며 “설사 한다 치더라도 시민단체의 능숙한 솜씨로 사업제안을 해본 사람들에게 일반 시민들이 밀릴 수밖에 없다. 심사위원들도 대부분 시민단체 성향”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우려는 박 시장이 NGO출신으로서 시민단체의 활동비를 제도적으로 시민참여 예산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되어 “세금 갉아먹기식 ”의 얊팍한 눈속임활동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강남의 전직 시의원은 “사업제안은 개인도 할 수 있지만 주로 시민단체들이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직업·생계형으로 하며 필요시 주민자치 위원들이나 주민자치 위원장 등의 명의를 빌어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해 2019년 서울시 우수사업으로 채택된 “ 성평등정책 만들기” 사업의 경우, 성평등가치인식 제고, 성평등 활동가 발굴, 교육 및 자문단 운영, 사후 사업의 모니터링 등 같은 인건비성 복지사업에 약 3억원을 배정한 바 있다. 즉, 사실상 공개채용에 의한 공무원 선발 없이 기존의 여성관련 복지 공무원역할을 이들이 거의 중첩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박 시장이 행하는 주민참여방식의 직접민주주의가 각 자치구에 미치는 영향 또한 우려스런 수준으로 증폭되고 있다. 강남의 한 자치구는 『동네밥상』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주변의 식당들을 망하게 한다는 비난을 감수하고 있으며 시민들은 이 자치구가 박시장과의 포퓰리즘적 정책 공조를 통하여“직접민주의의 방식에 의한 사전 선거운동이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공산주의에 맞선 제도로서 민주주의를 인식해 왔으며 제도에 의한 대의민주주의는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꽃을 통하여 주기적으로 평가받아 왔다.

1995년부터 지방자치제도 시행 이후 온 나라가 2년마다 치루는 각종 선거에 몰입(沒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 “시민제안 제도”나 “시장에게 바란다” 등 전자민주주의의 프로그램을 통하여 주민참여를 충분히 보완, 보정해 왔지만 금번 서울시의 직접민주주의의 제도적 일반화 조례는 그 취지와는 달리 애석하게도 부정부패의 온상(溫床)으로 타락할 수 있다.

더 웃기는 것은 “민주적 방식”으로 위장되고 “주민의 뜻” 이라는 독재적 괴물(怪物)로 萬能이 되어 찰나적 利己主義에 빠지게 될 때, 부패와 부조리 그리고 『부가가치 없는 단순 나눔』에 빠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자칫 “공적 자금은 먼저 먹는 놈이 임자다”는 식으로 인식된다면 우리사회는 문명사회가 아닌 "정글사회"로 바뀔 수 있음을 인식하고 박시장이 주도하는 실험적 코뮨형 민주주의가 서울부패위원회로 변질되지 않도록 그 시행과 운용을 대폭 축소하는 등 정책을 재검토 해 주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