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파랑'의 전통 궁중요리, 구절판 신선로 등 세계인의 입맛 빼앗아
궁중요리란 조선시대 궁궐에서 왕족이 먹던 음식이다. 조선왕조 궁중음식은 폐쇄성이 강한 궁궐에서 전승되어 왔기 때문에 외부의 음식과는 별개로 전통성 있게 이어져왔다. 궁중요리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옛 정치를 맛보며 고급스런 궁중요리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세검정 삼거리에 위치한 한옥집 '석파랑'에서 궁중요리의 비법과 전통음식에 담겨 있는 맛과 향기를 느껴 보자.


석파랑은 서울 세검정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는 한정식 집으로 고풍스러운 한옥의 멋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이곳은 원래 영의정 김홍근이 세운 별장이었으나 대원군이 빼앗아 조선말에는 자신의 별장인 석파정으로 사용하였다. 석파랑은 석파정의 부속 사랑으로 흥선대원군의 아호를 따서 이름 붙인 곳이다.
석파랑은 건재와 만든 솜씨가 훌륭하여 조선상류사회의 대표적인 사랑채로서 유명하다. 이는 1958년 현 위치로 이축 하였으며 그 후 1974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3호로 지정 받았다. 현재 석파랑은 안채, 별채, 앞채, 만세문으로 되어있다.
안채는 이조 말엽 문국영 대감이 사용했던 집이며 마지막 왕인 순종의 장인이 살던 집으로 순종의 비 윤비가 왕으로 지목 돼 궁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살았던 생가다. 별채는 바로 석파랑이 있는 곳이며 흥선대원군의 사랑채이다. 10평에 불과한 석파정 사랑은 3량 맞배지붕에 기역자형, 대청마루 앞쪽을 제외한 양쪽에 난간이 있고 중앙대청 양옆과 기역자로 꺾인 부분에 또 하나의 방이 있다. 앞채는 철종 당시 나합이란 기생이 기거했던 건물이며 이 기생은 당대 영의정까지 지낸 김좌근 대감의 애첩이었다. 이 건물은 효자동에 위치하고 있던 건물을 옮겨온 것이다. 만세문은 우리 나라 최초로 황제칭호를 받던 고종황제를 축원하기 위해 경복궁 내에 설립한 문이다. 이는 만세를 누리라는 의미로 황제만이 드나들 수 있었다.

'석파랑'현대인의 사랑채로
석파랑은 일반 고옥이 아닌 옛 세도가 들의 풍류와 화려함이 느껴지는 한국전통의 정원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곳은 현대의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어떠한 집보다도 아름답고 멋있으며 또한 마음의 여유와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석파랑을 찾는 손님들은 누구나가 조선시대의 꼿꼿한 지조를 지키는 어느 사대부의 집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인왕산, 북한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석파랑은 김주원 대표가 사들인 1989년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쓰러져 가는 고옥이었다.
석파랑 김주원 대표는 "석파랑은 서울시 유형문화재임에도 당시에는 관리가 적절히 되지 않고 있었다. 개인 혼자 석파랑을 문화재답게 보전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50여평 밖에 되지 않지만 유서 깊은 역사의 향이 가득 담긴 이곳을 어떤 모습으로든 살려내어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석파랑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김 대표가 본격적으로 한국 궁중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한정식 음식점을 시작한 것은 고아원 등으로 쓰이다가 폐가가 되어 가는 석파정을 사들인 후부터다. 역사가 깃들여진 한옥집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금전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했다. 그래서 석파정과 가장 어울리는 한국전통음식점을 생각하게 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게 하여 석파정의 분위기를 알려주고 싶었다.
김주원 대표는 "유적을 팔아 음식장사 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 건물을 혼자만 간직하는 것보다는 외국 손님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더 문화재를 사랑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음식점을 만들었다. 이제는 한국의 여유와 미, 거기에 맛까지 알릴 수 있는 최고의 문화 상품이 되었다"며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이 따랐지만 이제는 최고의 음식점이 되었다고 자부심을 가졌다.
석파랑을 시작한지 만 8년이 된 지금 '한국전통요리라고 해서 모두 궁중요리는 아니다'라는 김 대표의 주관대로 현대의 입맛에 맞게 궁중요리를 세계화시켰다. 궁중요리는 대표적으로 구절판, 신선로 등 약 12가지∼20여 가지가 코스별로 한 상에 차려진다.
"궁중음식이라는 것이 임금에게 받치기 위한 가장 좋은 재료와 정성으로 만들어진 그 시대의 최고음식 아니겠습니까. 현대에서도 가장 좋은 식자제와 메뉴 개발로 현대인의 입맛을 맞춘다면 그게 바로 가장 좋은 궁중음식입니다" 라며 김 대표는 석파랑의 주요 손님이 외국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만큼 궁중음식을 현대화시켜 발전시키는 것이 큰 과제라면서 한국음식 선보이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꾸민 궁중요리와 함께 코스화 되어있는 모든 요리는 특급호텔 한정식 수준의 맛과 화려한 상 꾸밈으로 더욱 현대인의 입맛과 시선을 끌고 있다.

석파랑의 자랑거리
석파랑의 주요 요리는 무궁화, 모란, 동백, 목련의 네 코스로 나누어진다. 점심코스는 목련이고 저녁코스는 무궁화, 모란, 동백이다. 그 중 최고의 코스가 바로 무궁화 상차림이다. 이는 건오절판, 구절판, 죽, 청포묵이 나오고 모듬생선회, 수삼과 꿀, 우선말이, 어만두, 대합찜, 계절나물, 전유어, 갈비구이, 육회, 전복구이, 송이구이, 장어구이, 연어구이에 신선로가 나온다. 그 후 만두국이나 밥이 따라 나오고 과일과 한과, 전통차로 마무리를 한다. 신설로는 계절에 맞춘 신선한 재료들이 듬뿍 나오는데 손이 많이 가는 귀중한 재료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역사가 살아 숨쉬는 듯한 생생한 전경에 일품요리. 보기만 해도 정성이 느껴지는 상차림은 스스로를 한 층 더 높여 주며 선비의 품위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에 식도락가, 가족 모임보다는 접대 받는 사람들, 주로 외국금융업계 관계자들이나, 컨설팅회사의 주요간부, 관청, 문화예술계의 인사들이 주를 이루고 수개월 전에도 ASEM총회에 참석차 방문했던 모리 일본총리나, 스필버그 감독, 안소니 퀸, 소피 마르소 등 세계 각국의 인사들이 다녀가 한국의 음식문화를 알리는데 민간사절단 역할까지도 해 내고 있다.
김주원 대표는 "서울 한복판에서 조선 상류사회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흔치 않은 곳이다. 이곳을 문화재의 적극적인 활용이라는 사명감과 함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다"며 석파랑이 한국을 알리는 일등 공신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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