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 중 스마트폰 이용 시 사고 위험 76% 높아... 피해사례 매년 늘어

(시사매거진254호=김민수 기자)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하고 주변 상황은 살피지도 않은 채 좀비처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스마트폰(Smart 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인 ‘스몸비’는 이들을 지칭하는 신조어가 됐다. 현대인의 잘못된 스마트폰 습관은 보행안전 위협은 물론 타인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사진출처_뉴시스)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시장으로 인해 스마트폰은 대중들에게 빠르게 보급되었고, 이는 다양한 컨텐츠 및 생활의 편의성 등의 효과로 인해 우리의 생활에 자리잡게 되었다. 과거 외부에서 업무 처리를 하기 위해 전자수첩, PDA 등의 기기를 사용했다면,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린 이후로 업무에 관한 처리 역시 스마트폰으로 가능케 되었다. 몇 번의 터치만으로 글로벌 뉴스 소식을 접할 수 있고, 게임,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문화 컨텐츠를 즐길 수 있으며, 하루가 멀다하고 연이어 출시하는 신규 어플 및 신규 기기들은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해 삶의 질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 2월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약 5,717만 명이며, 이 중 약 4,106만 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이는 국내 경제활동인구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셈으로 우리는 현재 스마트폰 범람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스마트폰의 역기능

휴대성, 위치와 상관 없는 즉시성, 확장성 등 많은 순기능을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은 인류의 많은 발전을 일으켰지만 이 역시 동전의 양면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회적 역기능은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집단 따돌림, 음담, 음란물 유통, 스마트폰 의존증 등 수 많은 문제 요인이 존재하여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 과다 사용 및 중독, 의존으로부터 초래했고,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수면 장애, 안구 건강 위협, 뇌기능 저하 위험성, 목·어깨·손목 등 통증호소, 면역력 약화 등 신체의 악영향도 끼치고 있다.

한 보행자가 스마트폰을 주시하며 길을 걷다 전방을 주시하지 못해 끝내 추락사고로 이어졌다. (사진_SBS뉴스 유튜브 캡처)

보행 및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

도로 위의 좀비 ‘스몸비’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하고 주변 상황은 살피지도 않은 채 좀비처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스마트폰(Smart 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인 ‘스몸비’는 이들을 지칭하는 신조어가 됐다. 현대인의 잘못된 스마트폰 습관은 보행안전 위협은 물론 타인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시야 폭이 56% 감소하고, 전방 주시 정도는 15% 가량 떨어진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고 걸을 때의 속도인 초속 1.38m보다 느린 초속 1.31m로 걷기 때문에 돌진 차량, 장애물, 신호 변경 등 위험 요소에 대한 인지와 대처가 늦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또한 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보행 중 주의분산 실태와 사고특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보행자의 교통사고 61.7%는 스마트폰과 관련된 보행자 주의 분산사고였으며, 사고 순간 스마트폰 주시 및 조작을 하고 있다고 조사돼 보행 중 스마트폰의 위험성을 확인할 수 있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걸으면 평소 시야각 120~150도보다 10~20도 정도 줄어들어 그만큼 돌발 상황이나 장애물에 대처하기 힘들어진다”며, “주의력이 떨어지고 반응속도가 느려져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점을 명심해 가급적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단 문제는 보행중의 일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국민교통안전의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약 90% 이상이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은 소주 1병 반, 즉 면허취소인 혈중알코올농도 0.2%와 같다는 결과가 나왔으며, 운전 중 2초가량 스마트폰을 보게 되면 평균적으로 30~50m를 눈 감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는 위험성을 전달했다.

또한 지난 2017년 포드 자동차에서 실시한 아시아-태평양 9개국 운전자 4,400명과 국내 운전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녀를 둔 남성의 50%가 운전 중 블루투스 기능 없이 직접 통화한다고 응답했으며, 스마트폰으로 컨텐츠를 즐기는 응답이 49%, 운전 중 SNS 이용은 30%에 달한다고 조사됐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으며, 잘못된 습관으로 인해 죽음의 질주를 서슴지 않는 지구촌 안전불감증의 시대가 되었다.

부산 동래경찰서는 지역에서 처음으로 동래구 충렬대로 인정시장 부근 횡단보도에 '바닥형 보행보조 신호등'(바닥신호등)을 시범 설치했다다. 길이 18m, 폭 8m 크기인 바닥신호등은 보행자가 고개를 떨군 채 스마트폰을 보고 있어도 신호가 바뀌면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경에 따라 시간과 밝기 등이 자동으로 조정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사진 출처_뉴시스)

영유아에게도 미치는 스마트폰 중독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4월,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 첫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2~4세 아이는 하루 1시간 이상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화면을 지속해서 노출되서는 안되고, 1세 이하는 전자기기 화면에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스마트폰은 물론 텔레비전과 게임기 사용시간도 포함된다.

만 3~9세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지난 2015년 10명 중 약 1.2명에서 3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아이가 밥을 안먹는다는 이유나 아이가 칭얼댄다는 이유 등으로 인해 최후의 수단으로 꺼내든 것이 스마트폰인 것. 식당에서 아이에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쥐어주고 식사를 하는 부모들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자극적인 전자기기 화면에 노출되게 되면 각종 발달장애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또한 영·유아시기에 일방적이고 자극적인 전자기기에 노출이 잦게 되면 언어 능력이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스크린을 통한 자극은 일방적인 전달이기에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자극적인 흥미가 지속되기 때문에 가족 간 상호작용에 장애물로 작용한다.

또한 신체활동 역시 낮아지게 되며 이는 비만, 수면장애 등의 위험요소로 나타날 수 있다.

 

‘NO 스몸비’

자칫 본인은 물론 타인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스몸비를 막기 위해 각 각 단체 및 기관들의 노력이 이어져 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청소년의 보행 중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사이버안심존’ 앱에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5~7걸음을 이동할 경우 화면이 자동으로 잠기는 ‘스몸비 방지기능’을 선보였다.

서울시는 스몸비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로교통공단과 협력해 ‘바닥신호등 실증사업’을 실시했다. 스몸비를 상대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보행신호와 연동되는 신호등을 바닥에 설치하는 시범운영을 펼쳤다.

또한 스몸비 족 현상으로 교통 안전 표지판도 새로 설치되고 있다. 서울시가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사고를 줄이기 위해 마련한 대책 중 하나로 젊은 층이 많이 다니고 교통사고가 잦은 서울 강남역, 홍대 앞, 연세대 앞, 잠실역, 서울시청 앞 등 5개 지역에 교통안전표지 50개, 보도 부착 표시판 250개를 설치하여 유지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국내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시는 2017년 7월,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15~35달러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위반 횟수에 따라 벌금은 최대 75~99달러까지 올라간다.

미국 워싱턴DC와 중국 충칭시에는 스마트폰 사용 전용 보행도로를 설치했다. 벨기에 앤트워프에서는 쇼핑몰 바닥에 흰 선을 그어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길을 유도하며 일본에서는 통신사가 어린이들의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을 강제로 금지하는 앱을 개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스몸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민경복 서울대 의대 교수는 “스마트폰에 몰입하면 시각, 청각, 신체, 인지적으로 주의가 분산돼 사고 노출 위험성이 커진다”며, “90%가 넘는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만큼 정책적인 관심과 사고예방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서울광장 앞 횡단보도에 보행시 스마트폰 사용 주의를 당부하는 도로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 출처_뉴시스)

시민의식 개선으로

근본적인 해결이 필수

일각에서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바닥 신호등, 교통 안전 표지판 등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방편일 뿐, 근본적인 원인인 보행중이나 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시민 의식 개선을 강조한다.

급한 용무의 경우 잠시 안전한 자리에 멈춰 용무를 보고, 이동 중에 있을 때에는 잠시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어두는 것이 하나의 소양이라 생각된다.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 세대를 지칭하는 ‘포노 사피엔스’. 우리는 포노 사피엔스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수기에서 타이핑으로, 우편에서 이메일로, 만화책에서 웹툰으로 모든 것이 한번에 이용 가능한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문물이 되었다.

“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게으름에서 시작된다”라는 말이 점점 실감나고 있는 현대사회이지만, 문명의 이기를 참되고 지혜로운 방법으로 누릴 줄 아는 것도 신인류로서 가져야 할 하나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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