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지향, 옭고 그름의 시비의 도의정치 보다는 힘에 의한 보편적 세계질서 따라야...
개인의 자유, 통상 항행의 자유와 번영을 추구하는 세계질서에 순응해야...

강현섭 특별취재국장

[시사매거진 = 강현섭 기자] 조선은 성리학을 중심으로 한 도의정치를 펼쳐왔다. 도의(道義)는 의(義)의 길을 말하며 현대어로 바꾼다면 “정의감”을 중심으로 한 치세이다. 

사회질서는 삼강오륜으로 지켜졌는데 군위신강(君爲臣綱), 부위자강(父爲子綱), 부위부강(夫爲婦綱)의 삼강과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장유유서(長幼有序), 부부유별(夫婦有別), 붕우유신(朋友有信)의 오륜이었다. 

조선의 사회질서 유지체제는 옳고 그름이 분명하였지만 그 질서속에 개인은 없었으며 개개의  자유는 대체적으로 친족과 가문에 귀속되어 있었다.

도의정치를 중심으로 한 중앙권력의 치세는 결국 조선왕조를 문약에 빠뜨리고 백성들의 민란 및 외세의 개입에 따른 외교적 실책으로 조선이 멸망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근세에 이르러  일시적이나마 실학사상이 일고 근대적 개혁을 주장하긴 했지만 개혁을 사회에 투영하지  못한 체 여전히 전근대적 사고와 주장에 머물렀다. 그 결과  조선 말 백성들은 대부분은 찢어지는 배고픔과 가난에서 벗어나질 못했던 것이다.

옳고 그름을 시비하는 도의정치는 왕권을 중심으로 한 중앙무대에서 벌어진  당쟁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효종서거 후 상복을 입는 기간을 두고 1년 설이 옳은지 3년 설이 옳은지를 놓고 치열하게 싸웠다. 며느리의 상을 맞이한 대비의 상복을 1년 설과 9개월 설을 각기 주장하며 남인과 서인은 가열 차게 싸웠다. 

경쟁력과 생산성이 아랑곳 없이 “옳고 그름”의 시시비비를 가지고 반목과 질시, 공작과 음모가 난무한 학연과 혈연의 “끼리끼리 사회” 속에 안주하였던 것이다.

반면 열린 사회의 질서는 개방과 참여, 공동 번영의 질서이다.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벽돌을 찍어 상업적으로 건축에 활용하는 중국 저잣거리의 번성을 보고 신기함과 효율성에 감탄했다. 

그토록 우리가  미워하던 일본은 임진왜란 당시 포로로 잡아간 조선의 도공들을 활용하여 도자기를 만들어 포르투갈의 상인들에게 팔아 상업적으로 번성을 이룬 반전을 역사는 전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볼 때, “우리나라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효율적인 수단으로서 도의와 명분보다는 생산성 있는 보편성과 실리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소득주도 성장이니 포용적 복지니 우리 민족끼리니 하는 정의감과 도의감에 기반을 둔 정책은 제한적이며 예외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개인의 자유와 시장경제질서에 입각하여 민주적인 방법에 의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헌법체계를 세우고  이 헌법질서를 골간으로 사회를 유지하며 번영해 왔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가 만능주의와 사회주의로는 회귀는 평등적 정의감과 도덕적 자부심에 배부를지는 모르지만 한편 조선시대의 배고픔으로 되돌아가는 선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이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만나 평화를 위한 새 질서를 구축하자고 포옹한지 1년을 갓 넘긴 5월 4일, 김정은은 돌변하여 위협용 미사일을 허공에 쏘아 올렸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5월 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식량 지원을 간청하였다. 소위 “우리 민족끼리”의 재확인인가?

이스라엘은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에 따라 아랍국들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질서의 위반과 불법에 대한 단호한 응징”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질서는 동네적 “끼리끼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통상과 교역, 인류보편성과 현실성에 기반하여 주고 받는 등가의 거래 속에 공동의 번영을 이루어 가는 것이다. 미사일을 쏘는데 쌀을 주는 것이 맞는 논리인가?

국가는 도의와 정의를 중시하는 숭배의 집단이 아니라는 점과 국가는 양립할 수 없는 가치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고독한 결단을 내리는 판단자이며 비록 폭력일지라도 군대에 의해 정당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현실적 집단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늘 '우리 민족끼리' 보다는 '보편적 세계질서' 속에서 정책을 조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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