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절정에 만나는 제89회 춘향제와 철쭉제

지리산바래봉철쭉(사진_남원시)

[시사매거진/전북=오운석 기자] 언제 왔는지도 모를 봄이지만, 봄은 어느덧 절정으로 향한다.

한겨울 내내 오매불망 기다렸던 봄이지만, 봄은 우리에게 그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은 채 애를 태우다 찰나의 순간에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며 우리를 유혹한다.

올 봄에도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봄의 본모습을 보기 어려운 시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5월을 맞이하며, 드디어 봄이 그 모습을 우리 앞에 드러낸다.

그리고, 우리는 짧은 봄, 그래서 꿈같은 봄날이기에 봄을 더욱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축제를 찾아본다.

대한민국에서 2019년 지금 현재, 가장 봄을 만끽 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춘향제와 철쭉제를 앞 둔 남원이 바로 봄의 절정을 맞이할 수 있는 바로 그 곳이다.

봄바람과 함께 찾아오는 꿈같은 향연, 춘향제

2018춘향선발대회 입상자들(사진_남원시)

우선, 남원에서는 2019년 꿈같은 봄날(春夢), 올해로 600년을 맞은 광한루와 요천일원에서 광한춘몽(廣寒春夢)이라는 주제로 제89회 춘향제가 펼쳐진다.

5월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열리는 제89회 춘향제는 대한민국 최고의 전통축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사람이 꿈꾸는 축제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춘향제의 모토는 ‘전통을 기반으로한 퓨전’이다. ‘이질적인 것들의 뒤섞임, 조합, 조화’를 뜻하는 퓨전은 다른 것과 합쳐지면서 대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어울림의 문화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제89회 춘향제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퓨전을 통해 좀 더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려한다.

물론, 춘향제 주요 공연은 전통을 기반에 두고 펼쳐진다. 메인 무대인 완월정과 광한루 전통 소무대에서 펼쳐지는 국악대전, 명인명창 국악대향연, 전통 공연은 그러한 기반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한 기반위에서 대중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변주가 이뤄진다. 2018 전북 건축문화상 대상에 빛나는 명품한옥 남원예촌에서 펼쳐지는 퓨전 음악 공연이 대표적이다. 한옥이라는 우리 전통 생활공간 안에서 재즈와 제3세계 음악이 빚어내는 퓨전 공연은 낯설지만 익숙하게, 쉽게 접하기 어려운 품격 있는 공연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선녀들이 춤과 노래를 부르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승월교 아래에서는 축제기간 흥겨운 ‘춤판’이 펼쳐진다. 전국의 B-boy들이 모여 수준 높은 공연을 펼치는 방자춤판, ‘7080 추억의 달빛 고고장‘ 컨셉으로 밤 10시부터 11시까지 펼쳐지는 달빛춤판은 모두가 축제의 한 가운데 있음을 실감케 할 것이다.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이러한 노력은 춘향제를 고루한 전통 축제가 아닌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컨템포러리(동시대) 축제로 만들어 줄 것이다.

춘향제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춘향 선발대회다. 춘향 진이 결정되면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춘향 수상자들에 대한 검색이 이어지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춘향에 대한 찬사가 계속된다.

특히 제88회 춘향선발대회 진을 차지한 김진아씨는 TV에서 방영했던 선행이 다시 소개되면서 우리시대 가장 춘향에 어울리는 한국적인 미인으로 꼽히며 화제가 됐다.

매년 춘향제 전야제 행사로 열리던 춘향 선발대회는 올해 행사 첫날인 5월 8일에 개최해, 춘향제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행사에는 (여자)아이들, 타겟, The 히든 등이 참여해 흥을 돋운다.

대중성을 표방한 만큼 이번 축제기간에는 가족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행사도 늘어난다. 박상민, 마야, 닥펑스, 육중완밴드, 노브레인, 정수라, 고은현트리오가 행사기간 멋진 공연을 펼치고, 춘향제 마지막날인 12일에는 춘향골 열린음악회를 개최해 장윤정, 김연자, 김혜연, 청하, 엔플라잉, 현진영, 성진우 등이 초대돼 남원시민과 멋진 피날레를 장식한다.

시민들이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대표행사 ‘길놀이’도 예년에 비해 크게 강화돼 하루가 더 늘어난 이틀간 남문4가와 광한루원 앞의 두 곳에서 퍼포먼스와 함께 펼쳐진다.

행사기간 광한루원 정문에서는 인형극과 버블쇼 등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도 계속 이어지고, 한복체험 행사도 확대된다.

봄의 절정을 노래하는 보랏빛 향기

철쭉의 꽃말은 ‘사랑의 즐거움’이다. 또한 남원은 ‘사랑의 도시’이며, 남원의 시화는 철쭉이다. 철쭉이 남원의 봄을 상징하는 꽃이 된 것은 ‘사랑의 도시’ 남원에 있어서 어쩌면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남원의 철쭉은 도심에서 시작되어 점차 운봉을 타고 올라가, 지리산에서 절정을 맞이한다.

도심에 핀 철쭉은 보통 홀로 자라기 때문에 그저 스쳐지나가는 꽃이지만, 지리산의 철쭉은 그 명성답게 구릉이 전부 철쭉으로 뒤덮여 있는 장관을 연출하며 우리를 부르고 있다.

보랏빛 향기라는 노래처럼 지리산 바래봉 철쭉은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향이 느껴진다. 특히 철쭉 군락은 모여 있기에 더 아름다운 풍경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남원의 지리산에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철쭉 군락지, 바래봉이 있다. 산등성이를 따라 죽 이어진 능선으로 이루어진 바래봉은 그 탓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탐방이 가능하다.

바래봉이라는 이름부터가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떼를 엎어놓은 모습처럼 둥그스름하고 순한 산릉으로 이루어져 붙은 이름이니 산행에 그리 큰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더군다나 적당히 힘이 들 때면 능선에 펼쳐진 철쭉 군락을 마주하면 올라갈 때 느꼈던 피로감을 가시게 해주고 청량감을 느끼게 해준다.

바래봉 철쭉의 백미는 정상에서 약 1.5km 거리의 팔랑치 구간이다. 이 곳을 보고 있노라면, 신이 인간에게 허용한 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아름다움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는 눈이 호강하는 경치가 끝이 없이 펼쳐진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4월 중순에서 5월 초순의 날씨도 바래봉에서 맞게 되는 봄날을 더욱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바래봉 철쭉제 기간에는 지리산의 자연 속에서 허브와 함께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지리산 허브밸리에서 라벤더 힐 페스타도 펼쳐진다.

라벤더 힐 페스타에서는 각종 허브 전시는 물론 허브힐링테라피와 버스킹, 족욕은 물론 어린이들을 위한 스템프 미션까지 준비하고 있어 가족들에게 큰 환영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남원의 철쭉은 지리산 바래봉에만 있는 게 아니다. 아영면 봉화산에 위치한 철쭉 역시 찾는 사람을 반기며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

높이 920m의 봉화산은 남원시 아영면과 장수군 번암면, 경상남도 함양군 백전면의 경계에 솟아 있다. 경계를 가르는 산이었던 만큼 소식을 전하는 봉화를 피운 데서 산의 이름인 봉화산이 유래했다.

봉화산은 예전에는 불을 피워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했지만, 이제는 꽃을 피우며 사람들에게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곳의 군락은 바래봉에 뒤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뿜어내며 또 다른 봄을 만끽하게 해준다.

대한민국 가장 아름다운 봄이 지금 여기에

시간은 평등하다. 대한민국 어디서든 봄의 따스함은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만 볼 수 있는 봄날의 멋진 경관과 모두가 하나 되게 만드는 봄축제는 오직 남원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봄날의 특별한 즐거움을 원한다면, 지금 남원으로 향하자. 춘향제와 철쭉제가 한바탕 신명나게 벌어지는 남원에서 당신이 꿈꾸던 봄이 우리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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