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2호=길길수 발행인) 한 청년이 폭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대접은커녕 오히펴 가해자 취급을 받고 경찰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옮겨 달라는 피해자와 피해자 모친의 요청도 묵살하고 경찰은 등 뒤로 수갑을 채워 2시간이 넘게 경찰서에 방치했다. 이 사건이 ‘버닝썬’의 현재 수사를 가져오게 된 단초가 되는 사건이다. 그 후 업체와 경찰의 유착관계, 마약 문제, 탈세, 성관계 동영상 문제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다.

지난달 강남 클럽 ‘버닝썬’과의 유착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윤모 총경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근무 당시 사건 관련자들과 골프 등을 친 사실이 드러났고, 이른바 ‘경찰총장’으로 지목된 윤 총경은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빅뱅 멤버 승리와 동업자 유모 씨 등이 강남에서 운영하던 업소에 대한 경찰 수사 상황을 빼내 승리 쪽에 알려준 혐의로 입건되었다. 그런 그가 2017년부터 1년여 동안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재직하며 승리, 유 씨 등과 수차례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하며 관계를 유지해온 것이다. 역시 경찰 간부인 윤 총경의 부인에게는 K팝 공연 티켓이 제공됐다는 진술도 나왔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윤 총경 근무 당시의 이런 비위 사실을 감지하지 못했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 담당인 그가 업무와 무관한 외부인들과 골프를 치고 어울렸다면 민정수석실 근무 기강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입을 닫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버닝썬・김학의・장자연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한 마당에 청와대에서 재직했던 직원의 연루 사실이 드러난 것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윤 총경의 청와대 추천 과정과 근무 실태 등을 조사해 소상히 밝히는 게 옳다.

클럽 버닝썬이 성 접대, 불법 촬영, 마약 유통, 탈세 등 비리 복마전이 된 것은 경찰의 비호가 절대적이었다. 지난달까지 현직 경찰관 4명이 입건됐고, 강남서 경정 1명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사건 초기 유착 의혹을 부인하기 급급했던 경찰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수사 상황에 따라 고구마 줄기처럼 윤 총경의 윗선이 나올 개연성이 있다.

야당에서는 윤 총경의 청와대 근무 경력 등을 들어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냐”며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경찰로서는 수사에서 성과를 낼수록 치부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여간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것이다.

또 경찰 수사에서 이미 강남 클럽과 경찰의 유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버닝썬’과 경쟁 관계인 클럽 ‘아레나’의 비밀 장부에서 구청과 소방서에 돈을 건넨 정황이 드러나고, 이 클럽의 사장이 어제 100억 원이 훌쩍 넘는 거액을 탈세한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것을 보면 유흥업소들과 행정기관의 유착 실상과 규모는 이미 밝혀진 내용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공무원의 처우는 과거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좋아졌고 선망받는 직업이 됐음에도, 공무원들이 유흥업소의 불법을 눈감아주고 뒷돈을 받는 일이 여전히 반복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끄러운 일이다. ‘버닝썬’뿐 아니라 유흥업소와 공직사회의 유착을 낱낱이 밝혀 구태를 끊어낼 때가 됐다.

경찰의 수사를 불신하는 시선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비리에 대해, 지난 시간 동안 깨끗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노력해 왔던 우리들의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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