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뛰어넘는 최적의 품질로 세계시장 공략
힘과 부드러움의 조화, 여성CEO의 파워로 세계 최고 자동차 부품 기업 꿈꾼다
흔히들 CEO하면 카리스마와 함께 국제 감각으로 세련되게 무장된 남성들을 연상하게 마련이다. 그동안 국내 경제시장 현실에서 여성 CEO의 역할이 학계나 예술계 같은 분야에 비해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실력, 경험, 아이디어, 감성으로 무장한 쟁쟁한 여성 CEO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타율적 규율, 힘의 논리, 감성을 배제한 이성과 합리의 과도한 강조가 전통적 남성 리더십의 특징이다. 그러나 그 반대편의 리더십도 있다. 수직적인 관계보다 수평적인 관계의 강조, 배려와 돌봄의 미덕, 영웅적 인간보다 관계지향, 협동적 인간을 더 높이 평가하고 그런 장점을 조직의 힘으로 전환한다. 그것이 바로 모성적·여성적 리더십의 모델이다.
자동차부품을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는(주)오토젠 이연배 대표 또한 남성중심의 한국자동차시장에서 여성파워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배려·협동의 리더십이 조직을 바꾼다
흔히 여성적 리더십의 특성을 ‘부드러움’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토젠의 이 대표는 정직과 소신, 강력한 추진력으로 강약의 리듬이 조화를 이루는 기업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를 최우선으로 직원들의 가정생활까지 배려하는 등 복지향상에도 노력을 다하고 있다. 회사와 가정생활이 모두 편해야 좋은 성과도 낼 수 있고, 또 혼자 일해선 절대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세세한 관심으로 직원들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오토젠의 이 대표는 회사가 현재의 자리까지 오게 된 공을 모두 직원들에게 돌린다. “남편인 조용선 회장이 견실하게 운영해 오던 회사가 IMF로 위기를 맞았을 때 혹독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사장으로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대우자동차 신차 생산을 앞두고 50억 원을 투입해 금형 장비와 프레스 용접 라인을 새로 설치했지만 대우측 주문량이 갈수록 줄어들었고 이자 부담으로 자금난이 가중돼 회사가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땀 흘려 애써 일궈온 기업인만큼 그대로 포기할 수 없어 직원들과 합심하여 의지 하나로 다시 일어서게 됐습니다.”고 말하는 이 대표는 정리해고와 임금삭감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믿어준 직원들과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며 원가절감에 총력을 기울였다.


국내시장 넘어 이제 세계의 기업으로
오토젠은 원가 및 품질 경쟁력을 Motto로 하는 자동차 Body 부품 업체로서, GM대우에 전 차종 부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자동화된 1,500Ton급 Press Line을 비롯해 4개의 Press Line과 Robot에 의해 자동화된 차체 용접 Line 및 금형제작 Shop을 갖춘 명실상부한 자동차 Body 부품 전문생산 업체다. 특히 생산부품에 대해서는 직접 개발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는 개발능력 및 기술축적의 수단으로 활용 하고 있다. “품질 경쟁력을 기본으로 21세기는 Global 경쟁 시대, 무한경쟁 시대입니다. Global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품의 원가 및 품질 경쟁력이 최우선입니다.”
이 대표가 사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품질혁신을 위한 노력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데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 매일 아침 ‘품질 회의’를 소집하고 시시각각 철저한 공정검사를 거쳐 진행 된다. 이는 불량률을 최소화 하는 것이 납품 단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최선책이기 때문. 이러한 피땀 어린 노력으로 오토젠은 GM대우 주거래 기업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얻었다. 현재 GM대우가 요구하는 자동차 부품 불량률 기준인 25PPM보다 훨씬 더 나은 수준인 9PPM을 달성했기 때문에 납품량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으며, 그 덕분에 대우자동차가 부도난 해에 115억 원으로 뚝 떨어졌던 매출액은 지난해 500억 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전국적으로 힘들었던 IMF 시기에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우뚝 선 오토젠의 경영 정상화 사례는 대기업들도 배워갈 정도로 지난 1월 포스코 생산직 임직원 60여명이 찾아와 오토젠의 공장을 견학했다. 이 대표는 “처음 포스코로부터 견학의뢰를 받았을 때, 최고의 글로벌 대기업이 우리 회사에서 뭘 배울게 있을까 의아 했죠”라며 “우리 회사가 생산 공정에 있어 중소기업치고는 뛰어나다고 칭찬 하더군요. 직원들에게도 자긍심을 심어주는 아주 뜻 깊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 측에서도 조만간 포스코로 견학을 갈 예정이며, 세계적인 기업인만큼 서로 배울 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 됩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시장에서는 이미 정상 궤도에 올라 있는 오토젠은 이제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해 마케팅 및 R&D분야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출 다변화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외 영업에도 적극 공세를 펴 나갈 계획입니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값싼 부품을 찾아 글로벌 소싱을 추진하고 있는데 내수에만 매달리면 머지않아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고 말하며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세계 유수 자동차 업체들이 찾아와 납품을 부탁할 정도로 경쟁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게 이 대표의 당찬 포부다.


‘가족’같은 기업 분위기가 최고 경쟁력
이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 15명을 위해 회사 인근에 아파트 2채를 구입했을 정도로 직원사랑이 지극하다. 지난해 말 그 동안 고생한 직원들을 위해 100%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함께 어려운 시기를 넘긴 직원들의 노고를 잊지 않고 챙기는 한편, 직원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가족 같은 기업문화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금의 오토젠을 만들어 준 원동력은 모두 함께 고생한 직원들 입니다. 일한 만큼, 저를 믿고 회사를 믿고 노력해준 만큼 보상을 해야죠. 임직원 150명이 모두 한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더 부족한 게 없나, 항상 부족하다는 마음이 먼저 듭니다”라고 말하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이 대표의 마음이 전해져서 인지 직원들은 오토젠에서 일하고 있는 자체로 행복이며 즐거움이라고 표현한다.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회사, 직원들의 미래가 곧 회사의 미래라 여기는 기업마인드가 직원들에게는 큰 자긍심을 심어준 계기가 된 것. “직원들이 저를 믿고 따라와 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오토젠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다시 함께 일어나고자 하는 믿음과 책임감이 회사를 살리는 힘, 모든 직원을 하나로 만드는 힘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부드러움과 강함을 동시에 추진하는 힘, 그것이 모성 리더십을 발휘하며 회사의 전 직원을 ‘가족’으로 만든 이 대표의 파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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