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매력에 속지 말고 잘 따져보고 투자하라
6.4%의 낮은 이자소득세율 적용으로 인기몰이…그러나 ‘묻지마 투자’는 위험

최근 정크본드(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한 투자부적격 채권) 시장 활성화라는 정부의 정책적 필요에 의해 등장한 고수익고위험 펀드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이일드 펀드라고도 불리는 이 상품은 최근 증권사에 이어 은행권에도 앞 다퉈 출시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펀드인 만큼 고수익고위험 펀드가 가지는 위험도 적지 않아 ‘묻지마식 투자’는 곤란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이일드 펀드(High Yield Fund)란 수익률은 매우 높지만 신용도가 낮아 정크본드라고도 불리는 고수익·고위험 채권을 편입하는 펀드로 투기채 펀드다. 투기채란 기업의 신용등급이 BB+이하인 투자부적격 채권을 주로 편입해 운용하는 펀드이므로 투자 위험 및 상환불능 가능성이 높으며 고수익고위험 펀드인 만큼 투자를 잘하면 고수익이 보장되지만 반대의 경우 원금을 날릴 수도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 펀드가 일반화돼 있으며 국내에는 1999년 대우채 사태 이후 채권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자 수요의 확대를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을 지원하고자 나온 정책 상품이다.


6.4%의 낮은 이자소득세 적용
2003년 이후 하이일드 펀드 판매 중단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들은 자금조달 하는데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지원하고 채권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고수익고위험 펀드’의 운용규정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이 지난 2월 말 개정됨에 따라 관련 상품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기존 신용등급 BB+이하인 투기등급 채권 및 B+이하인 기업어음(CP)에 펀드자산의 50%이상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국채 등 투자적격 채권 및 주식(장외주식 및 공모주식 포함), 유동성 자산 등에 투자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 허용된 ‘고수익고위험 펀드’는 자산의 60%이상을 국공채나 회사채에 투자하되 신용등급 BB+이하의 투기등급 채권을 10%이상 의무적으로 편입해야 한다. 때문에 고수익고위험 펀드라고도 불리는데 오는 2009년 말까지 가입해 1년 이상 보유할 경우 1억원 한도로 6.4%의 낮은 이자소득세율 적용에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는 분리과세 혜택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연 5%의 정기예금에 넣어 이자로 5백만 원을 벌었다면 일반 이자소득세율 15.4%를 적용하면 77만원의 세금을 내야하지만, 고수익고위험 펀드의 경우 30만원정도만 내면 된다.
단, 1년 이상 투자해야 하고 1억원 미만 투자금에 대해서만 적용되며, 영원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가입 후 3년 동안만 적용된다.
CS자산운용의 김종민 수석은 “종합과세 대상 고객의 경우 분리과세로 인한 메리트, 1억원을 1년간 가입했을 때 122~177만원의 세금절감 효과 외에도 분리과세 고객도 약 50만원 이상의 세금절감효과 등의 수익률 개선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고 설명한다.
특히 이번 상품은 분리과세 대상으로 금융소득이 4천만 원 이상인 고소득자의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어 더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는 분리과세 혜택까지 받게 된다.
이를테면 금융소득이 8천만 원을 넘어 최고 세율 38.5%가 적용되는 자산가의 경우 해외 주식형 펀드에 대해선 231만원의 세금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반면 고수익·고위험 펀드는 분리과세를 적용받아 추가 세금을 물지 않는다. 이 경우 최종 세후 수익은 고수익·고위험 펀드가 오히려 40만2,000원 더 많다.

운용사들 앞 다퉈 잇따라 출시
이러한 낮은 이자소득 세율 적용으로 최근 출시되는 고수익고위험 펀드로 자금이 급속히 몰리고 있다.
지난 3월 19일 은행권 처음으로 우리CS자산운용은 하이일드 펀드인 ‘우리CS분리과세고수익고위험혼합투자신탁’을 출시, 영업 6일만에 427억원이 몰렸다. 농협도 아이투신운용과 함께 지난 4월 초 ‘아이절세미인고위험혼합펀드’를 출시했다. 국민은행도 지난 4월 11일부터 KB자산운용이 내놓은 ‘KB분리과세 고수익고위험 채권펀드’를 출시, 선별적인 하이일드 채권 및 회사채 발굴투자와 위험관리를 통해 ‘정기예금+알파 수익률’을 추구하고 있다. 대한투신의 ‘대한분리과세고수익고위험10채권’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등 대부분의 하이일드 펀드 판매가 고수익 상품 위주로 팔려나가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을 통해 판매되는 ‘동양분리과세고수익고위험2Y-1호’의 경우 설정 첫날 160억원을 비롯해 5영업일간 428억원의 자금을 끌어 모았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1억원 한도를 꽉 채워 돈을 맡기는 고객이 상당수에 이른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고수익고위험펀드가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침체된 회사채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채권리서치팀의 단두연 차장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했다. 첫째, 국내를 포함한 해외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저금리 기조 속에서 투자자들의 요구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고수익고위험 펀드의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둘째, 고수익고위험 펀드의 출시 이후 BB등급 이하 채권의 발행 및 유통규모가 점진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이를 통해 BB급 이하 채권시장까지 회사채 시장 영역이 확대됨으로써 실질적으로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한 투자가 가능해 투자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것. 셋째, 향상된 신용분석 능력을 기반으로 정크본드(BB급 이하 채권)에 대한 자발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것.


원금 손실 발생, 묻지마 투자는 금물
고수익고위험 펀드의 경우 주식투자 비중은 펀드자산의 30% 이하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또 펀드에 편입된 유가증권의 평균 잔존만기가 18개월 이내이며 채권시가 평가를 받는다. 공모주청약 시 우선 배정권을 펀드에 주기 때문에 추가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원금의 일정한 범위 내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는 투신사 또는 판매사가 보전해 주는 장점이 있다.
현재 투기등급 채권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만큼 실질수익은 은행권의 정기예금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목표 수익률은 상품에 따라 연 5%대 중·후반부터 시작해 20%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신용등급 BB+이하의 채권에 10% 이상 편입하는 만큼 언제든지 원금 손실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 ‘묻지마식 투자’는 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전문가들은 고수익에 세금 혜택이 있다고 해서 고위험 펀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아닌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자칫 위험은 높고 수익은 기대에 못 미치는 ‘중수익·고위험 펀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만은 따져보고 투자하라
이에 전문가들은 투자할 때 첫째, 투기등급에 투자되는 비율을 확인하고 둘째, 포트폴리오 내에서의 위험 분산을 해야 하며 셋째, 지나친 고수익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제혜택을 받기위해 투기등급 채권에 투자되는 비율을 최소 10%에서 다양하게 상품이 설정되고 있다. 때문에 펀드가입 시 높은 수익률만 보고 가입하는 것 보다는 편입되는 투기등급 등의 비율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
투기등급(표1 참조)은 기업이 채권을 발행할 때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제대로 돈을 갚을 수 있는지를 따져 그 상환 능력에 따라 한국신용평가(KIS)와 한국신용정보(NICE), 한국기업평가(KMCC)등 신용평가기관이 매기는 등급으로 A에서 D까지 영문 알파벳순으로 매겨진다. AAA부터 BBB까지는 원리금을 상환하는데 문제가 없는 투자적격등급으로 구분하며 BB부터 C까지는 상황에 따라서 상환가능성이 낮아 투기 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본 펀드에서 취급하는 채권의 10%이상은 ‘투자부적격(투기등급)’채권이기 때문에 투기등급에 투자되는 비율을 확인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전반적으로 상향되어 부도 등의 위험은 다소 낮아졌다고 하지만 투기등급 채권은 경기상황에 따라 유동성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채권이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위험에 대비한 분산차원에서의 투자가 바람직하다. 또한 국공채 등 안정성이 우수한 우량채권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 채권의 수익률은 제한적이므로 세제혜택을 감안하여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 1~2%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해야 하며 지나친 고수익을 바래서는 안된다.
한 전문가는 “같은 투기등급 채권이라도 대기업 계열사 등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채권을 편입하는 펀드를 골라 가입하는 지혜가 필요하며 펀드마다 투기등급 채권의 편입 비중이 다른 만큼 펀드별 운용 특징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자칫 원금마저 까먹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고 조언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하이일드 펀드의 성패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유동성 확보를 꼽았다. 이들은 이를 위해 정부가 특히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엔 정책 규모가 줄어들게 되면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 결정 구조를 통해 투기 등급 채권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류승화 동양종합금융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정부의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확대로 투기 등급 채권에 대한 가치가 고평가된 면이 있었다”며 “정부가 채권 가격 결정에 있어 시장에 좀 더 많은 자율권을 준다면 리스크 정도에 따라서 수익률을 구조화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도 “하이일드 채권이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규모를 줄이게 되면 하이일드 펀드의 초기 유동성 확보는 가능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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