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주 변호사

(시사매거진250호=오병주 칼럼위원) 내 능력과 의지로는 어찌할 수 없어 결국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때 우리는 그것을 ‘운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비록 당사자에게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암벽, 절벽 같은 것이 있었다 하여도 과연, 그것이 ‘어찌할 수 없는 것’이었을까?
중국 후한의 사상가 왕충(王充, 27~100?)은 그의 저서 「논형(論衡)」 중 행우(幸偶)편에서 운명과 관련된 깊은 통찰을 하고 있다.

풀로 가득한 거리
마차가 지나가자 풀들의 운명은 둘로 나뉘었다.
바퀴에 깔린 불행한 풀과 깔리지 않은 행운의 풀.

그러나 들판에 불이 나자 그들의 운명은 바뀌었다.
바퀴에 눌리지 않은 풀은 불타 없어졌고, 마차에 깔려 흙과 범벅이 된 풀은 불타지 않고 살아남았다.
세상은 왜 내 뜻대로 안 될까?
살다 보면 열심히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이 있다.
뜻한 바를 다 이루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뜻을 이루려면 자신의 노력은 기본이고, 주변의 모든 상황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연과 우발로 가득 찬 세상, 그래서 현실 세계는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개입할 여지가 있음에 주목하여야 한다.
늘 사랑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사랑을 필요로 할 때 사랑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가 잠들었을 때는 걱정하는 마음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보다 다음 날 환자가 보호를 필요로 할 때를 위해 잠을 자 두는 것이 현명하다.
농사꾼이라면 봄, 여름에 부지런히 일하되 겨울에는 쉬어야 한다. 때를 파악하고 실천하는 감각이 중요하다.
이론은 ‘모 아니면 도’이나, 어떻게 개입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실제 삶은 ‘윷’도 ‘걸’도 될 수 있는 것이다.
한정된 에너지, 어떻게 쓸 것인가?
바람 한 점 없을 때는 차라리 쉬고, 바람이 불 때 열심히 노를 저어야 한다.
한정된 에너지를 ‘선택과 집중’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제 왕충이 가르쳐 주는 지혜에 주목하다.
왕충은 현실적이고 실천 감각이 있었던 철학자이다. 365일 나눠서 사랑하는 것보다 상대가 외롭고 힘든 날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론보다 실천 감각!
아무리 좋은 이론이라도 아는 것이 그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적절한 때에 올바르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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