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46호=김길수 발행인) 세수할 때 찬물이 시원한 느낌에서 춥다는 느낌으로 바뀌고,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것만으로도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인 가을이 우리 곁에 왔음을 알려준다.

지난 9월 민족 명절인 한가위에 가족들과 앉아 가족끼리 정겨운 대화도 있었지만, 아마도 가장 많은 이야기의 주제는 아마도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아닐까 생각한다.

역대 대통령 중 세 번째로 북한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항에 직접 나와 영접하고, 함께 백두산에 오르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에서 우리 국민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그리고 공동선언문을 통해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인도적 협력 강화,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교류 추진 등을 합의함으로써 기본적인 불가침의 틀을 마련하였다고 한다. 특히 북한이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여, 교착상태에 있던 북미관계의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이 후 교착상태에 놓인 북미관계의 중재를 위해 지난 달 25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전달하고, 종전선언과 비핵화를 맞바꾸기 위해 외교적인 노력을 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때 나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를 밑천 삼아 국제사회에 북한을 믿어 달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면서 “속임수를 쓰거나 시간 끌기를 하면 미국이 강력하게 보복할 텐데 북한이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는 김 위원장 발언까지 소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노력이 효과가 있었는지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유엔 연설 직전 “우리는 언론이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비핵화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리고 유엔 연설에서는 “김 위원장의 용기와 그가 취한 조치에 감사한다”고 칭찬했다.

이에 반해 남북 간 경제협력 추진 계획이나 군사 합의에 대해 불신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평양 공동선언에서 남북정상은 올해 내에 동·서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 착공식을 하기로 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도 조건이 갖춰지는 대로 정상화하기로 했다.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도 협의하기로 했는데 이 사업들은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가 풀려야만 가능한 일이다. 남북이 19일 서명한 군사 분야 합의서도 마찬가지다. 육상·해상·공중에서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겠다며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중 상당 부분은 유엔군사령부나 주한 미군 동의가 있어야 실행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신중한 처신을 통해 양 당사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결국 이런 불신과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의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이번 뉴욕에서도 빠른 종전선언을 요청했지만, 미국 측이 주저하는 이유 역시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핵이나 미사일 리스트, 그리고 비핵화 타임테이블 제시 등 미국이 움직일 수 있도록 북한이 하루빨리 움직여야 한다. 또 우리 정부도 북한이 그렇게 나아가도록 독려해야 한다. 지난 6.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은 ‘역사적’이란 평가 속에 열렸지만,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은 전혀 끌어내지 못한 ‘지상 최대의 쇼’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번에도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대한민국의 중요한 가치를 훼손하는 일은 결단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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