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미래와의 대화」출간, ‘보통사람들이 주류가 되는 사회’를 위해

(시사매거진246호=차홍규 화백) 김두관 의원은 마을이장으로부터 시작하여, 남해군수, 참여정부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 경남도지사를 거쳐 국회의원에 당선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김 의원과는 필자의 전시장에서 첫 만남 이후 한중미술협회 고문을 맡아 주는 등 좋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김의원은 경남에서는 어렵다는 지역주의에 끊임없이 도전하여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기도 하며, 최근 독일에서의 연수와 배움의 경험을 담아 「김두관, 미래와의 대화」라는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통해 ‘보통사람들이 주류가 되는 사회’를 주장해 주목받기도 했다. 김두관 의원을 만나 자치분권과 한반도 평화통일 시대, 그리고 그를 위한 문화예술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김두관 의원은 만 스물아홉의 나이에 이장으로 선출되었는데 매일 아침 빗자루를 들고 마을 앞을 쓸 면서 주민을 섬기는 이장이 되고자 했다. 이 때 2년의 경험은 정치를 하는 동안 많은 자산이 되어주었고, 지방자치를 위한 주민 참여의 중요성, 민의를 수렴하는 방식 등도 이 때 배웠다.


최근 책을 냈다고 들었다. 어떤 책인가

2013년 3월 독일로 1년 간 연수를 떠났고 독일 사회의 모습을 보고 느끼면서 독일을 배우고 뛰어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꿈꿨다. 귀국 후 독일에 대해 더 공부했고, 독일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고민도 했다. 이런 고민과 비전들을 담아 펴낸 책이 「김두관, 미래와의 대화」라는 제목의 책이다. 독일에 대해 특히 주목했던 것은 공동체의 번영을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시스템, 자치와 분권이 잘 되어있는 사회적 연방국가 시스템, 통일과 번영, 미래세대를 위한 4차 산업혁명과 교육, 그리고 무엇보다 대화와 타협으로 높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정치의 힘이었다. 이런 독일의 장점들을 각 분야별로 살펴보고 대한민국이 번영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7월 14일에 열린 출판기념회가 대성황이었다. 이 자리에서 ‘보통사람들이 주류가 되는 사회’를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어떤 의미인지?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 정보화를 모두 이룬 대단한 나라다. 한국전쟁 후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못 사는 나라였지만 지금은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이고, 국민소득은 3만 불에 달한다. 반면 우리 국민 대다수의 삶의 질, 기회의 평등과 같은 가치 측면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경제성장의 대단한 성과들을 이루고, 군부독재와 IMF금융위기 등 어려운 국난극복도 대다수의 보통사람들, 일반 국민에 의해 이뤄졌지만 그 성과에 대한 열매는 대다수 국민이 아니라 소수 특권층이 가졌다. 특권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없고, 하루가 멀다 하고 특권층의 갑질에 대한 뉴스가 신문지면의 1면을 장식한다. 청년들은 헬조선을 외치며 꿈을 잃었고, 어르신들은 자살과 빈곤의 위기에 처해 있으며, 사회경제적 양극화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구조적인 양극화는 경제성장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데 이 근본적인 구조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 사회경제적으로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 튼튼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사회적약자도 충분히 보호받고 도전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대다수 국민들의 뜻이 정치에 반영되는 진정한 국민주권의 사회다. 국민들은 촛불혁명으로 이러한 사회를 만들어 줄 것을 명령했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고, 보통사람들이 주류가 되는 사회’가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사회다.

최근 독일에서의 연수와 배움의 경험을 담아 「김두관, 미래와의 대화」라는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통해 ‘보통사람들이 주류가 되는 사회’를 주장해 주목받기도 했다.


2012 대선경선에 출마하면서 경남도지사직을 사퇴해 고난을 겪게 되었는데 이를 반성했다는 의미인지

그렇다. 경남도지사직 사퇴로 저를 아껴주시고 믿어주셨던 경남도민과 지지자들께 큰 상처를 드렸다. 많은 분들께서 아직도 왜 당시 김문수 경기지사처럼 도지사직을 가지고 출마하지 않았는지를 묻곤 한다. 저는 약자와 소외된 이들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스스로 약속했고, 이 정치적 소명을 평생의 화두로 삼아왔다. 당시 많은 이들이 찾아와 박근혜 대통령 후보에 맞서 서민을 대표해 승리할 사람은 저 뿐이며,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 것은 죄를 짓는 일이라고 했다. 그 말을 받아들여 약자와 서민을 대표해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저의 소명이라고 생각했고, 그 정도 소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양손에 떡을 쥐기보다 배수의 진을 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만이었다. 내 소명이 올바르니 어렵게 뽑아준 도민도 양해해 줄 것이고, 국민들도 지지해 줄 것이라고 여긴 정말 큰 오만이었다. 천천히 가더라도 진짜 강해져야 소명을 이룰 수 있음을 잠시 잊은 것이다. 도민들의 기대와 성원을 잊은 것이다. 독일에서 유학하는 동안 치열하게 반성했다. 경남도민들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과드리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하고 있지만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안다. 평생 갚아야 할 빚이다.


참여정부에서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발탁되었을 때, 이장 출신, 촌놈이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을텐데

우선 군수, 장관, 도지사에서 지금 국회의원까지, 행정 단위들의 수장을 두루 거쳤지만 이장은 개인적으로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경력이다. 이장은 행정과 주민을 잇는 연결고리로 풀뿌리 주민자치의 근본이다. 이장이 잘 하면 마을이 발전하고 주민이 행복해진다. 마을 단위에서는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도 가능하다. 당시 지금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 몇 분이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명문대 출신도 아니었고, 주류 엘리트도 아니었기 때문에 일정 부분 반감이 있었다. 시골에서 군수를 좀 잘했다고 해서 장관에 발탁하는 것이 맞느냐는 반발이었고, 상고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방자치와 분권, 국가균형발전에 관해 철학이 확고한 분이었다. 이런 부분에서 뜻이 잘 맞았고 노무현 대통령은 파격적으로 저를 발탁했다. 이후 정부부처종합평가에서 1위를 할 정도로 열심히 했지만 결국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한 거대 야당의 해임건의안 통과로 7개월 정도 장관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치분권 전도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지방자치와 분권에 대해 활동을 많이 해 온 것으로 안다. 왜 지방분권이 되어야 하나

자치분권은 국가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다. 자치분권은 ‘지역의 일은 지역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역주민의 생활과 직접 관계되는 사무는 가까운 지방정부에서 우선 수행하고 중앙정부는 국가본래의 기능을 수행하는 보충적 존재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행자부 장관시절 천명한 지방분권 3원칙 중 보충성의 원칙이다. 지역에 대해 지방정부가 더 잘 알고, 지역의 특성을 살려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하지만 지방정부가 가진 행정권이나 재정권이 약하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지역발전과 주민행복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실천해 나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역주민들이 지방정부에 어떤 사항을 요구하면 ‘우리는 권한이 없어서 안 된다’는 답을 가장 많이 듣는다고 한다. 지방분권이 이뤄지면 지방정부는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지역발전전략을 실천해 나갈 수 있고 주민들의 요구에 긴밀하게 대응하게 되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책임성도 높아진다. 지방분권 수준이 50% 높아지면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가 오르고 국민 행복지수는 세계5위 캐나다 수준이 되며 국가경쟁력 또한 크게 상승된다는 전문가들의 연구도 나와 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기 전 참석자들에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_뉴시스)


지방분권개헌 국회추진단 공동단장을 맡아 이런 노력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난 지방선거를 목표로 했던 개헌은 결국 무산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대통령께서 개헌안 발의까지 했음에도 야당의 반대로 결국 지방선거 개헌은 무산되었다. 야당의 발목잡기, 선거 이득을 위해 개헌이 정략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개헌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최상위 규범에 반영하는 일이고 무엇보다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특히 지방분권개헌은 우리 사회의 미래 동력을 위해 아주 중요하다. 독일의 정치인들은 오늘날 독일이 이토록 강한 이유를 자치분권이 잘 이뤄지는 사회연방국가 시스템 덕분이라고 말한다. 흔히 선진국은 지방자치가 잘 발달했다고 하는데, 그 반대인 것이다. 자치분권이 잘 되었기 때문에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방분권개헌을 위한 협치의 차원에서 네 야당의 각 당에서 한 분씩 모아 공동단장체제로 꾸리고 지방분권개헌을 위해 토론회, 결의대회, 기자회견 등 수많은 활동을 했다.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우리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개헌, 자치분권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운전대를 잡고 역사적인 정상회담들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최근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전망은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 하나 가능할 것 같지 않을 만큼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를 녹이고 정상회담까지 이뤄냈다. 당시 어느 누구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보수야당은 여전히 안보를 앞세운 정치적 공세를 일삼았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겸손하면서도 확고한 리더십으로 한반도 평화를 향한 운전대를 잡고 미국과 북한을 설득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평화체제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상회담이 이뤄졌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평화가 오기는 어렵다. 한반도 평화는 남북당사자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문제도 있고, 강력한 제재와 대화를 동시에 시행해야 하는 어려움도 크다. 매순간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다. 정치권을 비롯해 우리 사회 전체가 힘을 모으고 우리가 가진 외교적 자원들을 최대한으로 투입해 간다면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의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는 미래는 없다. 우리가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수 있다면, 신북방 경제를 통해 크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며, 동북아시아 공동체를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정치만 이야기 하니 좀 딱딱하다. 김포는 남북 접경지역이다. 필자가 오랜 중국 생활을 통하여 북한 미술을 접하다보니 북한과 가까운 곳에 지역문화사업, 예컨대 남북미술관을 생각해 보았다. 접경지역에 속한 김포에 설립한다면 어떤지

접경지역 김포가 크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통일시대를 열어야 하고, 통일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교류가 정말 중요하다. 김포는 한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의 개풍군과 접하고 있고, 연안군 등으로도 뻗어 나갈 수 있는 곳이다. 독일의 통일을 여는데 기여했던 동독 사회통일당의 마지막 총리인 한스 모드로프 총리는 지난 2월의 만남에서 통일의 도시 베를린에서 남북한의 미술품을 동시에 전시하는 전시회를 추진하고 있으며 꼭 열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기도 했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한반도 통일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정범구 주독일 대사와 박남영 주독일 북한 대사를 초대해 서로 만나도록하기도 했다. 그만큼 예술 교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독일 유학 후 김포를 지역구로 삼은 것도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고 싶은 바람 때문이었다. 한반도 남쪽 끝 남해에서 태어나 김포에서 통일시대를 열고, 북쪽 끝 함경북도 온성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꿈이다. 남북미술관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민선 7기를 맞아 새롭게 출발한 김포시와 한반도 평화의 중심도시 김포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

문화예술은 지역과 국민의 삶의 질의 척도라고 말하는 김두관 의원. 그는 “문화예술은 특정 계층의 점유물이 더 이상 아니며, 더욱 다양하고 보다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문화예술과 예술인들에 대한 많은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치분권시대 한반도 평화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문화예술의 역할은

문화예술은 그 지역의 발전을 좌우하기도 할 정도로 그 힘이 크다. 지역의 역사와 특성을 살리는 문화예술은 그 자체로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남북통일을 위해서는 문화예술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독일에서 만난 독일 통일의 주역들은 한결같이 교류, 특히 문화예술의 교류를 강조했다. 헬무트 콜 총리와 함께 통일을 선언한 동독의 마지막 총리 로타르 드 메지에르 총리는 “동서통일을 위해서는 작은 교류들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 중 단절된 동,서독 주민들의 문화적 공감대를 돋우고, 하나라는 일체감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문화예술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문화교류로부터 출발해 경제교류를 거쳐 정치적 통합을 이뤄갈 수 있다면 통일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번영을 갖고 올수 있을 것이다.
 

차홍규 이력홍익대 석사, 동신대 박사개인전 40여회 및 단체전 400여회, 한중수교 양국 기념작가중국 북경 칭화대학 미대 교수 정년퇴임현 한중미술협회장

# 김두관 의원은 더 단단해진 느낌이었다. 큰 정치적 고난이 있었지만, 반성과 성찰을 통해 더 강해지고 확고해진 것 같았다. 故 노무현 대통령은 김두관 의원에 대해 “학벌 없는 사회, 보통사람들의 성공의 상징으로 키워주고 싶었다”며 “코리안 드림의 상징”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마을이장이라는 풀뿌리 자치의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수많은 낙선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라 온 정치인. 그는 “우리사회가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사회임을 반증하기 위해서라도 자신과 같이 아래에서부터 성장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첫 도전 후 28년 만에, 5번의 도전 끝에 국회의원이 된 김두관 의원의 ‘보통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한 활발한 의정활동을 기대해 본다. 참 기분 좋은 인터뷰였다. ‘학벌 없는 사회, 보통사람들의 성공할 수 있는 우리나라’를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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