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죄 없는 아이들을 학대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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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죄 없는 아이들을 학대 했나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8.09.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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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열악한 노동환경, 훈육과 학대 혼동 등이 문제

정부, ‘아동학대 근절 대책’ 마련
‘더 근본적인 대책’ 필요 지적도

(시사매거진245호=신혜영 기자) 동두천 어린이집 통학차량 사망 사건, 구미 어린이집 학대, 화곡동 어린이집 학대, 부산 어린이집 학대…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이슈검색어에 올라와 있었던 단어들이다. 연일 끊이지 않고 어린이집 학대 사건 소식이 들려온다. 작든 크든 아동학대 사건은 국민들로 하여금 울분을 토하게 한다. 돌봄이 필요하고 사랑받고 자라야 할 어린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학대받고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르고 있는 지금, 아동학대문제는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생후 11개월 된 영아에게 이불을 덮고 짓눌러 사망하게 한 혐의(아동학대 치사)로 긴급체포된 어린이집 보육교사 김모 씨가 지난 7월 20일 오전 영장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출처_뉴시스)

때리고 던지고, 욕하고…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지난 7월 18일 오후 12시 33분께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김모(59) 씨는 생후 11개월 된 A군에게 이불을 씌운 뒤 올라타 온힘을 다해 눌렀다. 김 씨는 A군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6분 동안 꽉 껴안은 이후 위에서 8초간 눌렀다. 그리고 이불 속에 갇혀 있던 아이는 결국 숨졌다. 김 씨의 전력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검찰과 경찰이 어린이집의 CC(폐쇄회로)TV 화면을 분석한 결과 A군 외에 지난해 4월에서 올해 2월 사이 출생한 다른 영아 7명도 비슷한 학대를 당했다.

김 씨는 조사에서 “영아를 빨리 재우고 쉬기 위해서였다”라며 “잘못된 방법인 것은 알았지만 죽을 줄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15일, 부산의 한 어린이집 교육교사 B(44) 씨는 점심시간에 해당 아동의 볼을 꼬집어 들어 올리거나 낮잠시간에 아동의 얼굴을 이불로 덮고, 아이들을 깨울 때 이불을 들어 내동댕이쳤다. 또 밥을 먹으며 헛구역질을 하는 아동의 입에 3~4차례 강제로 숟가락을 집어넣는 등의 모습이 CCTV를 통해 확인됐다.

지난 7월, 충북 청주에서sms 2~3세 영유아를 폭행·학대한 민간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들이 검찰에 송치됐다. 보육교사 A(35·여) 씨는 지난 5월 두 살배기 남아의 얼굴을 폭행하거나 학대한 혐의다.

청주시 흥덕구에서는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36개월 미만 원생 8명을 100여 차례에 걸쳐 폭행하거나 정서적으로 학대한 협의로 모 어린이집 원장 B(39·여) 씨와 보육교사 C(42·여) 씨가 검찰에 송치됐다. 보육교사가 원생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며 손으로 머리를 쥐어박거나 밥을 주지 않는 모습이 담긴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광주 북부경찰서도 5살 원아를 괴롭힌 혐의(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로 지역 모 어립이집 보육교사 A(35·여) 씨를 입건했다. A씨는 지난 5월31일 오전 9시30분께 지역 한 어린이집 교실에서 B(5) 군의 귀를 잡고 공중으로 들어 올리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어린이집 학대사건은 교실 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지난 7월 17일 동두천시에서 오전 9시40분쯤 통원버스를 타고 등원한 김모(4) 양이 7시간 뒤 등원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조사결과 당시 동두천시 낮 기온은 32도로 폭염에 차량 내부 온도는 47도까지 치솟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월 2일, 경기 고양시에서도 유치원 통학버스에서 6살 아이가 40여 분 간 방치됐던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위 일련의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모두 올해 들어 일어난 일들이다.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매년 계속해서 늘고 있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적발건수는 CCTV 의무 설치를 계기로 2013년 202건에서 2015년 427건, 2016년 587건, 지난해 776건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고 전체 학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0%에서 3.6%로 늘었다. 사망에 이르게 한 학대 사건도 올해에만 2건이 발생했다.

지난 7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소라미(왼쪽) 민변 아동인권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어린이집 사고, 재발방지 대책은 없는가’ 긴급좌담회를 하고 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어린이집 학대 사건은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출처_뉴시스)

정부, 대책 내놨지만 사고건수 매년 늘어

아동복지법 제 3조 제 7호에 따르면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적극적인 가해행위뿐만 아니라 소극적 의미의 방임행위까지 아동학대의 정의에 명확히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서 학대 행위란 아동에게 가해진 행위로 인하여 (우연한 것은 제외) 아동의 건강 혹은 복지를 해치거나 혹은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모든 신체적‧정신적 상해, 성적 행위 및 방임을 포함한다. 신체적 학대뿐만 아니라 정서적 학대나 방임, 아동의 발달을 저해하는 행위나 환경, 더 나아가 아동의 권리보호에 이르는 매우 포괄적인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동복지법에 따라 의식주, 의무교육, 의료적 조치 등을 제공하지 않아도 이는 아동학대에 해당한다.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문재인 대통령은 7월 24일 어린이집 사고 근절을 강조하면서 보육기관과 보육교사가 관련법을 어기면 현장에서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주재한 제32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기회에 확실한 아동학대 근절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현행 법령, 지침, 매뉴얼이 각각의 현장에 맞게 제대로 작성·운용되고 있는지 면밀히 점검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이나 지침을 지키지 않았을 때에는 엄중한 처벌은 물론 보육현장에서 퇴출되도록 자격정지 및 유관시설 취업 제한 등 엄격한 인력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라며 “이와 함께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교사들의 처우개선과 양성과정의 수준을 높이는 대책도 함께 강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정부는 안전사고와 학대에 맞서 수많은 대책을 내놓았다. 2013년 3월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어린이집 통학차량 사망사고와 2015년 1월 인천 연수구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나자 통학차량 전수조사부터 인솔교사 동승 의무화, 어린이집 내 CCTV 의무 설치, 처벌 강화, 보조·대체교사 배치지원 등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어린이집 사고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왜 그럴까.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따른 연관성 높아

지방자치단체가 연간 보육시설의 30%를 대상으로 반기별로 안전점검을 하고 3년 주기로 평가하지만 모두 서류중심이기 때문에 실제 준수 여부까지 들여다보기엔 한계가 있는 지적이다. 또한 어린이집 교사는 3년마다 40시간 보수교육을 받지만 온라인 교육이수가 60%에 달해 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잦은 이직으로 장기 미종사자 채용이 많지만 이들에 대한 조기적응 프로그램은 전무한 상태다.

무엇보다 하루 12시간씩 운영되는 열악한 보육현장이다. 하루 종일 아동을 돌보며 초과근무는 일상화된 상태다. 실제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9시간36분인데 휴게시간은 18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다. 화곡동 어린이집 학대 보육교사가 영아를 빨리 재우고 쉬기 위해서 학대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보육현장의 실태를 대변한다. 다음날 일과 계획 및 준비, 평가인증 대비 서류 작성 등 업무 부담과중도 꾸준히 지적된 바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 발생 시마다 자격취득, 학력 등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이 쏟아지지만 아동학대는 열악한 노동환경, 훈육과 학대 혼동, 조직 내 위계질서 스트레스 등과 연관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호연 보육시설비리·고발센터장은 “우리 교사들이 살인자가 됐다”며 “(어린이집의) 환경 자체가 아동학대를 위한 환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보통 어린이집이 3~4개 반을 운영하는데 정식 교사는 한두 명이다. 원장이 장보고, 운전하러 나간다”며 “결국 유아교육과 나온 20살짜리 교사, 아이가 좋다는 경력 단절 여성들이 6~11개월짜리 아이 5~6명을 본다. 애들이 죽지 않는 것이 이상한 환경이다”고 지적했다.

이동욱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이 지난 7월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도입, 등하원 알림서비스 등 어린이집 통학차량 및 아동학대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_뉴시스)

정부,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 강화

복건복지부는 어린이집 통학차량 사망사건이 7년 만에 다시 발생하자 “통학차량 내 안전사고는 관련 규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강조하며 ‘잠자는 아이 확인장치(슬리핑 차일드 체크·Sleeping Child Check)’ 카드를 꺼내 들었다. 외부에서 아동 확인을 어렵게 만드는 통학차량 선팅에 대한 제한 및 과태료 신설, 영유아차량 방치로 인한 사고 발생 시 제재 강화 등 미비한 법·제도도 강화된다.

여기에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하는 ‘안전 등·하원 알림서비스’도 도입키로 했다.

또한 보육교사가 행정업무까지 도맡는 하루 12시간의 열악한 보육환경 등 보육체계 전반을 손보기로 한 한편 미비했던 어린이집 운영책임자인 원장과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책임도 강화키로 했다. 시설폐쇄 조치를 한번 받은 원장은 향후 5년간 다른 시설에 취업할 수 없도록 추가 제재키로 했다. 지자체의 책임도 강화해 중대 안전사고 및 아동학대가 발생한 지자체는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아울러 장기간 미종사 보육교사에 대한 조기 적응을 강화하기 위해 기간별 의무 교육과정을 1~2년 12시간, 2~3년 16시간, 3년 이상 20시간으로 각각 개설하고 보육교사의 교육 참여를 위해 교사 1인당 1주일간 교육·연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4,800명까지 대체교사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국토교통부 등과 함께 지난 2016년 9월부터 2017년 7월까지 31만828개 시설의 운영·종사자 200만여 명에 대해 아동학대 범죄전력 일제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학교, 학원, 체육시설 등 30곳에서 시설장이나 종사자의 아동학대 범죄 전력이 확인됐다. 시설유형별로는 학원이 15건으로 가장 많고 학교 10건(유치원 1개, 초중고 9개), 체육시설 5건 순이다. 아동학대 범죄전력자가 기관의 운영자인 경우는 14건, 종사자인 경우는 16건이 확인됐다.

경찰서에 2014년 9월29일 이후 범죄전력 조회를 의뢰해 아동관련기관을 상대로 관련 범죄전력 일제 점검이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근거는 아동관련기관을 운영하거나 관련기관에 취업할 수 없게 한 ‘아동복지법’에 두고 있다. 아동학대 전력자는 현재 10년간 아동관련 시설을 열거나 취업할 수 없다. 행정처분 기관의 명단 등 점검결과는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1년간 공개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 매년 1회 이상 범죄전력을 점검해 아동이 학대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할 계획”이라며 “내년 3월부터 학대위험 가구를 선제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위기아동조기발굴시스템을 운영해 아동학대를 사전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안전사고와 학대에 맞서 수많은 대책을 내놓았다. 2013년 3월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어린이집 통학차량 사망사고와 2015년 1월 인천 연수구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나자 통학차량 전수조사부터 인솔교사 동승 의무화, 어린이집 내 CCTV 의무 설치, 처벌 강화, 보조·대체교사 배치지원 등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어린이집 사고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사진출처_뉴시스)

시민단체, “여전히 미흡, 더 근본적인 대책 필요”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를 비롯한 실시간 확인 시스템은 실효성이 눈에 띈다”면서도 “그 외 대책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건지 명확한 그림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보육교사나 관리자인 원장 등 안전학대의 관리주체 책임 수준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제대로 된 관리감독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면 적정한 기준도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도로교통법과 영유아교육법에 어린이집 운전차량 운행과 관련한 담당교사와 운전기사 등의 안전수칙을 규정하고 있지만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인 운전기사직들은 현실적으로 이를 준수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또 김 팀장은 “보육 현장은 최소한의 인력으로 유지된다”며 “보육교직원은 보육시간 내 최소한의 관리만 가능한 수준으로 배치되고, 이들이 차량 동승 업무까지 맡게 될 경우 아동의 안전 보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학차량 업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통학버스에 방치된 어린이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정부가 주목하는 구조적인 시스템 문제보다는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어린이집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홍정선 한양관광버스협동조합이사장은 “차량 사고의 경우 교통정책의 문제로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운전기사 관리제도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모험이다’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이 평탄치 않다는 얘기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접할 때면 더욱 이런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부모들이 어느 보육시설이라도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야 말로 나라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는 문 대통령의 말처럼 작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아동들이 학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하루빨리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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