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하·유교사상에 억눌렸던 젠더 차별과 폭력, 이제는 세상 밖으로

[시사매거진 240호=이선영 기자] #성추행 #성폭행 #페미니즘 #펜스룰 #여성혐오 #남성혐오 … 그동안 쉬쉬하며 넷 상에서만 봐왔던 키워드들이 미투운동의 확산으로 이제는 현실에서도 하나씩 거론되고 있다.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남자는 이래야하고 여자는 저래야한다는 성별에 맞는 역할이 있었지만 이제는 성별이라는 틀을 벗어나 개개인의 특성이 더욱 중요해진 개성시대가 되었다. 이에 따라 여성의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일각에서는 지나친 여성 위주의 정책으로 도리어 남성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진정한 성 평등을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짚어보자.

20세기 초 영국에서는 ‘서프러제트’라고 하여 여성들이 참정권을 부여받기 위한 운동을 벌이기도 했는데, 맨체스터에서 태어난 에멀린 팽크허스트가 여성참정권 운동에 뛰어들어 1903년에 결성한 여성사회정치연합(WSPU)을 일간 데일리 메일이 경멸조로 지칭한 용어였다가 시간이 지나 영국 사회에서 통용됐다. 당시의 여성참정권은 30대 이상의 여성들 가운데에서도 재산을 갖고 있거나 재산을 소유한 남성과 결혼한 상태의 여성들에게만 주어진 제한적인 것이었는데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좌절한 상류층 및 중산층 출신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이 서프러제트 운동을 통해 뉴질랜드에서는 1881년 최초로 여성 참정권을 인정했고 이어 호주 남부에서 1894년 여성의 의회 진출 권리를 승인했다. 이와 달리 서프러제트 운동이 일어났던 영국은 여성의 권리를 받아들이는 변화가 더뎠고 1893년 11월 28일 처음으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으니 고작 100년 남짓 된 이야기다.세상의 절반은 여자지만 그 반은 인간으로서 권리를 가지지 못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찾기 위해 긴 시간 노력해왔다. 현시대에 가장 보편적인 정치 형태인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됐는데 여성이 참정권을 가지게 된 날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1969년 7월 미국 뉴욕에서는 여성들과 분리시키는 어떠한 경제적, 인종적, 교육적, 신분적 특권도 거부한다는 내용의 ‘레드스타킹 선언’이 발표됐다. 레드스타킹은 혁명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문학과 독서를 좋아하는 여성을 조롱하는 단어의 블루스타킹의 합성어로 미국의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은 이 레드스타킹 운동을 통해 남성우위 문화에 반기를 들었다.

조선의 페미니스트 나혜석, “여성이기에 앞서 평등한 사람”

한국최초 여성 서양화가 겸 작가 나혜석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신여성의 효시로 그녀의 삶은 성차별에 대한 저항 그 자체였다. 결혼하기 전에는 아버지, 결혼한 후에는 남편과 자식에게 헌신하는 것을 정석적인 여성상으로 보던 당시의 관념과는 반대로 나혜석은 자유연애와 여권운동에 앞장서며 불꽃같은 삶을 살았다. 또한 나혜석은 파리 유학 중 천도교 교령과의 스캔들과 외교관 남편과의 이혼 등으로 인한 비난과 몰이해의 사회에 대해 자신의 고백록을 담은 『이혼고백서』를 발표하며 사회에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펼쳤다.

"조선 남성 심사는 이상하외다. 자기는 정조관념이 없으면서 처에게나 일반 여성에게 정조를 요구하고 또 남의 정조를 빼앗으려고 합니다.

(중략)

조선남성들 보시오. 조선의 남성이란 인간들은 참으로 이상하고, 잘나건 못나건 간에 그네들은 적실, 후실에 몇 집 살림을 하면서도 여성에게는 정조를 요구하고 있구려. 하지만, 여자도 사람이외다! 한순간 분출하는 감정에 흩뜨려지기도 하고 실수도 하는 그런 사람이외다. 남편의 아내가 되기 전에, 내 자식의 어미이기 전에 첫째로 나는 사람인 것이오. 내가 만일 당신네 같은 남성이었다면 오히려 호탕한 성품으로 여겨졌을 거외다. 조선의 남성들아, 그대들은 인형을 원하는가, 늙지도 않고 화내지도 않고 당신들이 원할 때만 안아주어도 항상 방긋방긋 웃기만 하는 인형 말이오. 나는 그대들의 노리개를 거부하오. 내 몸이 불꽃으로 타올라 한 줌 재가 될지언정 언젠가 먼 훗날 나의 피와 외침이 이 땅에 뿌려져 우리 후손 여성들은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면서 내 이름을 기억할 것이라.”

- ‘이혼고백서’ 중에서

외에도 나혜석은 연인 관계였던 최린에게 겁탈 당했던 것을 고백하고 소송을 걸기도 했는데 지난 달 3.1절을 맞이하여 최태성 한국사 강사는 한 방송 매체에서 근대적 여권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며 이에 대해현대판 ‘미투운동’의 효시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 나혜석이 이런 모습을 했다면 ‘위드유’ 운동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선진국으로부터 문화예술계 성 평등 실마리를 찾다

스웨덴 내 성 평등 정책은 1970년대부터 국내 안건으로 대두되기 시작했고 세계 최초 페미니스트 정부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후 성 평등이 스웨덴 범정부의 우선순위로 자리 잡았다. 작년 10월 유럽 연합 국가들을 대상으로 발표된 성 평등 지수(Gender Equality Index)에서 스웨덴은 1위를 기록했고 법적으로 성별할당제가 없음에도 의회 및 정부 부처 내 여성 정치 참여율이 절반에 달하며 가장 성적 평등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사회·경제적 성 평등을 목표로 포괄적인 전략인 ‘정부 부처의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in Government Agencies)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모든 주 당국은 의사결정과 자원 배분 및 규범 창출 등에서 성 주류화를 적용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마르고트 발스트룀(Margot Wallström) 외교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성 평등을 스웨덴의 국제관계의 중심에 놓는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도 그 중 하나로 본다.

다른 사회 분야와 마찬가지로 스웨덴 예술문화계는 평등 원리에 기반 하여 조직이 구성되고 운영된다. 관련 예술 기관은 다른 모든 분야의 정부 부처 및 기관과 마찬가지로 모든 의사결정과 자원 배분 과정에서 성 관점(gender perspective) 및 성 주류화를 적용한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창작과 문화 체험을 위한 자원의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진다는 원리가 스웨덴 정부 문화 정책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범정부적 성 주류화 프로그램과 더불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스웨덴 정부는 음악, 박물관, 영화, 미디어 등 예술문화 분야의 성 평등 향상을 위한 특별 예산을 편성하여 다수의 프로그램에 재정적 지원을 제공했다. 스웨덴영화기구에서는 여성 청년층의 영화 제작을 장려하고 스웨덴음악유산기구는 음악 시장에서의 성 평등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스웨덴문화정책연구부처의 문화 분야 성 평등 평가 프로그램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성 평등 실현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동시에 문화예술계에 여전히 존재하는 성 격차와 불평등을 반영한다. 타 국가들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스웨덴 예술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 내 성별 임금 격차는 10%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상업 목적의 방송 분야를 제외하고는 문화 예술 및 미디어 분야 내 임원의 성비율은 절반에 육박하며 이는 유럽 내 최 상위권에 속한다. 전체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 또한 동등한 성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성차별에서 성평등으로

작년 10월 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스캔들을 시작으로 미투운동이 일어났다. 우리나라에는 서지현 검사를 시작으로 법조계에 미투운동이 일어났고 연예계에도 조민기, 조재현 등이 성추문에 휩싸였다. 연극계 영화계 등 각종 예술분야로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정치계에도 안희정을 시작으로 미투운동이 확산되었다.

2017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올해의 인물에 미투운동을 통해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 여성들이 선정됐다. 안젤리나 졸리, 애슐리 저드, 레아 세이두 등 유명 여성 인사들이 영화계, 정치계, 언론계, 스포츠계 등에서 과거 남성 인사들로부터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폭로했다. 타임지는 이들을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이라고 명명하며 올해의 인물로 발표했다. 편집장 에드워드 펠텐셜은 “이들은 공공연한 비밀을 드러내고 암암리의 네트워크를 사회적 네트워크로 이동시키고 용인할 수 없는 일을 묵인하는 것을 멈추도록 자극했다”고 전했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문화예술계에는 성추문이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이는 분야 내 이해관계에 있는 성별간의 불평등한 권력에 기인한다. 불평등한 젠더 권력이 이러한 폭력의 형태로 나타나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성 불평등을 해소하는 사회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2015년 유엔개발계획 조사 기준 우리나라의 성평등 지수는 188개국 가운데 18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국 중에서는 싱가포르 다음으로 평등한 나라에 속하며 순위도 높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미투운동을 통해 아직도 사회 곳곳에 성추행과 성폭행이 만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단순한 성적인 피해뿐 아니라 여성임금 격차 또한 OECD국 중 1위를 차지하며 아직 성평등으로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직시하고 있다.

문대통령은 임기 전부터 성 평등 대통령이 되겠다는 가치를 걸고 성 평등 정책을 펼칠 것을 강조했다. 작년 문대통령은 공략으로 여성 국회의원 30%를 법제화하고 임기 내 내각 남녀 동수 달성, 남녀 임금격차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인 15.3%를 달성하고 젠더폭력방지기본법 제정 등을 약속했다.

남녀 임금격차에 대해서는 ‘블라인드 채용제’와 ‘공정임금제’를 통해 해결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력서에 성별, 학력, 학벌, 출신지, 집안배경 등 불공정 요인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삭제해야 된다며 오로지 능력으로만 채용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공정임금제와 관련해서는 “임금 공시제를 도입하는 등 공정임금제를 시행할 경우 많은 차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남녀 임금격차는 정규직-비정규직, 대졸-고졸, 대기업-중소기업 등 다양한 격차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녀동수 내각에 대해서는 “칠레, 페루와 같이 우리보다 민주주의 수준이나 경제력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도 이미 남녀동수내각을 이뤘다. 국방부 장관을 여성이 하는 나라도 있다”는 사례도 들었다. 또한 문대통령은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등은 남녀사이의 문제로 보고 가급적 국가는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고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처벌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피해자들이 관계 지속을 위해 가정의 파탄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처벌을 원하지 않아야 했다”고 젠더폭력방지기본법의 제정을 약속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공략들을 펼친 후 문대통령이 당선되고 작년 7월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성평등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실질적인 성평등 실현을 위해서는 총관 조정기구가 필요하다”며 “그동안 여성계는 행정부처인 여성가족부의 업무적 한계를 현장에서 경험했고 부처별 칸막이 등으로 인해 여성 정책이 전 부처를 관통해 통합적으로 추진되지 않는 현실을 비판해왔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성평등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고민해온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문화적인 관습이라는 이유로 행해 온 여성에 대한 차별을 드러내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의 업무를 총괄적으로 조정해 실질적으로 현실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부처보다 높은 위상과 독자적인 사무국을 설치해 각 부처의 업무를 통합, 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성평등 관점으로 각 부처의 여성관련 업무를 실질적으로 총괄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성평등위원회의 위치와 역할을 마련해야한다. 기존 여성관련 정책이 구체화되어 여성이 현실에서 체감하도록 제대로 일하는 정부조직이 필요하다. 이것이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고 전했다.

전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성평등 의제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에 반야 되어야 한다며 통합적 성주류화 관점에서 실질적인 성평등을 중심과제로 선정하라고 주장했다. “성차별 개선을 위한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우리 사회 여성의 현실은 아직도 녹록치 않다. 노동시장에서의 차별로 성별임금격차는 십 수년째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여성 혐오는 나날이 증가하고 여성 대표성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러한 여성의 열악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고 성평등 사회를 위한 관련 정책은 늘 후순위로 밀려난다. 성차별 문제를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개인적인,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는 인식들 때문이다. 이러한 낮은 인식이 성평등 정책 실현을 위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여성의 삶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성평등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실천해야 할 국정 중점과제가 되어야 한다. 문제인 정부의 국정철학인 ‘나라다운 나라’, 개혁과 통합은 성인지적 관점 없이는 전진할 수 없다. 국정과제에 성평등은 후순위나 ‘나중에’ 같은 선후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영역에서 성평등 관점이 관철될 수 있어야 한다. 여성들은 성평등을 국정철학에 반영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각 부처별 정책을 통합하여 중점과제로 선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공직 인사 검증 기준에 성평등 관점을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차별적이고 비상식적인 여성관을 가진 인물을 반복적으로 등용해 여성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특히 탁현민 행정관에 대해서는 여성계를 넘어 비판과 사퇴의 목소리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으면서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성평등 국가 실현은 한국사회에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각 분야의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갈수록 심해지는 혐오를 멈추는 일이다. 따라서 성평등은 국정 전반을 관통하는 철학으로 가능해야 하며 국가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국정을 수행하는 공직자에게 성평등 의식과 인권 감수성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중요한 자질이다. 또한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가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성평등 가치가 내면회되고 실질적 성평등을 이뤄감으로써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할 때,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성평등 의식은 분리되기 어려운 자질이다. 따라서 공직 임용에 있어서 성평등 감수성과 의식은 반드시 검증 기준에 포함되어야 한다. 정부는 인사 전반에 적용되어야 할 기준으로서 성평등 의식을 확립해야 하며, 성평등한 인사정책의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는 “장관 중 여성은 단 23.5%로 여성대표성 확대방안을 촉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7월 3일 문재인 정부의 1기 내각 인선이 마무리 됐다. 17개 부처의 장관 중 임명 또는 내정된 여성 장관은 단 4명인 23.5%에 그쳤다. 초기 내각 여성 장관 30%를 달성하겠다던 대통령의 공약은 결국 무산됐다. ‘임기 내 동수내각’이라는 대통령 공약 이행에 대한 여성들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 “ 취임 이후 문재인 정부의 여성 인선은 파격적이었다. 청와대 인사수석과 외교부, 건설교통부 장관 임명은 ‘최초의 여성’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주요 보직에 여성을 임명함으로 단순한 구색 맞추기가 아닌 실질적 성평등을 위한 인선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청와대 수석 중에 여성은 단 1명, 여성 장관은 23.5%(4명), 청와대 실장과 수석까지 포함하면 여성 비율은 16.7%(5명)에 불과하다. 차관 인선이나 각종 정부 위원회의 여성 비율 또한 매우 저조한 상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실질적 성평등 사회’를 위해 여성 대표성 확대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동수내각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임원 추천위원회 및 이사의 30% 여성할당의무화, 중앙 및 지자체 여성 관리직 공무원 목표제 적극적 시행, 국·공립대 여성교수 및 여성교장·교감 임용목표제 적극적 추진과 공표를 약속했다. 하지만 새 정부의 성평등, 여성대표성에 대한 철학과 원칙을 가늠할 수 있는 1기 인선에서부터 문재인 정부는 낙제를 면치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여성 대표성 확대 공약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임기 내 동수 내각을 비롯해 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한 실질적 정책을 마련하고 실현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역차별의 우려도 배제 못해…‘페미니즘’의 정의 다시 한 번 되짚어 봐야

지나친 여성위주의 정책에 오히려 남성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여자가 남자보다 약하다는 것부터 편견이다”, “세계 여성의 날은 있는데 왜 세계 남성의 날은 없나”, “남자도 똑같은 인간이고 나약할 수 있는데 왜 여자만 보호받아야 하나”, “남자가 하면 성희롱 여자가 하면 걸크러쉬”… “페미니즘은 성평등이 아니다”며 지나친 여성중심의 정책과 페미니즘이 여성혐오증(misogyny)으로 번지게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얼마 전 걸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손나은이 자신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라는 핸드폰 케이스를 들고 있는 본인의 사진을 올렸는데 핸드폰 케이스에 적힌 ‘GIRLS CAN DO ANYTHING’이라는 문구로 인해 큰 논란이 들끓었다. 번역하면 ‘여성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일부에서는 ‘(남성은 안 되고) 여성은 뭐든지 해도 된다’는 성차별적인 문구라 해석하기도 하며 논란의 불씨가 되었다.

페미니즘은 절대적으로 남성은 강자이며 여성은 약자로 보는 입장인데 페미니즘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1800년대 중반부터 1920년까지는 법과 종교가 남성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고 있어 문제 되지 않았다. 페미니즘이 말하는 성평등은 남성이 여성을 위해 희생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에 ‘여성이 누리는 권리에 따를 의무까지 대신 해야한다’는 의미가 더해져 현재에도 그 때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할리우드 스타 메릴 스트립은 “페미니즘은 어린 소녀들을 선동하여 남성을 증오하게 만들고 가족들과 멀어지게 만들어요. 난 바로 그 점이 염려스러워요”라고 밝혔고, 쉐일린 우들리는 “난 페미니스트가 아니에요. 남성들을 짓밟고 올라서서 이루는 성평등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 여성들부터 잘 뭉쳤으면 좋겠어요. 서로 이간질하고 시기하고 험담하고 그런 모습을 볼 때 마다 마음이 너무 아파요. 여성들끼리도 서로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남성들에게 존중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겠어요?”라며 페미니즘은 성 평들을 위한 정의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여성들 또한 많다.

성평등을 향한 노력은 어쩌면 끝나지 않을 전쟁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미투운동 사태를 통해 권력이 두려워 표현하지 못하고 살았던 여성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문대통령은 “피해를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고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는 직장 내부시스템과 문화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특히 공공기관들부터 인식전환과 더욱 엄정한 조치들이 필요하다. 앞으로 그 점에 있어서도 기관장이나 부서장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정책이 점점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법에 걸맞게 사람들의 인식 수준 또한 평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며 여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여성우월이 아닌 진정한 여성 평등으로 가야할 것이다. 나혜석의 말처럼 여자는 ‘여자이기 전에 한 인간’이고, 남자 또한 ‘남자이기 전에 한 인간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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