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상 성우와 PD대상 성우가 완성한 최초의 내레이션 바이블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오랫동안 단순한 기능으로서의 말하기, 스펙으로서의 화술, 그리고 무엇보다 노력한 만큼 열매를 맺지 못한 스피치 기술 등이 지루하게 반복되면서 엄청난 에너지 낭비를 초래했다. 마치 밤 세워 공부하면서 시험에 나오지 않는 문제만 골라서 푼 셈이다. 이 모든 것이 ‘말하기’의 개념 설정 자체가 잘못돼 벌어진 일이다. 일상생활에서의 평범한 대화가 아닌 어떤 목적을 갖고 행하는 모든 ‘말하기’는 전부 ‘읽기’다. 문장을 소리 내 읽어서 표현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읽어서 표현하느냐”가 말하기의 핵심이다. 지금까지의 ‘말하기’가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스피치에서 내레이션으로 ‘말하기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하는 것이다.

말 잘하려면 제대로 읽어라

구태여 강조할 것도 없이 말하기 능력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역량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말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대화, 설득, 협상, 화술 등을 소재로 한 책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말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며, 똑같은 문장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의도와 효과가 달라진다. 더구나 개인 방송, 팟캐스트, 유튜브 UCC 등 개인이 운영하는 방송 채널이 급증하면서 말하기 역량이 요구되는 범주가 예전보다 훨씬 광범위해졌다.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누구나 오디오(비디오) 콘텐츠를 만들어 플랫폼에 업로드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대다. 온·오프 강연 프로그램도 활성화되어, 그야말로 매일 매일이 말의 잔치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사실 한 가지가 있다. 이른바 “말을 잘한다”고 할 때 우리는 그 말에만 초점을 맞춰 생각해왔고, ‘말 잘하는 방법’을 담은 책이 화술 분야를 주도해왔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말을 잘하는 것은 준비한 글을 얼마만큼 제대로 읽느냐에 달려 있다. 모든 말하기는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무작정 말을 잘하게 해주는 방법이란 애당초 없다. 말을 잘하려면 제대로 읽어야 한다.

“스피치가 아니라 내레이션”이다. ‘스피치=프리 토킹’이라는 등식은 틀렸다. 스피치라고 불러온 것은 프리 토킹이 아니라 ‘리딩(reading)’, 즉 읽기다. 읽는 훈련(연습)을 통해 자유롭게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읽기인 것이다. 보고 읽든, 외워서 읽든, 결국 모두 ‘읽기’이기 때문이다. 잘 읽어야 잘 말할 수 있다. 읽는 데 도가 트면 말하기는 자연스럽게 체득된다.

말하기 예술 내레이션의 모든 것

잘 읽고 제대로 읽는 사람을 떠올릴 때 ‘성우’만한 이들이 또 있을까? 아나운서, MC, 리포터, 캐스터 등도 읽기에 관한 전문가들이지만 그 가운데 최고는 단연 성우다. 오롯이 읽기가 이들의 전문 분야이기 때문이다. 글이 담고 있는 의미와 맥락을 끌어내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전달하는 ‘음성 표현의 예술가’ 성우의 읽기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이 책 《내레이션의 힘》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한 ‘내레이션’ 지침서다. 한국방송대상과 한국PD대상 성우·내레이션상을 수상한 대한민국 최정상급 성우 두 사람이 내레이션의 모든 것을 풀어냈다. 내레이션의 개념적·기술적 내용을 집대성했으며 내레이션의 바이블이라고 할 만하다. 방송 아카데미 및 다수의 기업과 학교에서 활발한 강연 활동을 하고 한국예술원 겸임교수이기도 한 두 저자가 실제 내레이션 교육 현장에서 활용하는 내용을 충실히 담아냈다. 정성과 진심 어린 문체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아나운서, 성우, 리포터, MC, 쇼호스트, 캐스터 등을 꿈꾸는 예비 방송인, 프레젠테이션을 잘하고 싶은 학생과 직장인, 연설과 담화 기회가 많은 정치인과 기업인, 정당 및 행정 기관의 대변인들은 물론 BJ, 유튜버, 콘텐츠 크리에이터, 나아가 내레이션 역량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이게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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