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부터 청소년 범죄까지 풀어야할 숙제 산적

(사진 = 뉴시스)

(시사매거진 236호 = 주성진 기자)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저물고 있다. 탄핵정국에서부터 촛불시위, 조기대선, 각자도생하느라 바쁜 정치권, 엽기적이고 말초적인 사건사고들, 사드 직격탄 맞은 경제, 블랙리스트에 잠식당한 문화계, 한반도를 둘러싼 역대급 4강구도 등 참으로 말 많고 탈 많은 한 해였다. 이에 2017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사고들을 키워드로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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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와 장미대선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지난 2월 25일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서울 도심을 가득 메웠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 다가오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도 총력전을 펼쳤다. 퇴진행동은 이날 주말 17차 촛불집회를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대거 참여하는 대규모 민중총궐기 대회로 시작했다.

서울의 한낮 기온이 7도까지 오르는 등 포근한 날씨를 보이면서 시민들은 일찌감치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헌법재판소(헌재)가 탄핵심판의 최종 변론을 27일로 정하면서 박 대통령 탄핵의 신속한 인용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참여가 줄을 이었다.

시민들은 ‘박근혜 탄핵’ ‘박근혜 퇴진’ ‘특검 연장’ 등이 적힌 빨간 플래카드와 ‘안전한 나라에 살고 싶어요’ 등 문구가 새겨진 노란색 풍선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박 대통령을 향한 풍자도 거세졌다. 광화문 한복판에는 박 대통령을 가둔 ‘광화문 교도소’가 세워졌다. 교도소 철장 상단에는 ‘면회 금지, 혼이 비정상’이라는 글귀가 붙였다. 박 대통령과 국정농단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1) 씨의 사진이 붙은 탱탱 볼을 치는 ‘하야펀치’라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하늘에는 ‘탄핵 연’이 날아다녔다.

지난해 10월 29일 청계광장에서 첫 촛불을 밝힌 후 총 23차례 진행된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전국 기준으로 1685만2360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은 이들 촛불시위대를 ‘2017 에버트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치러진 19대 대통령선거. 때 이른 5월에 치러지면서 일명 ‘장미대선’이라고도 불렸다. 당내 경선에서부터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당시 후보자가 무난히 당선되었고, 투표 다음날인 5월 10일 오전 5시 50분경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전 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받아 1342만3762표를 획득, 득표율 41.08%를 올렸다. 2위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당시 후보는 785만2843표(24.03%)를 얻어 557만919표 차이로 크게 뒤졌다.

당선이 확정되던 10일 자정 문재인 대통령은 광화문 광장에 나타나 대국민 메시지를 전했는데,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 국민이 이기는 나라를 꼭 만들겠다”는 것이 첫 일성이었다.

이어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과 염원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은 “혼신의 힘을 다해 새로운 나라를 꼭 만들겠다. 국민만 보고 바른 길로 가겠다. 위대한 대한민국, 정의로운 대한민국, 자랑스런 대한민국, 당당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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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적폐(積弊)란 ‘오랫동안 쌓인 폐단’이라는 뜻으로,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이는 적폐청산이란 전(前) 정권에서 행해진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 잡는다는 의미로 통한다. 적폐청산의 대상이 되는 전(前) 정권 인사들은 이것을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검찰의 수장인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10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주장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결정이 내려진 다음날 내뱉은 “법치주의를 가장한 정치보복”이라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처지에 따라 생각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일일이 의견을 내는 게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지금까지 법적 절차에 따라 흘러왔고, 헌법 위반이 주된 문제가 돼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라고 문 총장은 지적했다.

‘적폐청산’ 구호를 내걸고 진행되는 검찰 수사를 두고 ‘표적수사’ 비판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취임 이후 표적수사를 한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친정부 성향 단체 시위를 지원했다는 ‘화이트 리스트’ 사건 등 전 정권을 겨냥한 수사들 역시 정치보복이 아닌 적법한 수사라는 것이다.

문 총장은 이어진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사 대상인가’라는 질문 역시 “수사 대상을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현재 이명박 정부 여론조작 사건은 국군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 ‘사이버외곽팀’ 주요 인물들이 차례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이 전 대통령 수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지난 수개월에 걸친 검찰 수사의 정점에는 두 전직 대통령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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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미국은 엄청난 힘과 인내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동맹국들을 지켜야만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로켓맨은 자기 자신과 체제를 자살로 몰고 있다. 미국은 기꺼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준비가 돼있으며, 의지를 가지고 있고, 그렇게 할 능력도 가지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19일(현지시각) 유엔 총회 연설에서 한 발언 중 일부다. 이 발언을 들은 북한 김정은은 21일 전례 없는 국무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며 강하게 응수했다.

“미국 집권자의 발언은 나를 놀래우거나 멈춰 세운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길이 옳았으며, 끝까지 가야할 길임을 확증해주었다. 세계 면전에서 나와 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모욕하며, 우리 공화국을 없애겠다고 역대 가장 포악한 선전포고를 해온 이상 그에 상응하는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다.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며 트럼프가 그 무엇을 생각했든 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

북한이 이례적인 최고지도자 명의의 성명을 통해 ‘내가 선택한 길이 옳았다’며 핵 무력 완성 의지를 거듭 내비친 만큼 북핵 강대강(强對强) 국면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김정은의 성명은 주변국을 향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명령을 내린 것이어서 핵 무력 완성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미 두 정상의 신경전 속에 집권 2기에 돌입한 중국 시진핑 주석의 부상까지 가세해 한반도는 그야말로 네 강대국 사이에 낀 새우신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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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와 중국발 경제 제재

지난해부터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국내 사드 배치 문제는 한국 정부의 애매모호한 태도로 신경전을 이어가다 결국 전격적으로 배치되었다. 이후 중국은 연일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며 경색국면을 이어갔다. 자국 여행객의 한국행을 금지한 ‘금한령(限韓令)’이 내려진 지 6개월이 지난 지난해 9월의 명동 풍경은 한산하다 못해 스산할 정도였다. 거리 곳곳에서 넘쳐났던 중국어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중국어로 도배되었던 매대와 현수막도 자취를 감쳤다. 가게 앞에서 중국 관광객을 호객하던 상인들의 입은 굳게 다문 채 열릴 줄 몰랐다.

당시 명동에서 기념품 판매점을 하던 윤모 씨는 “중국인 관광객은 한 명도 없어요. 매출이 작년에 비해 절반 이상으로 떨어져 피눈물이 나는 상황입니다”라고 한탄했고, 한 화장품 매장 판매원 김모 씨는 “중국어 안내방송으로 호객행위 안한 지도 오래됐다. 매장이 필요 없을 수준으로 손님이 없는데 중국어 안내를 할 필요가 없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아마 문 닫는 가게가 더 많아질 것이다. 앞에 있는 화장품 가게 4곳도 다 문을 닫았는데 이 정도면 얼마나 심각한지 말 다하지 않았나”라고 하소연했을 정도였다.

실제 지난 10월 19일 한국은행이 밝힌 2017~2018년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나 수출 감소 등으로 올해 성장률이 0.4%p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지다가 그 후에 1년 정도 시간을 두고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한은은 예측한다.

다행히 시 주석의 집권 2기를 준비하는 당대회가 막을 내리면서 중국발 경제제재는 다소 완화되고 있다. 지난 달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는 양국 교류 협력이 조속히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사드 문제로 침체됐던 한-중 관계로 인해 한국의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환기한 뒤 “우리 기업들의 애로가 해소되고 양국 간 경제, 문화, 관광 교류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협조해 달라”고 리 총리에게 당부했고, 리 총리는 “한중 관계의 발전에 따라 일부 구체적이고 예민한 문제들을 피하긴 어렵지만 한중 간 실질협력 전망은 아주 밝다. 양국은 상호보완성이 강해 양국 관계의 미래는 자신할 수 있다”는 말로 화답했다. 리 총리의 ‘일부 구체적이고 예민한 문제’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등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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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과 살인, 어른 뺨치는 ‘앙팡테리블(enfant terrible)’

“지난 9월 1일 오후 8시 30분경 부산 사상구 한 골목에서 여중생 A(14) 양과 B(14) 양이 C(14) 양을 1시간 30분간 폭행했다. C 양은 머리와 입 안이 찢어지고 피를 흘리는 등 크게 다쳤다. C 양은 지난 6월 29일에도 부산 사하구의 한 공원에서 A 양과 B 양이 포함된 여중생 5명에게 폭행을 당했다.”

“지난 7월 17일 오전 1시경 D(17) 양 등 5명은 E(17) 양을 강원도 강릉 경포대 백사장에서 무차별 폭행했다. 이어 같은 날 오전 5시경 F(17) 양의 자취방으로 끌고 가 재차 E 양을 때렸다. E 양이 자신들의 사생활을 나쁘게 이야기하고 다닌다는 게 이유였다. E 양은 전치 2주 진단을 받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29일 오후 12시 47분경 G(17) 양은 인천 연수구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인 H(8) 양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G 양은 범행 당일 오후 5시 44분경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평소 알고 지낸 I(19) 양에게 H양의 시신 일부를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부산 여중생과 강릉 여고생 폭행 사건’을 계기로 소년법을 폐지하고 형사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소년법이란 반사회성(反社會性)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矯正)을 위한 보호처분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이 법에서 규정한 ‘소년’이란 19세 미만이다.

소년법 제59조에는 범죄를 저지를 당시 18세 미만인 청소년에 대해 사형 또는 무기형(無期刑)으로 처벌이 가능한 중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최고 15년의 유기징역형만 가능토록 제한하고 있다. 동법 60조에는 청소년이 법정형으로 장기 2년 이상의 유기형(有期刑)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 단기는 5년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 살인·존속살해 등과 같은 강력범죄를 대상으로 한 특정강력범죄의처벌에관한특례법에도 18세 미만인 경우에는 사형·무기징역으로 처벌하는 범죄라도 최고 형량 수위를 징역 2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강력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 대해 단기형을 선고한다면 7년을 초과하지 못한다.

그런데 최근 청소년 범죄의 수위가 어른들 뺨칠 정도로 흉폭화하면서 소년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 광장 ‘국민 청원과 제안’에는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글이 잇따르고 있다. 물론 청소년이라 하더라도 현행법 체계에서 중범죄에 대해 엄벌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만 14세부터는 청소년을 ‘범죄자’로 다룰 수 있고, 최근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처럼 징역 20년이라는 엄벌을 구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동·청소년범죄 사건을 많이 다룬 일선의 한 차장검사는 “아이들에 대한 엄벌 주장은 어른들의 책임을 전도하는 것이다. 형(刑)을 강화하면 ‘일반 예방 효과’는 있겠지만 이건 어른들한테도 효과가 불확실하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건 무책임한 것 같다”며 “설령 아이가 사이코패스라고 하더라도 성장과정을 집중해서 봐야 해결책이 나온다. 아이들에게 결과만을 갖고 책임을 묻는 건 너무나 보복적이고 야만적”이라며 보다 근원적인 해결책에 대한 어른들의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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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투성이 ‘어금니 아빠’ 이영학

‘어금니 아빠’ 이영학(35) 씨가 여중생 딸 친구인 A(14) 양을 살인하고 유기한 사건의 전말이 경찰 수사 발표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씨를 둘러싼 모든 의혹들이 시원하게 해소된 것은 아니다. 여중생 살해 유기 사건만 그 실체를 드러냈을 뿐이다. 경찰은 이 씨의 A 양 살인과 사체 유기에만 수사를 집중해왔으며,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만큼 이제는 이 씨가 부인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당초 이번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전 이 씨 아내 자살 사건에 대해 내사 중이었다. 이 씨가 아내 최모 씨의 자살을 방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최 씨는 지난달 5일 서울 중랑구 자택에서 투신했는데, 경찰은 당시 집에 함께 있던 이 씨가 아내의 자살을 말리지 않은 혐의가 있다고 봤다. 최 씨의 시신에 상처가 있던 점으로 미뤄 이 씨가 최 씨를 폭행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씨는 성매매 알선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함께 할 동생 구함’, ‘나이 14부터 20 아래까지’, ‘개인룸·샤워실 제공’ 등 성매매 종사자를 모집하는 듯한 글을 게시했다. 또 이 씨가 인터넷에서 1인 성인 마사지숍을 운영했다고 의심할 만한 증거들이 나오기도 했다. 경찰은 이 씨가 아내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곧 내사에서 수사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 씨가 아내 최 씨를 포함해 모집한 여성들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해 성인 사이트에 올려 수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애초 언론을 통해 넉넉하지 않은 형편임을 내비쳤던 이씨의 재산 형성 과정 역시 의혹으로 남아있다. 이 씨는 또 기초생활 수급자에 장애인 연금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와 이양, 숨진 아내 최 씨는 지난 2007년부터 매달 생계급여 109만원과 장애수당 등을 포함해 약 160만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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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주인공 나야 나, ‘욜로(YOLO)’ ‘휘게(HYGGE)’

예능 <꽃보다 청춘 : 아프리카 편>에서 ‘욜로’라는 말이 등장한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던 출연자들은 홀로 여행하는 한 미국인 여대생을 길에서 마주친다. 도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멋있다고 말하는 출연자들에게 그녀는 ‘욜로’라고 답한다. “욜로(Yolo · You Only Live Once)” 라는 단 두 글자가 자유롭게 도전하는 그녀의 삶의 철학을 설명하는 듯했다.

우연히 스쳐간 예능 속 한 장면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사는 현대인에게 지금을 즐기고 나에게 가치 있는 것을 행하라고 주문하는 기폭제로 다가왔다. 욜로는 마케팅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단어이다. 여행, 식사, 취미 활동 등 즐거움을 주는 모든 행동에 ‘욜로’라 칭하며 2017년 가장 핫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만들었다.

사실 욜로는 거창한 게 아니다. 한 번 뿐인 인생을 값지게 쓰기 위해, 지금 내가 존재하는 시공간을 더 많이 느끼고, 사랑하는 마음가짐이라면 일상의 모든 순간이 욜로가 된다.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인데,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훗날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현재 삶에 충실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한 네티즌의 말처럼 말이다.

‘욜로(YOLO)’에 이어 주목받고 있는 ‘휘게(HYGGE) 라이프’도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휘게(HYGGE)’란 현재의 삶을 즐기는 ‘욜로(YOLO)’보다 발전한 것으로,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아늑한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는 개념이다. 국내에서는 1인가구나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집 안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홈 파티를 즐기거나 영화를 보는 등 ‘집’이라는 주거 공간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때문에 자연스레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홈 인테리어 시장이 ‘삶의 질 향상 욕구’로 인해 현재 약 12조원 수준에서 2023년에는 18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한편 가족·친구들과 단란하게 모여 있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상태를 뜻하는 ‘휘게’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소박한 삶의 여유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뜻한다. 높은 행복지수를 자랑하는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 비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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