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 234호=권추호 주필] 창조적 중립(정도) 통일론이란? 북한의 붕괴에 의한 흡수가 아니라 독일처럼 준비된 통일을 위해 우리도 사회체제를 독일과 같이 준비해야 함을 일컫는 말이다. 다시 말해 북한의 붕괴는 남쪽에게 또 다른 재앙을 불러오게 될 것이기에 사회주의체제를 자본주의 체제로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양 체제의 장점을 창조적으로 결합한 새롭고, 완전한 평화적 통일의 방법론을 뜻하는 개념이다.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위기를 놓일 때마다 다양한 위협을 감행해 왔듯이 북한은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까지 내어놓는 성인(聖人)의 국가가 결코 아니다. 따라서 남한은 북한의 체제 붕괴는 우리에게 대재앙이 될 가능성이 농후함을 먼저 인식하여 먼저 평화적 통일에 대한 본질적 대안을 준비하여 선제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면 국가적 대재앙을 결국 초래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창조적 중립(정도) 통일이란? 고르바초프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장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주의의 장점과 자본주의의 장점의 조화로운 결합을 뜻하는 중립(정도)적 개념이다.

‘자유주의적 평등 이념’이 본질인 ‘정의론’의 저자이자 철학자인 존 롤스(John Rawls)도 “사회주의체제 역시 시장체제와 부합하며 모든 체제가 시장에 의거하고 있다”고 하여 양 체제를 부정하지 않는다. 사회주의의 몰락과 2008년 미국발 금융의 위기로 인한 자본주의 신자유주의의 파산 이후, 세계질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혼합경제·인간적 자본주의를 뜻하는 ‘자본주의 4.0’이 아나톨 칼레츠키에 의해 새로운 글로벌 경제제도의 트렌드로로 급부상했으며 국가 보조금에 의한 구제금융으로 미국과 EU의 시장경제가 ‘목발경제’로 전략했다. 정부와 시장의 조화와 함께 국유와 사유의 50:50에 의한 적절한 중립(정도)적 조화만이 그 창조적 대안인 셈이다. 이것이 ‘혼합경제’, ‘자본주의 4.0’ 즉 필자가 새로운 개념화한 ‘공생경제’인 것이다.

최근에 출간된 ‘한국 자본주의’의 저자 장하성 교수는 ‘경제의 민주화를 넘어 정의로운 경제로’ 자본주의를 고쳐 쓰자고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는 정책에 의한 정치적 수단이요, 체제는 국가의 숙명(일제식민에 의한 전제군주제의 해체, 6.25동란 후 양 체제로 분리, 남북통일을 통한 창조적 중립(정도) 통일과 같은 존재론적 섭리)에 의해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갖는 법’이라는 필자의 지론에 의한다면 ‘자본주의 고쳐 쓰기’는 근래에 들어보기 드문 탁월한 경제 교과서임에도 ‘권력의 분권 문제’와 ‘종교적 가치의 문제’는 도외시하고 너무나 경제구조의 일면성에 치우쳐서 분석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필자의 생각이다.

다시 말해 아무리 완벽한 제도와 정책, 그리고 법이 세워진다고 할지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제도·정책·법은 인간의 몸과 같고 가치관은 마음(정신)과 같기 때문이다. 물론 외형적인 부분도 시대정신에 맞게 새롭게 전환을 해야 하지만 모든 문제의 근원이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일진데 제도를 넘어 인간의식의 대개조, 즉 이타심의 회복을 위한 영성적(靈性的) ‘새 가치관’의 필요성이 경제제도의 개혁에 있어서도 분명한데 거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는 것에서 더 그렇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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